대북 제재는 한반도 평화를 가져다줄 수 없다
- 개성공단 전면 철수, 유엔 안보리 제재안 비판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57일이 지난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통과되었다. 이에 앞서 2월 10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철수를 발표했고, 미국 상원은 독자적인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앞으로 북한에 가해질 제재는 어떠한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과연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통해 한반도는 핵무기와 전쟁의 걱정이 없는 지역이 될 수 있을까?
 
개성공단 전면 철수, 포괄적 제재 조치다
 
개성공단 전면 철수의 효과를 먼저 가늠해보자.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순수하게 얻는 연간 수익은 1.3억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액수가 북한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그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무역의 절대 다수는 중국과의 교역으로 그 비중이 무려 90%에 달한다. KOTRA는 2014년 북한과 중국의 총 무역규모를 68억 달러로, 그 중 북한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1.8억 달러라 밝혔다. 이를 고려했을 때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얻는 연간 수익 1.3억 달러는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전체 교역 비중으로 따져볼 때도 개성공단의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2014-15년 들어 북한의 대중 무역은 감소하는 반면 남북교역의 비중과 액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중무역 규모는 2000-14년 동안 연평균 22.4% 증가했지만, 2014년 –2.8%(63억 달러), 2015년 1-11월 간 –14.8%(49억 달러)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반면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교역액은 2014년 23.5억 달러, 2015년 11월까지 24.9억 달러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될 경우 북한의 교역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 뻔하다.
 
미국의 대북제재 법안도 간략하게 살펴보자. 미국 상원이 2월 10일 발표한 대북제재 법안의 핵심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즉 북한과 사업을 하거나 북한 정권의 자산을 은닉한 중국 기업, 은행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광산업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 표적이 된 중국 기업이 중국 지도부와 정치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국유기업일 경우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안은 행정부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할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한국의 개성공단 중단,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제재는 포괄적인 경제봉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의도는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체제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다. 국책 연구소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틀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기존의 ‘핵무기 보유 vs. 경제적 이익, 평화협정 체결’이 아닌 ‘핵무기 보유 vs. 김정은 체제의 생존(regime change)’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그 수단으로 금융, 에너지, 무역 등 종합적인 경제 제재의 강화를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16일 국회연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체제붕괴를 재촉할 뿐”이라고 발언한 것은 북한 체제 붕괴 위협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남한 지배층 내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 정권을 더욱 자극하여 핵무장을 강화하거나 또 다른 군사적 행동에 나설 유인을 제공할 뿐이다.
 
역대 가장 강력한 유엔의 대북 제재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는 원리상으로는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석탄, 철, 철광 등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는 다른 어떠한 조치가 필요 없을 만큼 강력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2010년 이후 북한 대외교역에서 무연탄 수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광물산업 전반에 대한 금수조치는 원칙적으로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내용
비고
해외 확산 네트워크
▲제재 회피·위반한 외교관, 정부대표 추방
▲불법행위 연루 인사 추방
▲제재대상 추방, 폐쇄
▷거점국가(러시아, 중국, 이란 태국 등)의 협조 여부 불투명
운송 제한
▲북한 발·행 화물검색 의무화
▲북한에 항공기, 선박 대여 금지
▲북한 선박 등록, 운용 금지
▷중국이 상품 위탁발송의 출발점 또는 도착점으로 활용될 가능성 (제3국 환적 포함 시 북한의 대중국 무역 비중 90%)
석탄, 광물 제재
▲북한의 석탄, 철, 철광 수출 금지
▲북한의 금, 바나듐광, 티타늄광, 희토류 수출 금지
▷석탄, 철, 철광 예외조항: 생계, 인도주의적 수출 및 금지된 활동과 무관한 수출은 제외
▷단서 조항 해석 및 집행에서 갈등 가능성
항공유 수입
▲북한의 군사용 항공유 수입 금지
▷예외조항: 북한으로 향하는 북한 민항기의 해외 재급유는 허용
금융 장벽
▲북한 은행의 유엔 회원국 내 지점·사무소 개설 금지 및 기존 지점 90일 내 폐쇄
▲회원국의 북한 내 사무소·계좌 개설 금지
▷예외조항: 회원국은 북한 내의 현존 기관은 유지할 수 있음.
 
그러나 여러 예외조항의 존재 때문에, 교역 당사국, 특히 여전히 절대다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판단에 따라 제재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광물 산업에 있어서는 ‘생계, 인도주의적 목적’의 교역은 허용하였다. 하지만 주민의 생계를 위한 거래인지, 아니면 군사적 목적을 띈 거래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실제로 광물 금수조치를 적용하려고 할 때, 거래의 목적을 판별하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미국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중국은 이를 충분히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군사용 항공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북한으로 향하는 북한 민간 항공기의 재급유는 허용하였다. 중국이 북한 고려항공의 가장 중요한 제트연료 공급자라는 점을 보았을 때, 여기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다. 이번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 중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물론 중국은 당분간은 제재안을 잘 이행하겠지만 결의안 합의 당시, ‘제재는 대화와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중국으로서는 이를 명분으로 미국과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제재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제재가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결의안은 내용상으로 상당히 강력하고 포괄적 제재 조치를 담고 있고, 중국의 도움 없이 북한 독자적으로 제재를 우회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중국의 제재 강도에 따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제재가 실질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면 북한의 원화가치가 폭락하거나 주요 농산품, 생필품의 가격이 급작스럽게 상승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의안
계기 (연도)
주요 내용
1718호
1차 핵실험 (2006)
▲금수무기,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사치품 등 금지
▲금지물품 적재한 화물검색
1874호
2차 핵실험 (2009)
▲모든 무기 관련 물자 금지
▲공해상 의심선반 검색 강화
▲금융서비스, 공적 금융지원 등 금지 촉구
2087호
로켓 발사 (2013)
▲대량살상무기 관련 모든 물자 금지
2094호
3차 핵실험 (2013)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금융자산 이전 금지 의무화
▲의심 선박·화물 검색 의무화
2270호
4차 핵실험 (2016)
▲광물 (석탄, 철, 금, 티타늄, 희토류) 교역 금지
▲모든 선박·화물 검색 의무화
 
경제제재의 부작용
 
그러나 이러한 경제제재는 목표-핵무기 프로그램 폐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엔, 또는 기타 강대국들에 의해 행해진 제재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상국 민중들의 경제적 피해가 가중될지언정 최고 권력층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경제제재 사례에서 민중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유엔의 경제제재 65개를 분석한 표적제재컨소시엄(TSC)은 제재의 의도치 않은 영향으로 부패 심화(62%), 정권 강화(53%), 인권 유린(39%) 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효과적인 제재는 실제로 30%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대상국가로 볼 경우, 지금까지 경제제재 20개의 대상국가 중 오직 앙골라의 사례만이 성공적으로 평가될 뿐,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다. 이라크의 사례는 제재가 민중들의 삶에 얼마나 파괴적인지 잘 보여준다. 1991년 이라크에 유엔 제재가 시행된 이후, 5년 동안 식료품 가격이 250배 상승하면서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23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고 권력층의 의사 결정에 변동이 생긴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많은 연구들을 통해 제재 대상국이 비민주주의 국가일 경우 제재는 오히려 독재자의 권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독재자와 그 추종집단들은 제한된 물품을 밀수하거나 주민들에게 분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이라크의 사례에서도 제재가 민중들의 삶을 파괴했을지언정 후세인 정권의 대내적 권력을 약화시켰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후세인 정부는 경제제재로 인한 이라크 경제의 파탄을 족벌, 종파적 통치 체제를 강화하는데 이용했을 뿐이다.
 
제재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앞서 보았듯 경제제재는 오히려 대상국 민중들의 삶을 파탄내고 지도층의 국제사회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남한 정부는 공공연히 북한 주민들을 구해내야 한다며 북한 정권 붕괴를 염두에 두면서 제재를 펼치겠다고 하지만, 이 제재야말로 민간인을 목표로 한, 기아를 전쟁의 무기로 활용하는 무차별적 공격일 따름이다. 제재가 실행되어 주요 상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감당할 수 없는 타격이 발생한다면 북한 민중이 입을 피해는 상당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제재를 빌미로 하여 핵무기 능력 개선, 군사적 행동에 더욱 기대려 할 것이다.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정권의 핵무기 보유 의사가 명확하기 때문에, 잠깐 협상이 열릴지언정 이것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5월은 36년 만에 치러지는 당 대회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북한 정권이 핵무장이라는 정책 기조를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는, 한반도 사드 배치 및 한미 군사훈련, 일본의 재무장 등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일련의 흐름이 놓여있다. 중국은 이를 심각한 안보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북제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는 거리가 먼, 긴장과 갈등을 강화시키는 조치일 따름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재는 결코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의 무기 감축, 핵 보유국의 핵군축, 나아가 북한 핵무기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시급하다. 이를 이끌어낼 남한 사회운동의 역할이 막중하다.
 
2016년 3월 9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