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채용 요구가 범죄?
지난 5월 1일 검경은 ‘건설현장의 비정상적 관행과 부조리’를 바로 잡겠다며 특별단속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6월 2일 서울남부지법은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가 새 건설 현장에 단체협약을 적용하려 했던 활동을 싸잡아 ‘공갈·협박·강요죄’로 규정하고 간부 1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건설노조에 대한 검경 및 사법부의 탄압은 한국사회를 19세기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행태다.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야만의 시절, 19세기 독일 사회가 노동조합의 단결권 행사를 ‘공갈’로 간주해 사법처리한 바 있다.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노조가 어떤 내용으로 교섭을 하건, 어떤 방식으로 교섭을 맺건, 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인데, 일개 검찰과 경찰, 하급심이 이를 부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임시일용직의 채용’ 요구는
‘정규직의 고용안정’ 요구와 같은 말
건설노동자들은 건설 공기가 끝나면 다음 일자리-일거리를 걱정해야 한다. 열심히 일해도 다음 공사현장에서 본인을 채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1년 중 3개월은 일을 못하는 건설 노동자들에겐 다음 일자리-일거리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고용안정이다. ‘비정규직의 채용·고용승계’ 요구와 ‘정규직에겐 해고반대’ 요구, 문구만 다를 뿐, 의미는 같은 말이다.
정상적인 고용체계에서 상용직에게는 일감이 없을 때 휴업수당을 주도록 되어 있다. 생존권을 보장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비추어 반영된 제도다. 그런데 그 휴업수당을 아끼려고 임시일용직을 확대해놓고, 고용승계·고용보장 요구는 ‘경영권 침해’로 간주한다? 헌법에 명시된 ‘생존권’, ‘노동권’이 무언지도 모르는 무지의 발로다. 이 하급심은 시민권 형성의 역사를 되돌린, 최악의 오심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합원 고용보장’ 요구는 ‘노동조건 후퇴 없는 계약갱신’ 요구와 같은 말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노동조건을 개선시켰다면 이 노동조건이 다음 일자리에서 지켜질 수 있는지도 걱정해야 한다. 노임단가 수준 보장, 화장실 설치, 안전시설 확충 등 기초적인 협약들이 다른 건설 현장에서는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합원 채용도 거부한다. 더 낮은 노임단가로 일하려는 비조합원을 채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LH)공사가 발주한 인천검단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실제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 덤프노동자들은 15톤 덤프 한 대로 하루 8시간에 38만 원씩 임대료를 받고 일해 왔다. 그런데 시공사인 대방건설은 하루 10시간에 38만 원으로 바꾸려고 한국노총 조합원, 비조합원을 채용한다. 15톤 덤프 하루 임대료가 전국 평균 45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공공기관(공기업) 발주의 공사인만큼 단가를 올려줘야 할 판에, 시공사가 이를 역행해서 덤프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가로채려 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 고용 보장’ 요구는 ‘노동조건 후퇴 없는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합원, 비조합원 할 것 없이 더 나은 노동조건으로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법제도 개선 요구에는 묵묵부답
노동권 보장 요구에는 노조탄압
퇴직금 공제제도를 건설기계 종사자들에게도 확대 적용하라고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묵묵부답이었다. 적정임금·적정임대료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해 왔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건설기계 노동자에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에도, 직접 시공 확대 요구에도, 체불임금 및 유보임금 근절을 위한 제도적 보완 요구에도 정치권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래놓고 정치권은 건설노조의 활동을 조폭 무리배들의 공갈·협박·강요와 같다고 우기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누구보다도 앞장서 투쟁하며 정권의 무능을 폭로해 왔다. 이런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늘어나고 있는 반실업자·반취업자, 임시일용직, 비정규직의 노조운동을 송두리째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
건설노조의 총파업은 정당하다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건설노조의 압도적인 단결력이다. 검경의 돌출행동에, 사법부의 일탈행위에, LH공사의 노노분열 책동에 주춤할 이유가 없다. 더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더 많은 조합원 가입과 더 힘 있는 단결된 투쟁으로 건설노조 탄압을 분쇄하고, 법제도 개선을 향해 나가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정당하다.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나머지 입장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십시오. (아래와 같은 구성)
- [입장1] 공안탄압 분쇄, 법제도 개선을 위한 건설노동자의 총파업은 정당하다
- [입장2] 연이은 하청노동자의 죽음, 무엇을 할 것인가
위험·안전 업무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