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자
2016년 8월 22일,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진행된다. 창립 20년을 맞아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대표 조직’으로서 ‘조직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요구’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20년을 바라보는 노동운동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금 민주노총 혁신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조합원의 구성, 조직 운영 원리는 물론이거니와 요구안의 구성, 교섭과 투쟁의 조직 등 모든 측면에서 민주노총의 계급대표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조직이라 자부하려면 정규직뿐만 아니라 임시·일용직 및 비정규직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고, 사업장 단위의 교섭·투쟁을 넘어서서 지역별·업종별·산업별·직종별 교섭·투쟁을 통해 단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연대임금·연대고용을 실현해 나가는 동시에, 적극적인 조직화 사업과 공동요구·공통투쟁을 통해 노동시장과 산업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그러지 못하고 있고, 이를 추진할 만한 진취적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혁신 과제가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 20년 전 민주노총 출범 당시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다수 활동가들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역사적 성과를 제도화하고 합법화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고, 민주노총은 여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장기침체로 드러난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20년 전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이라는 전제하에 노동자의 몫과 공을 따졌지만, 지금은 만성화된 경제위기 속에서 손실의 책임과 위기의 타개책 놓고 다투어야 하는 상황이다. 20년 전에는 노동조합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토대로 부당해고 금지를 요구하며 고용안정을 논했지만, 지금 비정규직의 권리 확보와 고용승계가 고용안정의 주요 의제로 바뀌었다. 또 노동유연화 도입․저지 여부를 두고 싸우던 시절에서, 노동유연화의 확산을 막고 규제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던져진 매우 곤란한 질문이 있다. 오늘날 민주노조 운동은 재벌 대기업의 성장에 협조하고 그 과실을 나누기 위한 운동인가, 아니면 재벌체제의 그늘 아래 초과착취 당했던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이 구조의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로서 재벌체제를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지난 20년 동안의 민주노총 운동 노선을 검토하고, 그 노선이 유지될 수 있는지 아닌지, 바뀌어야 한다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따져야 한다.
또한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재벌체제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의 대표기관으로 민주노총 혁신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전략조직화 사업 방안, 산별노조·지역본부 조직혁신 방안, 정치세력화 방안, 2017년 전략투쟁 방안 등은 전반적인 민주노총 혁신 방향에 맞게 논의되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산별노조 조직 범위를 둘러싼 다툼,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와 분열, 또 그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정파 갈등까지 우리는 지금 수많은 갈등에 직면해있다. 민주노총 혁신이라는 화두를 움켜쥐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토대로 끈질기게 토론하면서 갈등을 혁신의 계기로 바꿔내야 노동자운동의 내일이 열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세력화방안에 대한 논의에 대해 특정 정파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면, 갈등은 더더욱 커지고 혁신을 위한 토론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덧붙인다. 2016년 정책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 혁신과 노동자운동의 전망을 끈질기게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2016. 8. 22.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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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자 | 01
[1] 민주노총 20년, 혁신의 전망 | 03
[2] 재벌체제에 맞서는 민주노총 | 07
[3] 필요한 것은 조직 형식이 아니라 운동 | 12
[4] 성찰과 반성, 혁신이 정치세력화 논의의 출발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