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의 대진표가 결정됐다. 국민의당이 안철수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걸 끝으로 원내 5당 후보가 확정됐고, ‘위기돌파 통합정부’를 기치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회의 대표가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각 후보들은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명분 쌓기에 혈안인 모습이다. 문재인은 ‘대세론’을 앞세워 비문·반문연대를 ‘적폐연대’로 규정했다. 반면 안철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와 당내 경선 압승을 계기로 ‘문재인과의 양자대결’ 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캠프 간의 신경전과 비방은 이미 시작됐다.
한편 문재인의 독주 속에 김종인·정운찬·홍석현은 외곽에서 비문 보수·중도 연대 성사에 힘을 모으고 있다. 그밖에 ‘보수 단일후보’를 통한 ‘4자 필승론’(홍준표), ‘3자 필승론’(유승민)을 내세우는 후보들도 있다. 점점 혼탁해지고 있는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게이트 이후 몰락한 보수세력은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까.
보수정당 통합의 길과 반문연대의 길
대표적 보수필자인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보수정당 통합’을 주문한다. 반문연대 혹은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는 지금 시점에서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은 포기하더라도 의미 있는 견제 세력으로 남으려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수정당의 분열 상태로는 지지층을 모으기도, 재건의 구심을 만들기도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결국 통합의 발판을 만들어 후일(문재인 집권 이후)을 도모하자는 계획으로, 박근혜라는 멍에에서 벗어났다는 선언을 통해 ‘박근혜만 사라진’ 보수 정당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
반문 보수·중도 연대를 중심으로 ‘통합정부’ 구상을 적극 추진하는 세력도 있다. 이른바 ‘포스트 박근혜’(반패권·협치) 시대의 가치를 공유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분권화 개헌을 포함한 초당적 합의가 앞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여소야대 국면이므로 경제위기 극복, 정치개혁, 국방안보 등에 대한 ‘가치연대’를 ‘반문연대’의 조건으로 삼자는 것이다. 중앙·문화일보 등이 홍석현 전 회장의 행보와 같은 입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문재인과 자유한국당 양 세력을 배제한 보수·중도 규합을 움직여보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고,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의 입장차이로 인해 통합은커녕 후보단일화나 반문연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보수집단은 특정후보에 대한 비방과 의혹제기, 집권을 위한 묻지마 세력 규합을 앞세우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다양한 경로를 시도·제시하면서 보수세력이 얻고자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는 문재인의 공약과 행보를 압박하고, 흩어진 중도·보수세력의 규합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한다. 이들은 박근혜 게이트를 폭로하면서까지 보수 재집권을 목표로 했으나 당초 시나리오가 좌초된 후 갈팡질팡 길을 찾지 못해왔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보수정당 통합 혹은 반문연대 주문과 문재인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이들이 보수 재집권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더욱이 문재인이 당선되더라도, 향후 분권형 개헌과 보수의 가치(특히 ‘안보관’)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명분을 반문연대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촛불을 들었던 주권자의 몫
보수언론발 ‘반문연대’는 선거 구도를 ‘문재인 對 반문재인’으로 축소시키고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할 뿐이다. 이는 사회대개혁 의제와 촛불민심을 가로막고 망각하는 처사일 뿐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자멸로 민주당이 어부지리 승리를 거두었던 지난 20대 총선에서처럼,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내용적 논쟁은 사라진지 오래다. 정당 간, 후보 간 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누가 적임자냐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과 요구가 대선주자들의 이전투구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지난 5개월 간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대선 기간 정치세력의 이합집산과 보수세력의 시나리오를 경계하면서도, 촛불이 외쳤던 요구를 중단 없이 제기해야 한다. 하늘이 먼지로 가득해지더라도 주권자의 길을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