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의 법을 넘어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투쟁으로 우리의 승리를 쟁취하자!!!
-천안아산지역건설노동조합 조직가들에 대한 천안지원의 한심한 유죄판결을 규탄하며-
봉건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면서 노동자는 이동의 자유를 비롯한 신체적 자유를 부분적으로 획득하였지만, 반면에 자본의 고용에 종속됨으로써 자본과 노동의 관계라는 사회적, 경제적 계약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평등한 상태에서 완전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자본과 노동의 불평등한 관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20세기에 들어서며 노동자의 단결의 권리를 스스로의 투쟁의 성과물로 하나씩 쟁취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노동자는 갖고 있다.
부르주아 법률체계에서마저도 자유권적 권리의 문제만으로는 실질적인 권리의 보장이 어려움을 인정하고, 사회권적 권리에 대한 많은 법률 체계가 노동자, 민중들의 거센 투쟁에 의해 수용되며 노동권, 생존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노동법에도 또렷하게 명시되어 있다.
무릇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항상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바로 실질적 권리의 보호, 보호해야 할 법익의 실질적 보장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대전지법 천안지원이 천안아산지역건설노동조합 조직가들에게 유죄를 판결한 것은 법률가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한 졸속적인 한심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대전지법 천안지원이 8월 27일, 천안아산지역건설노조 박영재 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노선균 부위원장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며, 지역건설노조가 건설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을 공갈․협박에 의한 금품수수로 보았던 검찰의 손을 다시 한 번 들어줌으로써,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외면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누누이 강조하였다.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이 판치는 건설현장에서, 형식적인 고용관계와는 달리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작업을 원청이 지시하는 수많은 사내하청 ․ 파견노동의 현장에서, 실질적인 사용자는 다름아닌 원청자본이며, 그것을 법으로 인정할 때에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3권이 명실상부하게 보장될 수 있음을, 우리는 수없이도 목이 아프게 역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근로계약 관계만을 따지며 사용자가 아님을 주장하는 자본과 정권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억지를 옹호하는 이 땅의 법률과 법률가들을 보면서, 역시나 국가와 자본의 통치기구로서 작동하는 법의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고, 또한 그러한 형식적인 법의 종사자로서 기생하는 이른바 법조인이라 일컬어지는 자들의 반민중적, 몰역사적 작태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을 넘어 불쌍하다는 연민까지 느껴진다.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왜 일어나는지,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간접고용, 사내하청, 파견노동자들의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그들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사용자성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파견법이나 다단계 하도급 등의 수단이 자본가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음 역시 그들은 또렷이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판결로써 그러한 법률들을 무력화시키고, 자본가와 정권의 의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그것이 법률가로서의 자신들의 책무임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하지 않을 뿐이다. ‘정의의 수호자’ 라는 그들의 책무를 의도적으로, 혹은 자본과 정권의 입맛에 맞춰 비굴하게 다하지 않는 것이며, 그래서 그들은 역사의 죄인이며 민중의 적인 것이다.
역시 노동자에게 ‘법의 보호’ 란 책에만 쓰여있는 한낮 공문구이며, 노동자들의 권리는 법에 대한 ․ 국가에 대한 ․ 자본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과 투쟁속에서만 쟁취되는 것인가!!
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자주적인 투쟁에 대해 항상 국가가 들이미는 ‘불법’ 이라는 판결은 그래서 역시도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속에서만 분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았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에 대해 그들이 서슴없이 저지르는 저열한 탄압과 조잡한 조작을! 그들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유효한 수단인 법에 의해서도 효과적인 탄압의 조건이 안되자, 그들은 건설현장에서 분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노동조합 결성 의지를 탄압하기 위한 가증스러운 음모로 사건과 증인에 대한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도 우리들이 주장한 검․경의 허위 진술조서 작성 의혹 등의 수사과정상의 문제점이 진실로 드러났다.
첫째, 증인 중 일부가 법정에서 경찰진술조서가 본인들의 진술 내용과 다를 뿐 아니라 고쳐달라고 요구하였음에도 그대로 작성되었다고 증언하는 등 경찰이 진술을 짜맞추었다는 의혹이 사실이 드러났고, 둘째, 해당 시기에 조직가로 활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단체교섭을 강요하였다는 식으로 진술조서가 작성되었다가 문제가 드러나자 진술조서를 재작성하는 등 경찰이 애초에 피의자를 지목하고 그에 맞추어 현장소장들의 진술을 작성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셋째 검찰측 증인 중 6명이 출두를 거부하여 법원으로부터 과태료 부과․구인영장 발부가 이루어지고 결국 이 중 2명에 대해서는 검찰 스스로가 증인신청을 철회하는 등 검찰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증인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웠다는 점, 넷째 검찰측 증인 28명 모두가 지역건설노조가 건설 현장에서 퇴직공제제도 등에 대한 선전활동, 산업안전 문제 등 일용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 활동을 하였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여 ‘공갈․협박에 의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측 주장과 모순된다는 점 등이다. 이처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만으로도 검찰 주장의 부당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의 정당성에 대하여 우리는 계속 강조하였다. 그러함에도 이번 판결이 나왔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더 이상 입아프게 우이독경할 생각이 생기지 않는다. 오직 노동자들의 힘찬 단결과 투쟁으로 당신네들의 음모와 의도를 분쇄하고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며, 당신들의 새대가리 생각을 뜯어 고칠 것이다.
우리는 안다. 법이 사회적, 정치적 역학관계의 표현물임을! 그러기에 더 이상 너네들의 법에 의존하지도, 호소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우리들의 단결,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투쟁으로 자본과 정권의 법을 뚫고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며, 끝내는 노동자의 법, 노동자의 권력, 노동자 ․ 민중의 국가, 전세계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건설할 것이다. 그날 자본과 정권, 그리고 그에 빌붙어 기생하던 잡역부들은 우리앞에 무릎꿇고 피눈물을 쏟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