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동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9월 10일 노동부의 파견근로와 기간제 근로에 관한 새 법안 발표에 대해
1. 정부에서 파견근로와 기간제 근로에 관한 새 법안을 발표했다. 근로자 파견업종을 종전의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파견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에서는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이 법안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 법안은 오히려 파견노동자, 비정규노동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일 따름이다.
2. 정부의 이번 법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파견 업종의 전면확대는 법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우리 노동법에는 중간착취의 금지(근로기준법 제8조)가 명시되어 있다. 파견업종을 몇가지를 제외한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중간착취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마저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사회적으로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고용의 불안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 파견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조치는 사용자의 자율성을 더욱 확대해준 것이다. 파견기간의 연장은 결국 파견노동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준 것일 뿐이다. 이런 조치는 파견노동자의 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니 오히려 파견노동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밀어넣는 것이다. 이건 눈가리고 아웅정도가 아니다. 명백한 개악이다.
이러한 개악을 단행하면서 정부는 이번 법안이 파견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불합리한 차별 금지규정이다. 그러나 파견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규정은 위의 조치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3개월의 휴지기간을 둔다는 것 역시 3년이하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경우에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규정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법파견과 차별도 규제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노동법 개악에 대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3. 온 사회가 불황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불황의 모든 원인이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잦은 파업, 투쟁에 있다며 화살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 IMF이후 지속적으로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을 받아왔고, 신자유주의는 거칠것없이 노동자들을 짓밟아왔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는 끊임없는 불안정성의 확대를 그 특성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이번과 같은 노동법 개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와 기업은 지속적인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진해왔다. 상시적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끊임없는 확대를 통해 이들이 추구한 것은 자본에게 무한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노동자에게는 끝없는 불안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번 노동법 개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불안정한 노동은 결국 불안정한 삶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실업과 빈곤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게 된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그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란 결국 이런 것이었다. '합의'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들러리로 세워 불안정노동의 일반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었다. 더 이상 이런 정부와 '합의'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손발 다 잘라내고 목을 조여오는 이와 '합의'한다는 건 자멸을 부르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노동자 스스로의 힘찬 투쟁이다. 이제 쓸데없는 기대와 합의의 골방을 박차고 투쟁의 광야로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