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회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입장
1. 10월 25일 공공연맹 중집회의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국공항공사노조 김영기 전 위원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및 권고사항을 심의, 의결하였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었으나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여성에게 억압적, 폭력적인 구조를 전화시키기 위한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운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확인한다.
2. 김영기는 노조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하고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피해자의 활동할 권리를 침해하고 결국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활동 공간, 노동 공간을 박탈했다. 이처럼 성폭력은 단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활동가로서의 전망과 기반, 삶의 공간 자체를 박탈하며, 개인뿐 아니라 운동사회, 공동체 전체 여성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침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이 발생하였음에도 피해자 혼자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운동사회 내에서의 성폭력 및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폭력은 단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여성 차별적, 억압적 구조가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여성문제에 대한 사고가 여전히 취약하거나 심지어 부재할 뿐더러 여성 차별적, 억압적 구조와 문화를 재생산하고 있는 노동조합운동, 사회운동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혁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3. 사회진보연대는 운동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자기반성과 함께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2000년 말 ‘운동사회 내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와 성폭력 사건들을 계기로, 성폭력 문제를 적합하게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해 조직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자기비판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2002년 3월 총회에서 성폭력 사건 해결에 관한 규약을 제정한 바 있다. 나아가 여성해방을 사회진보연대의 주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이념적, 실천적 수준에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 규약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처리방침을 넘어서 일상적인 삶과 활동의 긍정적 규범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소속 회원의 성폭력 사건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고 그동안의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진전의 지점을 발견하고자 한다.
운동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여성이 동등한 주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여성활동가를 배제하고 주변화시키는 운동의 구조와 이념이 변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폭력에 대응하는 사회진보연대의 고민과 실천은 개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과 조치에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사회운동의 몰성적이고 여성억압적인 구조와 이념을 비판하고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적 시각과 실천을 결합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문제의식이 충분히 확산되거나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운동의 여성운동적 개조를 위해 특히, 노조운동 내부에서의 흐름을 지지, 강화하고 여성운동의 대중운동적 기획을 통해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을 이루어내는데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이상을 근거로 이번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상처치유와 이후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고, 더 나아가 조직 안팎에서 여성해방운동을 강화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사회진보연대는 11월 4일 운영위원회 논의를 통해, 공공연맹 진상조사위원회의 결의사항과 피해자의 요구사항에 적극 동의하며 김영기의 회원자격정지를 일차적으로 결정한다. 앞으로 진상조사위원회와 후속활동에 대해 소통하면서, 회원총회에서 회원제명 등 추가적인 조치를 추후 논의한다.
하나. 사회진보연대가 그동안 진행해 온 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전진의 지점을 모색한다.
하나.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인식을 전조직적으로 심화하고 여성운동이 더욱 확장, 강화될 수 있도록 각종 회원모임, 집행위원회, 운영위원회, 총회 등 각급의 경로를 통해 교육과 토론, 실천을 조직한다. 또한 연대운동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활동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005년 11월 9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