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주민 이주 결정에 즈음한 사회진보연대 성명

 

1. 2월 13일 정부는 팽성 주민대책위와의 협의를 끝내고 합의내용을 발표하였다. 협의 내용의 핵심은 팽성 노와리와 남산리에 이주단지가 조성될 때까지 주민들은 국방부와 평택시 마련한 팽성읍 내의 특정한 장소로 3월 31일까지 이주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월 2일부터 시작된 주민-정부 간의 협상은 총 12차례에 걸쳐 진행되었고 마지막 남은 주민공동체를 온전히 유지하게 해달라는 주민대책위의 요구와 즉각 대추리를 떠나라는 정부의 압박으로 협상의 내용이 채워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 4년 동안 정부는 주민을 내쫒기 위해 온갖 회유와 협박을 계속 해왔고, 주민들이 그 어떤 정당한 요구, 심지어 미군기지 확장 계획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의 요구조차 무시와 탄압으로 일관해왔다. 2006년 하반기, 김지태 주민대책위 위원장을 감옥에 계속 가두어두고, 주민들을 생계를 볼모로 한 협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매우 열악하고 불리한 조건에서 주민-정부 간 협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농민의 땅과 집을 빼앗으며 미국이 요구한 전쟁기지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최소한의 생계대책과 공동체 보존을 요구하는 협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강압적으로 주민을 철저히 짓밟았다.

 정부는 이주하되 다만 공동체 유지를 위해 이주단지가 조성된 후에 이주하겠다는 주민의 최소한의 요구조차 깡그리 무시해 버렸을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해 주민들이 제대로 논의할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고, 설연휴 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강제철거에 돌입하고 정부가 약속한 것마저 보장할 수 없다는 식의 최후통첩을 날려 주민의 굴복을 강요하였다.


3. 우리는 기지 확장 강행으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적, 물적 고통을 당해 온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 아량조차 찾아볼 수 없는 정부의 반민주적으로 반인륜적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가 기지 확장을 강행하면서 주민과 평택 지킴이들에게 가했던 온갖 폭력만행들 즉 대추 초등학교를 처참하게 파괴하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방패와 곤봉으로 유혈진압을 자행한 일, 농민의 생명과도 같은 농토에 군부대를 주둔시키고 철조망을 키며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지정한 일, 마을을 거대한 수용소로 만들고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조차 통제하며 불법적인 검문검색을 하며 주민들을 고립시킨 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역사에 남을 악행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주민들의 고통과 눈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현재 합의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4. 지난 4년 동안 주민들이 선봉에서 싸워온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투쟁은 한미전쟁동맹의 야만, 지배계급의 폭력을 낱낱이 드러내 준 중요한 정세적 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주민들이 강제이주에 이르게 된 사태를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며, 함께 연대하고 싸워온 사회운동의 일주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뼈아픈 반성과 성찰로 주민들과의 보다 강고한 연대를 통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투쟁을 이끌고 가지 못하는 운동진영의 한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패권을 막아내는 민중의 평화를 향한 대장정을 굳건히 떠나야 한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우리의 투쟁은 변화된 조건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반전평화 운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대추리가 존재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평화의 상징을 지켜내는 싸움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계속해나갈 것이다. 또한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졸속적인 마스터 플랜에 대한 폭로와 국민의 혈세를 퍼주는 천문학적 비용의 기지 확장비용의 문제,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 분담의 문제 등 현안으로 떠오를 수많은 문제들을 폭로하는

싸움을 지속해가며 평택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전면 재협상을 쟁취하는 투쟁을 다방면으로 벌여나갈 것이다. 다시 새롭게 싸움을 시작하자.



2007.2.15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