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협상 중단을 선언하라!
한미FTA 협상, 이제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대통령은 오는 1일 대국민 담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대통령이 보여 준 ‘묻지마 타결’ 의지로 봐서 이는 30일 협상을 마무리짓고 31일 결제하여 1일 협상타결을 발표하겠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고위급 협상 직전,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철저히 장사꾼의 자세로 협상하라”, “손해나면 협상 깰 수도 있다”라고 발언하였다. 지금의 협상의 상황은 그 말을 딱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정부가 “세계 시장 선점”을 운운하며 근거로 들었던 무역구제 사안은 제8차 협상을 전후하여 한국측이 ‘비합산 조치’마저 철회함으로써 완전히 사라졌다. 전문직 비자쿼터나 존스액트의 대폭완화 또한 한국정부가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무산되었다. 자동차·․섬유·의류 분야에서의 수출 증대효과는 협상 막판 미국의 상식을 뛰어 넘는 역공세로 기대분야가 아니라 ‘속빈 강정’이 되어 버렸다. 도리어 미국 측의 요구가 농업·의약품·자동차·쇠고기·지적재산권·방송시청각·투자자-정부 제소제도, 비위반제소 제도 등 전 분야에서 끝간 데 없이 밀려들고 있다.
밀리고 밀려 벼랑 끝에서 떨어져 추락하고 있는 우리 측 협상단은 “쌀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쌀 문제는 이미 WTO 내에서 여러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쌀 개방 일정이 나와 있는 상황이고, 이마저 농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추가 개방을 요구한다면 협상단은 당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미국이 부당한 요구를 철회하기를 한 달이고 일 년이고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협상의 상식이다. 그런데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지 않으면서 어떻게 “쌀만은 지키겠다”는 것인가? 이미 농산품의 예외없는 관세 폐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추락하고 있는 우리 측 협상단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빌트-인’ 협상을 말하고 있다. 이는 일단 협정을 체결하고, 추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이야기이다. 얻을 것을 다 얻은 미국이 개성공단 문제를 못받겠다고 하면 이를 관철할 담보가 없다. 즉, 개성공단은 포기된 것이며, ‘빌트-인’ 운운은 사실상 놓친 것을 마치 ‘얻은 것’인 양 위장하기 위한 사기술일 뿐이다.
왜 이런 식의 말도 안되는 마구 퍼준 결과가 나오는가? 간단하다. 무조건 미 TPA 시한 내에 타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TPA 시한은 미 협상단에 불리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시한이 우리 측에 불리한 사안이 되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은 “미국이 한미FTA를 하고 싶어하면 하고, 하기 싫으면 관두라”고 이야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당연히 미국은 강짜를 부리고 우리 측은 퍼주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한미FTA 협상은 ‘잘못된 퍼주기 협상’의 교범으로 전세계 통상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상대국이 요구하는 핵심 사안들을 내주며 협상을 시작하고(4대 선결조건!), 상대국의 협상 시한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이용당하고(협상시한 내 타결!), 협상단이 국민의 의혹에 대해 상대국의 이익을 대변하고(글로벌 스탠다드!), 살려 달라며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억압해(집회 금지와 원천봉쇄!) 묻지마 타결을 하고 있는 이 웃지 못할 블랙코메디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전세계 통상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코메디 협상을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하루빨리 제 정신으로 돌아와, 이 망국적 협상을 중단하고, 남은 임기 관리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2007년 3월 29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