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은 ‘환자들의 선택권’을 핑계로,
공공병원으로서 자기책임을 회피하고,
간병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기만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 9일부터 경북대 간병노동자들은 병원로비에서 ‘도시락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간병노동자들이 이렇게 농성에 나선 것은 경북대병원이 그동안 간병노동자에게 지급하던 식권지급을 중단하고, 간병사무실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병서비스 질 관리와 환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 유료간병소개업체 도입을 통해 경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경북대병원 스스로 환자 치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이를 간병노동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유료간병소개업체를 도입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10년 동안 간병노동자를 공개채용방식으로 근로계약서까지 써가며 고용해왔고, 병원이 직접 간병노동자들을 교육, 관리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6년 갑자기 간병인회가 유료 간병소개업체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강압 추진하였다. 이는 경북대병원이 간병사고 발생 시의 책임과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1년간 유료 간병소개업체를 통해 운영하게 되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증가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병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유료소개업체를 들여와 경쟁체계를 도입하면 해결될 문제인양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2003년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알려졌듯이, 유료소개업체는 간병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간병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로 인해 간병서비스의 질 하락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유료소개업체는 법에서 허용한 3만원의 월회비 이외에도 등록비, 교육비, 옷, 신발 등의 명목으로 중간착취를 일삼고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 유료소개업체들은 더 많은 소개비를 받아내 이윤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지, 환자의 치료에는 아무런 관심도,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간착취로 인해 안그래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병원에서 24시간 일하는 간병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또한 직업안정법상 소개업체는 간병 소개 및 알선 이외에 간병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관리․감독 모두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만약 한다면 불법이기도 하거니와 사고 발생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간병은 치료과정에서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의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간병노동자들은 수간호사나 병원의 지시와 감독 하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경북대병원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병원이 간병노동자를 직접 교육, 관리․감독하는 것은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기 위해서 병원이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인 것이다. 결국 2006년부터 경북대병원이 유료간병소개업체를 들여오고자 한 것은,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2006년 환자들의 불만은 간병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가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간병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관리․감독의 부실로 나타난 결과이지, ‘경쟁적 체계’가 없어서가 아닌 셈이다. 환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안전하게 치료받고 건강해지는 것이지,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려 시장에서 줄세워진 간병노동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경북대 병원은 알아야 할 것이다.
간병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간병서비스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노인요양보험법 제정, ‘보호자 없는 병동’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간병노동의 중요성과 사회적 필요가 증가함에 따라 간병노동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논의에서 간병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권리는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현재 간병노동자는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아무런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병원에서 일하면서도 병원에는 간병노동자가 편안하게 쉴 곳도 밥 먹을 곳조차 없다. 또한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해, 정작 자신은 간병과정에서 허리를 다치거나 감염이 되어도 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대 간병노동자들이 지난달 16일 노조에 가입하고, 환자 부담만 증가시키는 중간착취를 없애기 위해 무료소개소 ‘희망간병’을 통해 일하고자 했다. 이러한 간병노동자들의 자구적인 노력에 대해 경북대병원은 식권 지급을 중단하는 등 치사하다 싶은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간병은 대인 서비스 노동이기 때문에 그 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조건이 서비스의 질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간병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때 환자들도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경북대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고 간병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간병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성실히 교섭에 나서고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경북대병원은 간병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라!
- 경북대병원은 유료간병소개업체 도입을 중단하라!
- 경북대병원은 간병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2007년 7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