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필리핀의 정치살인 및 노동탄압을 규탄한다!
2001년 이후, 필리핀에서는 무려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 현재 전쟁상태인 국가를 제외하고 가장 최악의 인권침해로 기록되고 있는 필리핀에서의 정치살인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인권문제로 비화되었고 전 세계 곳곳에서 정치살인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비극적인 정치살인은 지속되고 있으며, 그 해결책조차 잘 보이고 있지 않다. 오늘 한국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다시 한번 이 야만적인 죽음의 행렬을 끝장내기 위하여 필리핀 대사관 앞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와 필리핀정부가 자체적으로 구성하여 활동한 멜로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1,000명이 넘는 희생자의 배후에는 필리핀 군부가 있음이 지적되어 있다. 또한 지난 6월 ILO 연차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는 필리핀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조활동가에 대한 ‘초사법적 살해’(extra-judicial killings)에 관한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고위급 진상조사단’ 파견을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ILO 진상조사단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필리핀 군부와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는 아로요정권이 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로요 정권은 오히려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필리핀 진보정당 활동가와 지지세력인 노조원 및 농민활동가들에 대해 정치적 살해를 포함해 집중적인 탄압을 자행하였다.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감추기 위하여 1,000명이 넘는 사람을 희생시킨 아로요 정권에게 유일한 버팀목은 필리핀 군부와 미국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에서 나타나듯이 전 세계를 불행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은 대테러 전쟁을 명분으로 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침략이다. 고작 200명도 채 안되는 필리핀 내 무슬림 무장세력 “아부사예프”가 탈레반과 연계되었다는 핑계로 다시 필리핀에 진주한 미군은 아로요정권이 무모한 정치살인을 감행하게 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그 결과, 소위 ‘자유수호작전’이란 이름 아래에서 무고한 민간인까지 마음대로 살해하는 정치 살인이 횡행하게 되었으며, 필리핀 군부는 이를 ‘국가의 적’을 제거하는 행위로 강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패권적 강요에 추종하고 있는 아로요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역시 이 살인의 배후에 놓여있다. 2005년 10월에 발생한 전 네슬레노조 위원장 포르투나씨 살해사건을 비롯하여 76명이나 되는 노조활동가들이 살해당해야만 했던 것 역시, 높은 실업률과 물가, 저임금에 고통 받고 있는 필리핀 민중들의 정당한 저항을 억누르려는 대테러전쟁을 빙자한 미제국주의의 군사패권적 위협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는 반민중적 사대매국 정책의 결과였던 것이다.
아로요 정권은 자신들이 자행한 정치살인을 반성하기는커녕, 올해 7월부터 새로운 안보법을 발효함으로써 필리핀 민중들의 생명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대중들을 불안하게 하거나 위협하면 테러로 간주하고 40년까지 복역할 수 있다는 해괴한 이 법에 대해, 유엔특별보고관은 “정치살인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마저도 테러로 규정하여 탄압하겠다는 아로요정권의 뻔뻔함은 곧 비극적 말로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살해위협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필리핀 노동자민중들을 인권과 생존을 위해, 미일제국주의에 의해 지난 세기 동안 식민과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 민중들은 이제 제국주의 군사침략동맹과 신자유주의로 고통 받는 아시아 민중들과 함께 연대하겠다는 의지로 다음과 같이 필리핀 정부에 요구하는 바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강력한 연대투쟁에 나설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하나, 필리핀 정부는 노조활동가를 포함한 진보적 활동가들에 대한 정치살인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필리핀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 나서라!
하나, 필리핀 정부는 초사법적 살해에 관한 ILO의 ‘고위급 진상조사단’을 조건 없이 수용하라!
하나, 미국과 필리핀 정부는 ‘대테러전쟁’을 빙자한 군사주의적 국가테러를 즉각 중단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둔 미군기지를 즉각 철수하라!
하나, 필리핀 정부는 정의와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라!
하나, 아시아 노동자민중 연대하여 미제국주의 몰아내고 자주와 평화를 실현하자!
2007년 8월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국제민주연대, 사회진보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WSL) 한국위원회, 한국진보연대(준), 필리핀 이주공동체 카사마코, 미일제국주의 아시아 침략과 지배를 반대하는 범아시아캠페인(AWC) 한국위원회, 범민련 남측본부, 노동넷, 문화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 한국진보연대(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민주노동당,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전국여성연대(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인권회관,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족화합운동연합(사),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불교평화연대,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남측본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통일광장, 평화재향군인회,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1세기코리아연구소,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경기연대(준), 경남진보연합, 광주전남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