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종태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노동기본권 보장․비정규직 철폐․대한통운 노조탄압 분쇄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노동절과 촛불 1주년 집회에 가해진 경찰의 폭력진압이 있던 다음날, 우리는 또 다른 비보를 접해야 했습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1지회장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고 박종태 열사는 지난 5월3일 대전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 야산에서 ‘대한통운은 노동조합 탄압을 중단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건 채 목을 매 자결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고 박종태 열사의 자결은 대한통운의 치밀한 노조탄압과 자본의 황견인 경찰의 폭력,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 탄압이 불러온 비극이며, 타살입니다. 우리는 고 박종태 열사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뜻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비정규직 철폐, 대한통운 노조탄압 분쇄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엄중히 밝힙니다.
고 박종태 열사가 몸담았던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 노조입니다. 현대판 노예로 불리는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헌법이 정한 노동3권마저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가 바로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고 박종태 열사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 투쟁해 왔으며, 대한통운과 금호그룹 자본에 맞서 헌신적인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하지만 대한통운은 운송료를 인상키로 한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이를 삭감하는가 하면,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을 오히려 집단해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경찰은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등의 명목으로 고인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항의집회에 나선 조합원들을 연일 수십명씩 줄연행했습니다. 법도 없고, 상식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연이은 탄압뿐이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대한통운․금호그룹 자본과 폭력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비극의 배경에는 특수고용노동자 탄압에 혈안이 돼왔던 노동부에게도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밝힙니다. 현장 노동자들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화물․건설 등 특수고용직노조에 대한 탄압을 연일 반복했습니다. 이미 8년 동안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노조에 대해 ‘노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벌이고 설립신고증 반려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는 노조탄압 이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난 행정기관인 노동부의 이와 같은 태도는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범입니다.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 합시다’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됩니다’ ‘길거리로 나선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고인이 유서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나라, 길거리로 내몰려 아무리 외쳐도 자본과 정권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라가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비극을 넘어 재앙입니다.
우리는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원직복직 쟁취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가칭)’을 함께 꾸리고, 공동대응에 나설 것입니다. 공동대응은 당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며, 그 때까지는 장례를 치를 수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대책위와 민주노총은 오는 6일과 9일 대전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한통운에 맞선 투쟁을 펼치겠습니다. 투쟁은 한 두 번의 집회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화물연대는 이미 조직을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투쟁본부’로 전환했으며, 민주노총 역시 투쟁지침 1호를 발동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싸움은 모든 노동자가 참여하고, 전 민중이 함께하는 완강하고 끈질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고인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싸워 나가겠습니다. 대한통운의 노조탄압을 박살내고, 모든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동3권을 완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고인의 열 살배기 딸과 일곱 살배기 아들이 자랐을 때에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이란 단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고인을 대신해 열사의 몫까지 싸우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통운은 열사의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즉각 사죄하라!
․대한통운은 화물연대 탄압과 운송료 인하조치를 중단하고, 집단해고 택배노동자를 전원 원직복직 조치하라!
․경찰은 살인적인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화물연대 노동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즉각 철회하라!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