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내몬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 규탄한다
우리는 지금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 앞에 서 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가산동 소재 사업장에 출입국 단속직원이 들이닥쳤고 무자비한 단속은 결국 베트남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는 2002년 한국에 들어와 영세한 중소사업장에서 묵묵히 일한 이주노동자다. 얼마 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이제 겨우 4개월 된 아이의 아빠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자 없이 일했다는 이유로 그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이유를 들어 한국정부는 남겨진 가족과 아무것도 모를 아이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또한, 한 가정을 파탄으로 이끌고 젊은 인생을 앗아간 한국 정부는 지금 어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법무부는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무자비한 단속의 칼날 앞에 저항할 힘조차 없는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도 어떠한 법적 도의적 책임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법적절차와 안전장치도 없이 벌어진 이번 단속은 그 결과가 예견된 것이었다. 출입국 직원은 영장제시나 사전고지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주노동자 색출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4m 높이 2층 건물을 토끼몰이 하듯 포위하며 창밖으로 피신할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출입구를 원천봉쇄 당한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창문밖에 없었으며 이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음이 예견된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무리한 단속이 불러온 명백한 잘못임을 인정해야 한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법무부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단속으로 빚어진 죽음 앞에서 법무부는 너무도 태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건을 방치한 채 아무런 후속조치나 사태수습 등 입장표명이 없다. 이는 책임소재를 떠나 인간의 죽음 앞에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도 망각한 행태다.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꼴이다.
인권을 무시한 무자비한 단속은 언제든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고 너무나 빈번히 신체적 위험에 노출시켜왔다. 시민사회단체는 결코 단속으로 미등록노동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해 왔다. 또한 결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며 G20의 성공적 개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강조하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G20을 빌미로 대대적인 단속을 강행해 왔으며 단속이 가져올 불상사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다. 이 역시 예견된 재앙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망 사건이 정부가 G20을 명분 삼아 지난 6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을 벌여온 것의 직접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강압적이고 야만적 단속이 지속되는 한 제2의 제3의 불행한 죽음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오히려 단속의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불법적 관행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은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최소한의 절차와 원칙도 무시하겠다는 논리로 금번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오히려 확대시킬 뿐이다.
한국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겠다면서 오히려 국제적이고 보편적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그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이것이 G20의 국격을 논하는 한 국가의 현실인가? G-20이 사람이 우선이라면서 법무부는 단속이 우선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비자 없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막다른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또한, 대한민국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이번 출입국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건조물 무단침입 및 단속과정에서 드러난 안전조치 미비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일로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을 그 유가족에게 위로는 물론 심적, 물적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법무부는 즉각,
G20 정상회의를 명분 삼은 이주노동자 탄압 및 집중단속을 중단하고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10년 11월 5일
이주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