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동권 탄압에 제동을 건
인천 태흥건설 베트남 건설노동자 파업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지난해 인천 태흥건설산업 베트남 노동자 파업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10인의 베트남 노동자에 대한 1심판결은 지난해 6월 23일에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한국 및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으며 이러한 관심과 지지에 힘 입어 이들 노동자들은 1심 판결에서 ‘업무방해’와 관련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기타 파업사건과 무관한 사안으로 선고유예, 벌금형 등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인천 태흥건설산업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180여 명에 달하는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이 야간조와 주간조로 나뉘어 물막이 구조물 제작의 철근 작업, 콘크리트 타설, 미장 작업 등 건설과 관련된 노동에서도 그 업무의 강도가 매우 중한 작업들을 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만을 지급받았을 뿐 아니라 한달에 24만원에 달하는 식대를 공제하고, 식사의 질 또한 매우 열악하여 두차례의 걸친 자발적파업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은 10인의 베트남노동자를 주동자로 지목하였고, 인천지검은 이들 노동자를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였던 것이다.
1심 판결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들 10인의 노동자에 대해 검찰은 곧바로 항소를 하였고, 2012년 4월 20일 항소심 재판부는 노동자들에 대해 무죄와 벌금형으로 그 형을 또다시 대폭 경감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여 4월 27일 대법원 ‘업무방해’에 관련 무죄판결에 대해 상고를 결정했다.
그동안, 우리는 베트남 노동자 파업사건이 경찰의 실적위주의 짜집기 수사로 인해 만들어진 사건이며, 이주노동자의 생존권적 파업을 두고 이주노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검찰의 의도적 기소로 진행된 사건임을 밝히고 규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반성의 기색 없이 이들 이주노동자들에게 ‘업무방해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던 것이다.
10월 11일 대법원(재판부 제3부(가))은 검찰의 상고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대법판결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주목하고자 한다.
검찰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다 못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베트남 건설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주장하며 탄압하고자 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동자로 지목된 10인의 노동자에 대해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심산으로 집요하게 재판을 끌고 나갔다. 이는 앞으로 더욱 거세게 진행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확보 투쟁을 탄압할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검찰의 시도는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확보 투쟁에 있어서공권력이 노동자들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던 반노동적 ‘업무방해죄’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겼다.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된 검․경의 조사와 법원의 재판으로 인해 구속되어 재판받았던 10인의 노동자 중 3인의 노동자는 이미 베트남으로 출국되었고, 1인의 노동자는 이 땅에서 노동할 수 있는 체류비자를 상실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10인의 노동자와 파업에 함께 참여했던 170여명의 베트남노동자 동료들은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을 위해 투쟁했던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으며 지지받아 마땅하는 것을 입증하였다.
우리는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이번 베트남 건설노동자의 투쟁이 그 정당성을 확인받음에 따라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확보 투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2012년 10월 12일
검경의 인종차별적 수사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베트남 이주노동자 10인의 무죄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서울경기인천지역이주노동자노동조합,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