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협, 요금 폭등, 재벌 특혜, 혈세 낭비
공공부문 민영화에 반대한다!
오늘 2월 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수백명의 생령들이 스러져 간 오늘 우리는 철도 안전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안전, 편리하고 값싼 이용, 지속가능한 서비스 체계, 바로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서비스의 주요 특징이다. 그러나 오늘, 철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익 추구를 제일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게 철도 등 공공부문을 넘기는 것, 바로 안전과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공부문이 해체되고 있다. 국민 대통합을 내건 새정부가 출범하려는 마당에 국민의 기본권의 보루로서의 공공부문이 재벌들에게 팔려나가려 하고 있다. ‘통합’의 이면에서 사회를 해체하고 국민들의 일상 삶을 나락으로 몰아넣는 공공부문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기간산업 등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 선진화라 이름을 바꾼 채, 혹은 경쟁 도입, 독점 타파라는 미명 하에 공공부문을 팔아치우려 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무서워 민영화를 민영화라 부르지도 못하면서 이제 공공부문 민영화를 최종 단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을 앞둔 권력 교체기가 이 정부에게는 절호의 기회였고, 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도 이에 대해 별다른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입장조차 밝히고 있지 않다.
수서발 KTX 운영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철도 민영화는 거센 국민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되다가, 대선 직후인 1월 9일 철도 민영화를 전제로 하여 철도 관제권을 철도공사로부터 분리시키는 내용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 이제 2월 19일인 입법예고 시한이 지나면 국무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게 된다. 또한 철도 역사 등의 자산 역시 철도공사에서 ‘회수’하려 하고 있다. 입법예고와 같은 날인 1월 9일 교통연구원과 국토부는 철도공사의 해체, 각 사업영역별 별도 회사로의 분리, 무인 역 확대, 안전인력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은 바 있었다. 결국 국민의 철도는 해체되고 사기업들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검토는 어디에 있는가? 대구지하철 참사를 잊었는가? 민영화 추진에 혈안이 된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에게, 철도 운영에 있어서 안전보다 더 우선한 것은 없다는 상식도 통하지 않는 것인가?
역시 같은 날인 1월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력산업 발전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마찬가지로, 경쟁체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공기업조차도 이윤동기에 입각한 경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월 7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강행되었다. 발전용량의 74.4%를 사기업에 넘긴다는, 신규 발전소 18개 중 12개를 사기업이 맡는다는 것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자발전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 도입을 사기업에게 개방한다는 내용의 법 시행령 개정이 입법예고되어 국무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전력수급계획 상의 민자발전 대폭 확대는 에너지 재벌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 타령도, 전기요금 인상 주장도, 전력대란의 위험성 강조도 결국은 전력 민영화의 필요성의 근거였을 뿐인가?
철도, 에너지 등 굵직한 기간산업 영역의 민영화 한켠에서 면세점 역시 민영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 제일관문이라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산 특산품과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주요한 기능을 담당했던 관광공사 면세점은 여론 눈치보기로 1차 입찰이 유찰된 이후 다시 2월 20일이 시한인 2차 입찰이 강행되고 있다. 부산항 면세점은 계약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화 지침에 따라 민영화 방침이 결정되었다. 선진화는 결국 사기업들에게 공공영역을 넘기는 민영화의 또다른 이름에 다름 아니었다.
의료, 건강보험 등 사회서비스도, 상수도도, 경쟁 도입,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허명으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전에 대한 검증 절차도 무시한 채 졸속적이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청주공항 민영화가 무산되었던 것은 국민의견과 절차를 무시한 민영화 정책의 극명한 단면이라 하겠다. 철도, 전력, 가스, 공항, 면세점, 상수도, 사회서비스 등 국민 생활의 다양한 영역들이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정권 이해에 따라 무리하고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현실과 박근혜 당선인 측의 묵묵부답은 새정부의 소위 국민 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민영화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요금 폭등과 안전 위협, 혈세 낭비 등 국민 생활 전 영역에 걸쳐 민영화의 폐해는 작동한다. 이윤 추구를 제일로 하는 사기업이 안전과 서비스 질 제고에 소홀하게 되리라는 것은, 그리고 이익 보전을 위해 요금을 인상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윤 추구 경로 속에 필연적으로 위치하게 될 외주화와 비정규직 확산, 일자리 불안 등은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국민 모두의 싸움이며, 공공서비스를 팔아치우려는 생각과의, 공공서비스로부터 돈을 벌겠다는 생각과의 싸움이다. 우리 시민사회는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한 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공공서비스는 국민의 것이고, 국민의 것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 새정부에 다시 한번 요구한다. 국민의 권리를 민영화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민영화는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공공부문 민영화에 반대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민영화 중단과 공공서비스 강화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1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10주년 추모 및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시민사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