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정부합동 집중단속 즉각 중단하라!
- 정부합동단속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장기체류 보장해야
법무부, 경찰청, 고용노동부, 해양경찰청 등이 합동으로 미등록 체류 외국인에 대한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지난 5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한다고 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집중단속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전국적으로 미등록체류자(소위 불법체류자)가 18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2012년 말 기준 해·수산 분야에 고용된 국내 체류 외국인 선원 1만 6천여 명 중 5,700여명이 근무장소를 무단이탈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정부부처 합동 집중단속 자체가 반인권적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숨진 이주노동자가 지난 10년 간 서른 명이 넘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등 부상을 당한 노동자들은 부지기수이다. 또한 단속과정에서 자행되는 폭행 역시 단속에 근본적으로 내재한 인권침해이다. 2008년 마석공단에서 벌어진 토끼몰이식의 폭력적 단속만 보더라도 주택과 공장에 대한 무단침입, 기물파괴, 폭행, 반여성적 폭력 등이 벌어진다.
둘째,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 없는 한 미등록체류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위 보도자료에서 알 수 있는 것도 국내 체류 외국인 선원 3명 중 1명꼴로 사업장을 이탈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의 이주인권단체인 ‘이주민과 함께’와 국가인권위가 부산경남 지역의 외국인 선원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36%가 산재를 당한 적이 있고 그 가운데 겨우 21%만이 재해보상보험 처리를 받았다.
심지어 산재 보험 처리를 해주는 사업장은 전체의 6% 수준이었다. 외국인 선원의 하루 평균 조업시간은 13.9 시간에 달하는 반면, 이들이 받는 평균 임금은 11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육상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그나마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도 53%에 불과했다. 이렇듯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에 사업장 이탈율이 높은 것이다. 제조업과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한 달에 300시간을 넘게 일 시키고도 월급은 최저임금만 주는 사례조차 발생하는 지경이다. 지독하게 열악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을 정부가 알면서도 그 원인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만을 두고 불법체류자 합동단속 운운하는 것은 미등록 체류를 빌미로 전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지 않으면서 단속추방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고용허가제로 최대 4년 10개월 간 일하고 노동기간이 끝난 이주노동자들이 기간 연장이 되지 않으니 최근에 30% 이상이 미등록 체류를 하고 있다. 이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때부터 누누이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재입국제도를 부랴부랴 정부가 만들었지만 사업장을 한 번도 옮기지 않은 노동자만 대상이 되므로 극히 일부에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단기순환’만을 원칙으로 고집하는 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장기체류의 길을 열지 않고서는 미등록 체류를 해결할 수 없다.
18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체류자들을 정부의 단속으로 내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양산해 왔는데 그 피해를 이주노동자에게만 전가시키는 것도 지극히 부당하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합법화, 장기체류 보장 등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경제위기가 오거나 실업자가 늘어날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불법체류자들이 매우 늘어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면서 화살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돌리곤 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러한 집중단속은 또다시 이주노동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와 부상, 심지어 죽음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집중단속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서 임금체불, 산재, 사업장 내 폭언 및 폭행, 성폭력, 차별, 인격무시 등을 개선해야 하고 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장기체류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반인권적인 정부합동 집중단속 즉각 중단하라! 이주공동행동은 단속추방 중단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2013년 5월 21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