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지지 및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철도파업이 10일째를 맞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코레일 자회사 설립을 통한 철도민영화가 분명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민영화가 아니라고 부인하며 철도노동자들에 대한 전대미문의 탄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더해 박근혜정부는 지난 12월 13일 보건의료부문의 4차 투자활성화대책(이하 보건의료투자대책)을 통해 전면적인 의료민영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병원 부대사업 자회사 영리기업 허용, 영리부대사업 전면확대, 병원 인수합병 허용 등을 통해 사실상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은 물론 약국의 영리법인 등이 포함된 내용이다. 우리는 철도, 의료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공공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이를 사기업에 넘기는 민영화조치에 반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박근혜정부 방침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여 의료비를 폭등시키는 정책이다.
정부는 병원의 부대사업범위를 지금까지의 ‘환자 및 병원직원 편의를 위한 사업’을 넘어 거의 모든 의료관련 사업으로 전면 확대하고 이를 병원 자회사로 영리기업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병원을 환자를 치료하는 공익적 비영리기관에서 종합적인 영리사업체로 변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자회사가 돈을 벌어 병원의 진료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자회사가 돈을 버는 것은 다름 아닌 병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리사업이다. 당연히 의료비가 폭등한다. 영리기업인 자회사가 병원에 건물을 임대해서 수익을 남기려면 병원은 그 임대료를 벌기위해 의료비를 높여야 한다. 또 자회사가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의약품 등을 리스하거나 공급하는 사업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병원이 그만큼 환자들에게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사용료를 더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자회사의 수익을 올리려면 병원이 더욱 영리를 추구해야 하고 이는 자회사의 외부자본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배당도 허용되기 때문에 더욱 강제될 것이다. 영리병원은 투자자에 대한 수익배당을 하는 병원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병원자회사를 영리기업으로 한다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박근혜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영리병원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다.
둘째 병원의 영리형 부대사업 전면 확대는 부적절한 진료를 부추긴다.
정부가 내 놓은 자기업 부대사업 확대범위에는 헬스클럽, 온천장, 바이오산업은 물론 건강식품, 화장품 사업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박근혜정부의 분류에 따르면 ‘사람의 몸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사업’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 모르나 건강을 위한 의료행위와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다. 게다가 병원에서 이러한 사업을 부대사업, 그것도 영리기업으로 하게 되면 치료를 받는 약자의 입장에 있는 환자들이 이 부대사업의 이용을 강요 받게 된다.
벌써부터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줄기세포치료, 수치료, 알로마쎄라피 등이 병원 이름으로 환자에게 강요되는 일들이 횡횡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아예 병원의 부대 영리기업으로 확장해 주면 환자에게 검증도 되지 않은 치료가 행해지고 건강식품, 화장품 이용까지 강매가 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의료비를 상승만 아니라 부적절한 진료를 부추기는 것이다. 의료윤리로 보아도 이러한 방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셋째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체인형 영리병원으로 대기업의 병원지배를 초래한다.
현재 법인병원은 해산할 경우 그 재산이 국고에 회수된다. 이는 법인병원의 세금혜택이나 건강보험료와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 지위를 고려하여 그 자산을 국고자산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이 비영리병원들을 사고 팔수 있는 상품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원간 인수합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병원들을 영리병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수합병을 통해 만들어지는 병원체인은 대규모자본을 동원해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대기업, 즉 재벌들만이 그 지배가 가능할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대기업체인병원이 가능해지고 이 대규모체인병원이 자회사를 통한 투자와 수익배당이 가능해지면 이것이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보건산업진흥원은 2009년 개인병원 5%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연 1조원의 의료비가 상승하고 50-100개의 병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인병원의 인수합병이 허용되고 자회사를 통한 사실상의 영리병원화가 가능해지면 이것이 미칠 의료비 인상은 이보다도 훨씬 커서 그야말로 폭등 수준이고 이는 건강보험재정과 건강보험체계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드러날 것이다.
넷째 약국 영리법인 허용은 약제비 인상을 초래할 것이다.
현재 약국은 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있지 않으나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의약품 보상과 약사들의 약제비 지불등으로 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법인 약국 설립 허용에 대한 판결은 당연히 비영리법인 약국 설립으로 해석되는 것이 옳다. 영리법인 약국은 그 영리적 속성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의 약제비 인상을 초래할 것이고 그 조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중대한 변화를 법개정없이 추진하는 것은 행정독재다.
박근혜정부는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중대한 정책의 추진을 법개정도 없이 국회를 거치지도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국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며 행정편의주의를 넘어선 행정독재다. 철도민영화와 마찬가지로 자회사를 통한 영리화, 민영화를 추진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의료민영화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무시하려는 것은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는 행위다.
우리는 이러한 점에서 박근혜정부가 11월 13일 발표한 보건의료투자대책이 이전 어떤 정부가 취한 의료민영화 보다도 더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방침으로 규정한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의료투자대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철도와 의료는 국민의 것이다. 철도와 의료를 민영화하고 상업화하는 박근혜정부는 철도이용료와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민영화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며 이를 불법으로 몰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자 탄압이야 말로 불법적이고 그 정당성이 없다. 우리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함을 분명히 밝히고 박근혜정부가 당장 철도민영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보건의료투자대책으로 발표된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우리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단결된 투쟁으로 철도․ 의료민영화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공공부문 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