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전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곧 지회와 함께 할 전국의 엔지니어 동료 여러분!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경총 대표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싸인하였습니다. 협상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이기에 마지막까지도 조합원들께 미리 공유 못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종범 열사와 전체 조합원들의 뜻을 중심에 놓고 판단했음을 말씀드립니다.
합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보장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생활 임금을 보장하고, 업무 차량 리스와 더불어 유류비 실비 지급 ▲건당 수수료 및 월급제에 관해서 임단협에서 성실하게 논의 ▲노조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향후 불이익 금지 ▲유족 보상 ▲ 이제근 천안센터장의 귀책 사항 재계약 반영 입니다.
이번 협상안 싸인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교섭 중인 황용연 경총 교섭대표가 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사가 직접 싸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개선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협의하고 유족에 대해 보상한 실질적인 주체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제품을 고치고, 삼성전자서비스 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간접적 업무지시를 받고 있는 96퍼센트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아니면 누가 삼성전자의 AS노동자이겠습니까. 삼성전자가 소비자로부터 갈취한 1조원 이상의 부당이득은 누구의 노동으로부터 나온 것입니까? 만천하가 다 압니다.
개선안은 지회 설립 이후 지난 5개월 여 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의 강력하고 단결된 투쟁을 통해 요구되어왔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개선 요구 내용으로서, 최근 무성한 소문을 통해 흘러나왔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합의안이 도출된 것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이 개선안은 본사 방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3월 1일 이후의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표적감사 등 탄압으로 일관했던 조합원에 대한 탄압 역시 어떻게 변화될지 예의주시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이를 근거로 똑똑히 감시하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자신감 갖고 임금및단체협상안 투쟁에 임할 수 있습니다.
최종범 열사는 지회 설립 과정에서부터 함께 한 우리의 가장 뜨거운 동료였습니다. 우리는 그가 지회 설립 총회에서 보여준 뜨거운 외침을, 자신의 차량 위에 올라가 두 팔 높이 피켓을 번쩍 들었던 그 기세를, 이제는 음성으로만 남은 그의 노래소리를, 구호를, 눈물을, 외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열사는 삼성에서 민주노조를 만드는 것만이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31일 전국의 동료들과 국민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자신의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종범 열사는 동료들이 표적감사와 부당노동행위로 동료들이 탄압받고 있을때 우리를 지켜주었습니다. 우리가 흔들리고 힘들어할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단결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을 던졌습니다. 이제 그는 우리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이고, 우리가 끝까지 승리를 놓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우리 한 가운데 서있는 하나의 나침반입니다.
열사가 길을 열어주었고, 우리가 단결해서 쉴 틈 없이 투쟁했습니다. 매일 센터 앞에서, 서초동 본사 앞에서, 시내 곳곳에서 우리는 시민들을 만나고, 사측과 당당하게 대결했습니다. 바지사장을 넘어 본사와 맞상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부당한 이익구조가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를 수탈해왔음을 폭로해왔습니다. 이제 우리들의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민주노조 사수 투쟁은 삼성을 넘어 전 국민이 지지하는 투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자본이 바라는 것은 노동자들이 서로 분열하고 갈등하고 경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바라는대로 행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돕고, 이해하고, 소통하며, 어깨동무할 것입니다. 동료들과 갖고 있었던 그간의 해묵은 감정, 자본이 조장한 경쟁 질서 모두 털어냅시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서 악수하고, 소통합시다. 그리고 기어이 함께 합시다. 그것이 최종범 열사의 뜻 입니다. 우리 이번 협상안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습니다. 열사의 꿈을 잇는 투쟁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최종범 열사 장례를 치루고 그를 하늘로 보내면 이제 그를 우리 가슴 속에 묻고 기억합시다. 최종범 열사는 항상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동료 여러분! 노동조합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비조합원이나 미조직센터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위의 기초적인 개선안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이 개선은 우리의 출발일 뿐이며, 최종범 열사의 꿈을 잇는 전쟁의 서막일 뿐입니다. 이제는 모두의 꿈이 된 그 꿈, 삼성에서 민주노조 깃발 꽂고 인간답게 살겠다는 그 꿈, 힘차게 쟁취해나갑시다. 비조합원, 미조직센터를 당차게 만나고, 품 넓게 포용합시다. 보라고! 노동조합이 바꾸고 있지 않느냐고 당당하게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실천하고, 더 많이 웃읍시다!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에게 2013년이 인간선언의 해였다면, 2014년은 거대한 변화가 전개되는 해로 만듭시다!
최종범의 꿈, 우리 모두의 꿈!
삼성을 바꾸고 우리 삶을 바꾸자!
열사정신 계승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
투쟁!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 및 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