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고...계속?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 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도통제를 중단하고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에 힘쓰라
아직도 실종자 29명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들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은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바다는 통곡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하루에 10명씩 운구차가 실려 나가는 안산 단원고의 비극을 전 국민이 보고 있다. 기울어가는 배처럼 가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은 슬픔과 분노로 물들어 가는데, 정부는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보다 급한 것이 있나보다. “대통령의 마음을 보살피고 정권의 안위를 돌보는 것” 그러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그리고 분향소와 심지어 장례식장에 경찰들을 대거 배치하여 실종자 가족과 추모 시민들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들이 세월호 추모 집회를 감시하고 주최자를 겁박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현장에서는 언론 취재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SNS 단속을 지시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가 SNS에서 시민들의 발언을 위축시키려 시도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진 대통령 비판 글이 삭제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천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어 시민들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있다.
정부는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홍모씨를 구속한 이후 유언비어 대응을 언론 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행위들이야 말로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온라인과 거리에서 외치는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정부와 경찰의 활동은 중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정부는 알권리와 기억할 권리, 시민 스스로 판단할 정보 통제의 권리 모두를 침해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인터넷과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가 널리 알려져 국제적인 망신살을 자초했다. 이번에 일어난 중대한 참사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언론과 시민들을 발언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반인권 반민주주의적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지금 온 힘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언론 통제와 시민 감시가 아니다. 조속한 실종자 구조와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을 불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책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책임,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인권침해의 책임 모두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원봉사자가 자살하고 유가족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현재 진행형의 비극 앞에서 치유와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죽었다. 그런데 지금도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알려고도 하지말고 모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며, 애통해하지도 말라고 한다. KBS와 청와대를 향한 유가족들을 경찰 방패로 막았다. 사장까지 나와서 사죄한다면서 KBS보도국장 사표는 수리하지도 않았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점철된 공영방송이며, 청와대라면 누가 그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입 다물겠는가.
정부와 경찰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가 가만히 있는 동안 오히려 추모와 애도, 진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시민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참담한 실패보다 앞선 이들의 애도와 실천을 배워라.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그것이 지금 필요하다.
그리고 걱정하고 있으라.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201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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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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