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동자의 잇따른 자살과 시신탈취
삼성과 정권에게 묻는다
오늘 우리는 비통하고 처참한 심정으로 이곳에 섰다. 5월 17일 2010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서 서비스기사로 일하던 염호석 열사가 죽음을 선택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삼성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두 명의 젊은 서비스시기사가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독재 정권에서도 쉽지 않았던 시신 탈취가 아무런 사전 협의나 요청도 없이 백주대낮에 벌어졌고, 이를 막으려는 동료들을 경찰서로 끌고 갔다. 이 기막힌 일이 왜 벌어졌는가? 이 황망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삼성에게 묻는다. 왜 초일류기업 삼성에서 앞날이 창창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꿈조차 펼쳐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가? 왜 최대 재벌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난해서 못살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산더미처럼 쌓인 동료 아버지의 병원비를 부탁하는 유서는 남기고 자결해야 하는가?
우리는 삼성에게 묻는다. 염호석 분회장은 노조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달라고 했고, 아버지에게 보낸 유서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 장례를 치러달라고 했다. 아버지도 아들의 뜻에 동의하시고 강릉에서 서울로 아들을 옮겨왔고, 유가족 위임장을 작성했다. 그런데 아들의 뜻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버지가 갑자기 시신인도요청을 했는가? 삼성은 염호석 분회장의 부친과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는가? 삼성전자 상황실이라는 곳에서 시신이 도착하지 전부터 장례식장에 전화를 해 동태를 파악하고, 삼성전자 직원이 장례식장에 상주하며 감시한 일은 무엇 때문인가? 삼성은 염호석 열사가 자결한 날부터 1박2일 동안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묻는다. 왜 158조가 넘는 매출액을 기록한 삼성의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푸르른 나이의 노동자들이 아이와 아내, 부모를 남기고 떠나가고 있는가? 왜 30조가 넘는 순이익을 남기는 삼성의 서비스 기사들이 성수기에는 새벽부터 새벽까지 일하고, 비수기에는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아야 하는가? 삼성의 지시를 받고 삼성전자제품을 고치는 노동자들이 왜 삼성의 직원이 아니고 하청업체 비정규직인가? 이것이 이병철과 이건희가 알려준 경영 방침인가?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경찰에게 묻는다. 염호석 분회장은 “제가 속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 장례를 치러 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겼고 동료들은 그의 유언에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아들의 동료들이 아버지를 감금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엄청난 규모의 경찰이 나타나 폭력적으로 시신을 탈취한 것인가? 언제부터 300명이 넘는 경찰을 침탈을 위해 대기시켜 놓았는가?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경찰에게 묻는다. 고인의 부친께서 경찰을 요청했지만 노조 간부들이 아버님을 설득해 경찰 침탈을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이라는 진짜 전시 상황에서는 구경만 하던 경찰이 아버님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신탈취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염호석 열사의 시신과 유서가 발견된 후부터 시신탈취까지 경찰은 누구와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고, 누구의 지시를 받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는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양산분회장의 자결에서부터 시신탈취까지 만 하루 동안 경찰과 삼성, 장례식장과 유족의 통과기록만 살펴봐도 누가 유착하여 이번 일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담화문에서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쌓이고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해경과 세월호의 민관유착은 박근혜 정권과 삼성의 민관유착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하다. 재벌과 자본의 탐욕을 위해서 온갖 규제를 풀어주고, 삼성전자서비스와 같은 업무를 하청화, 비정규직화해 재벌의 배를 채워준 것은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염호석. 삼성의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 제품을 고치던 노동자였던 그는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월세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조에 가입해 인간답게 살아보겠다며 양산센터 분회장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그는 자신의 3월 월급 70만원, 4월 월급이 41만원이었지만 동료를 더 걱정하며 “저희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 마련 부탁드립니다”라고 유서를 남겼다.
염호석 열사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친다”며 숭고하고 의로운 죽음을 선택했다. 역사와 정의는 탐욕의 자본 삼성과 박근혜 정권이 그에게 저지른 만행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우리는 염호석 열사의 고귀한 정신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열사의 정신을 지키고, 열사의 염원대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다.
공정사회파괴노동인권탄압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인권운동공간활, 천주교인권위원회,전북평화인권연대,울산인권운동연대, 동성애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