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우리 가족들은 진도체육관, 팽목항에서 청와대까지, 그리고 국회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여당과 야당 원내대표들은 세월호의 선장이나 1등 항해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밤새 기다리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지방에 일이 있다고 떠났고, 야당 원내대표는 이러한 여당 원내대표를 본인이 양해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두 대표의 행동이 세월호 선장과 1등 항해사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과 정책부재로 인하여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문제해결은 못 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역시 학생들, 선생님들, 일반인들, 승무원들을 버리고 차가운 바다 속에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친 세월호 승무원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가족들은 진도체육관, 팽목항에서처럼 눈물 나는 기다림 속에 국회 바닥에서 하루밤을 지새웠습니다. 국민 여러분 침몰해가는 국회를 구해주세요. 침몰해가는 대한민국을 구해주세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의 가족들을 구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 관한 가족대책위의 입장 설명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는 어제 여당과 야당에게 아래와 같이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 관한 가족대책위의 입장
1. 즉각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라.
2.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고 성역 없는 투명한 국정조사에 임하라.
3. 국회 국정조사 요구서, 계획서 채택형식과 무관하게 위 특위 가동과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등 채택에 사전 합의하여 본회의,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같은 날에 개최하라.
4.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업무개시와 동시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청취하라.
즉, 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특위를 즉각 가동하되, 이 특위는 1)여당과 야당이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를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2)위와 같은 대상을 조사하기 위한 실질적인 강제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과 충실한 국정조사를 위하여 여당과 야당은 국정조사요구서(계획서)에 반영하던 안하던 증인과 조사대상, 자료 등에 대해 사전에 합의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한 것입니다. 또한 실종자 수색이 신속히 그리고 완벽히 이루어지기 위하여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관심이 필요한 만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첫 행보로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것도 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족대책위의 요구에는 어떤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해타산도 없습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님이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약속하였고, 여당과 야당 모두 성역없는 진상조사가 이루어져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은 어제 국회 회의실 바닥에서 잠을 청하거나 뜬 눈으로 지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여당과 야당은 합의를 하지 못하였는지 의문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진정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재발을 방지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원한다면 가족대책위가 요구한 입장을 당연히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도에서 이미 국가가 우리를 버린 것과 같은 실망감을 느낀바 있는 가족들로 하여금 이제는 국회도 우리를 버렸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당리당략을 따지는 정치꾼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2014년 5월 28일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호 소 문
- 언니가 말야... 기념품 못사올 것 같아... 미안해...
- 얘들아, 살아서 보자. 전부 사랑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살아서 만나자.
- 연극부 사랑함. 다들 사랑해... 진짜 사랑해... 우리 진짜 죽을거 같애.
-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 누나, 사랑해.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한테도 전해줘. 사랑해. 스리지도 잘 안터져. 나 아빠한테 간다.
- 아빠, 지금 저희 층 구조하고 있어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빨리 구조 되서 갈게요.
- 엄마, 엄마. 미안해. 아빠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 우리 반 아이들 잘 있겠지요? 선상에 있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진심입니다. 부디 한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미안해... 사랑해... 보고 싶어요.....
수학여행에 들떠 있다가 영문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한 우리 아이들이 왜 미안해해야 하나요? 원망을 할만도 한데 모두들 한결같이 서로를 걱정하고 부모와 가족에게 미안해하며 채 피어보지도 못한 꽃망울이 스러져 갔습니다. 죄가 있다면 어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것이겠지요.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줄 서라면 줄 선 것이 죄가 되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세상임을 알았기에 저희 부모들, 가족들은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네요. 더 이상 억울하고 허무한 희생이 반복되면 안되겠기에. 우리 아이들, 가족들이 억울한 희생자가 아니라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기에.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울부짖으며 외칩니다.
실종자를 하루 빨리 가족의 품에 돌려달라고. 그래야만 단 한명의 생명도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가 되기 때문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래야만 다시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가 되기 때문에.
당연한 우리의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세요.
말로는 슬프다, 죄송하다, 최선을 다 하겠다 하고 돌아서서 유불리를 계산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들이, 희생된 가족들이 낱낱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하늘에 있는 아들들아, 딸들아.....
정말 미안한건 아빠엄마야. 하지만 이제라도 안미안한 아빠엄마가 되려고 해.
지켜봐 줘. 응원해 줘. 힘을 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게.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