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당국은 대규모 사형선고 철회하고 활동가·기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시위금지법을 즉각 폐지하고 집회·결사·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집트 민중은 2011년, “빵, 자유, 사회 정의”를 요구하며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고 이는 전 세계 민중을 감동시켰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혁명 발발 3년이 지난 지금, 이집트 민중은 큰 어려움에 부딪혀 있다.
독재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노동자와 민중을 짓밟았던 이들이 다시금 권좌에 앉은 것이다. 대통령 엘 시시는 2011년 혁명으로 쫓겨났던 무바라크 정권을 뒷받침하던 군부 출신이다. 엘 시시는 전임 무슬림형제단 정부가 혁명을 배신해서 민중에 의해 쫓겨난 상황을 이용해 권력을 잡았지만, 진정한 혁명 운동을 짓밟으려 한다.
최근 이집트 당국은 무려 1백83명에 달하는 이들에 대한 사형선고를 확정지었다. 이런 끔직한 판결은 지난해에 불과 사흘만에 1천 명 이상 살해한 대규모 시위 진압과, 3월과 4월 각각 5백29명과 6백83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모두 사회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해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위축시키고 혁명 운동을 짓밟으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다. 피고인들이 변호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도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된 이 재판은 무효이고, 사형선고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이집트 당국의 탄압은 전임 무슬림형제단 정권의 지지자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혁명의 대의를 위해 2011년부터 투쟁해 온 노동운동 변호사 마히나이르 엘마스리, 비판적 블로거 알라 압델 파다 등 무슬림형제단 정부에도 맞서 싸운 이들도 대거 구속돼 있다. 이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제정된 시위금지법으로 감옥에 갇혀 있다. 이집트 당국은 시위금지법으로 사실상 모든 반정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민주적 기본권이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이집트 당국이 알라 압델 파다에게 시위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15년 형을 선고한 것을 규탄한다. 그와 다른 시위금지법으로 인한 수감자들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
이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중에 이집트 당국의 또다른 만행이 들려왔다. 군부 쿠데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알자지라>의 기자 3인에게 단지 군과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7년~10년 형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집트 당국은 이들이 ‘거짓 뉴스’로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진정한 의도는 이들을 본보기 삼아 이집트 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이집트 현지의 노동, 사회, 인권 활동가들은 당국의 탄압에 반대하는 국제 연대를 6월 21일 전후로 호소했다. 국제사회는 이에 호응해 이집트 당국의 탄압에 반대하고 나섰다. 6월 20일 그리스, 6월 21일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등에서 각국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BBC>와 미국 <CNN> 등의 언론인들이 <알자지라> 기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우리는 이곳 한국에서도 이집트 활동가들과 수감자들에 연대하고 이집트 당국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이집트 당국은 1백83명에 대한 사형선고를 즉각 철회하라.
-이집트 당국은 시위금지법으로 구속한 이들을 즉각 전원 석방하라.
-이집트 당국은 <알자지라> 기자 3인을 비롯한 모든 언론인을 즉각 석방하라.
-이집트 당국은 시위금지법을 즉각 폐지하고 집회·결사·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2014년 6월 26일
민주노총, 민중의힘, 경계를넘어, 국제민주연대, 나눔문화, 노동자연대, 반전평화연대(준),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된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사회진보연대, 인권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청년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