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연대 긴급 논평]
미국의 공습은 더 큰 비극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지 2년 8개월 만에 다시 군사적 공격을 재개했다.
점령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고 2011년말 이라크에서 철수한 미국은,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ISIL) 모술을 비롯한 이라크 북서부의 주요 도시들을 차례로 점령해가고 댐과 유전을 장악하면서 급속히 팽창하자, 특수부대를 파견한 데 이어 급기야 공습을 단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공습이 ISIL의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지난 달 6월 23일 반전평화연대(준)가 미국의 특수부대 투입을 규탄하면서 밝혔듯이 현재 수십만 명의 피난이나 동족상잔의 비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이 낳은 참혹한 결과다.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중동의 봉건왕조들은 비록 억압적이고 부패했을망정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파 간의 갈등을 이용하는 짓은 감히 2003년 이후의 미국처럼 대대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2003년 미국 주도의 점령 이전에는 시아파와 수니파는 잇따른 분할 통치에도 함께 공존해 왔다. 그러나 2003년부터 종파 간 긴장과 충돌이 서서히 자라났고 2006년에는 극에 달했다.
2003년 점령 이후부터 미국은 이라크의 민족적 저항을 억압하기 위해 분할 통치 전략, 즉 종파 간 갈등을 교묘하게 조장하는 정책을 수행해 왔다. 북부는 쿠르드족, 서부는 수니파, 중·남부는 시아파를 활용한다는 정책이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뒤 과거 영국 제국주의의 분할통치 전략을 그대로 활용했다. 단지 이번엔 수니파와 시아파의 위치가 뒤바뀐 게 차이라면 차이였을 뿐이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이라크 수니파들을 무력화시키면 점령에 대한 저항이 자연스럽게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점령에 맞서 시아파와 수니파 무슬림이 단결할 조짐이 보이자 미군은 분열 전략을 서둘러 실행에 옮겼다. 종파간 분열 조장은 범죄적이었다. 미군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의 고립 장벽 건설과 매우 비슷한 분리장벽을 바그다드에 쌓아 수니파를 사실상 격리시키기는 정책까지 폈다. 그리고 미군은 국가 기구를 분할해서 후세인 정권 하의 수니파들을 축출하고 시아파의 정당들에 이라크를 넘겼다. 억압적 점령 정책 덕분에 등장한 이라크 총리 누리 알 말리키도 종파간 갈등에 편승해서 소수파인 수니파를 배제하고 북부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위협해 갈등을 더 부추겼다.
미군의 종파 간 분열을 조장하는 정책은 비극적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여름 내내 한 달 평균 3천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유혈이 낭자했던 당시의 1차 내전으로 유엔 통계로도 거의 3만5천 명의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미국은 3만 명을 증파하고 바그다드에 주둔하던 수니파 민병대들의 소탕과 무장 해제에 나섰고, 따라서 그 전까지 바그다드 인구의 45%를 차지했던 수니파 주민들은 자신들을 지켜줄 방패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시아파 민병대원들에 의해 대거 ‘청소당한’ 뒤 도시 서쪽의 한구석으로 내몰리거나 시리아와 요르단, 그리고 모술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ISIL은 미국이 키운 괴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ISIL은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데, 이 돈 또한 사실상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축출을 바라는 미국과 그 걸프 동맹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정부, 그리고 쿠웨이트의 부유한 수니파 억만장자한테서 흘러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의 ‘인도주의적 개입’ 또한 순전한 위선일 뿐이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야말로 이라크인들의 삶을 망쳐놨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으로 3백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생겼고,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저스트 포린 폴리시' 통계에 따르면 1,455,59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하디타에서의 민간인을 총살한 미군의 만행, 팔루자에서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한 민간인 학살, 아부그라이브 감옥에서의 미군의 만행 등을 한국의 반전평화 운동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주의”라는 표현을 쓸 자격이 없다.
ISIL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이라크 국민들은 이라크인들을 비참한 삶으로 내몬 미국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반감과 적대감을 갖고 있다. 이라크 점령 정책이 이라크의 분열을 낳은 현재의 비극이기에, 미국의 군사적 재개입과 공습은 더 큰 비극의 파고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공습은 현재 이라크 상황을 해결할 답이기는커녕 더 큰 불안정과 분열을 낳을 것이다. 당장 미국의 공습은 중단돼야 한다.
2014년 8월 9일 반전평화연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