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2.]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방미에 즈음한 공동 기자회견
정부는 사드(THAAD) 배치 수용 말고 평화협상 재개에 앞장서라!
일시: 2014년 9월 12일 (금) 오전 11시
장소: 청와대 청운동사무소 앞
공동주최 :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참여연대, 평통사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
1.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수용 말고,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MOU) 체결을 중단하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이번 방미는 한미안보협의회를 한달 여 앞둔 시점에 이뤄지는 만큼, 최근 논란이 되어 온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사드, THAAD)의 한반도 전개 문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MOU) 체결 문제 등 한미간 현안이 다뤄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국방부는 미국측에서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요청해 온 것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한반도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동의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낮은 요격률은 차치하더라도, 북한 탄도미사일의 주종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애초에 사드의 요격 대상조차 아니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안보효용성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방부는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의 궤도를 높여 사거리를 짧게 만드는 방식으로 한국을 공격해올 수 있다면서 사드 배치의 효용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발사 궤도를 높일 경우 명중률도 낮아지고 탐지와 요격도 쉬워지기 때문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대신 애써 그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방부의 주장은 사드 배치의 명분을 쌓기 위한 왜곡, 과장에 불과하다.
반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최대교역국인 중국은 외교부 차원에서 "한반도에 MD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고,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하였다는 보도도 계속되는 등 전방위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안보 효용성은 없는 반면 주변국과의 갈등을 고조시켜 안보와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 자명한 만큼,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 MD로의 편입을 한사코 부인해 왔다. 그러나 미 MD 체제의 핵심 장비인 사드 배치와 함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체결을 통해 한미, 한일간 MD 체계의 상호운용성, 지휘통제체제의 연계성을 강화하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동북아 MD 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물론이요, 한국은 미국 MD 체계와 작전의 전초기지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체결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일본 재무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국회 및 각계에서 강력히 반대해 온 사안이다.
정부는 한미일 군사정보 MOU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고려하겠다’고 한 만큼, 국회와 각계가 반대하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 정부는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협상 재개에 앞장서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방미기간 중에 미국 백악관 및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밀도있게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압박하며 굴복을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치면서 6자회담을 사실상 외면해 왔으나, 북한은 굴복하기는 커녕 핵무기 보유고를 늘렸고, 정책은 실패하였다. 한미양국이 일방적인 대북압박에만 골몰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협력은 부쩍 확대되고 있으며, 북일 관계도 빠르게 진전되어 심지어 아베 총리의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미국 국무부 관리가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9월 하순에는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유엔 총회 참석차 직접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외관계 개선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미국의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최근 새로이 인선되어 대북접촉에 나선 만큼, 이번 기회를 살려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만일 기존의 압박정책만을 고집하여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4차 핵시험 등 정세가 격화되고 긴장이 고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9일 열린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미국인 억류자의 귀환 등 핵문제 해결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인도적 사안만을 거론하는 데 그쳤는데, 청와대와 백악관의 안보정책 책임자들이 만나는 이번 회동에서까지 변죽만을 울리며 문제해결을 외면해서는 결코 안된다.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당사국들의 안보우려사항을 함께 의제로 올려 비핵화와 적대정책 철회,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해결하는 6자회담의 합의정신을 실현하는 데 있다.
정부는 한반도 당사자로서 6자회담의 합의정신, 평화의 원칙에 기초하여 6자회담을 비롯한 평화협상이 조건 없이, 즉각 개시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2014년 9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