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운운할 자격 없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지원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우리는 김석수 국무총리,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직간접적 발언에 이어 지난 13일 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와의 전화 회담 도중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정신을 중시한다는 입장 아래 이라크 문제에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 사실상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공식적 지지 의사라는 점에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이미 사상 최대의 반미 반전 시위를 통해 세계 시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하등의 명분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실제로 UN 사찰 과정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테러를 지원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미국 역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UN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도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전쟁임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UN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전쟁은 국제법 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대량학살(Genocide)'로 규정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시 1개 공병대대를 파견해 미국을 지원키로 의견을 모으는 등 미국의 대량학살전에 동참하겠다는 구체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국제테러 방지를 위한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한다"는 망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핵의혹 사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며 이라크전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가당착일 따름이다. 왜냐하면 UN 안보리의 결의 없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게 된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 1조의 규정("국제관계에 있어서 UN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UN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을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무현 정부가 진실로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한반도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군사주의적-패권적 개입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라크전을 정당화하는 근거들이 북한에 대해서도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이라크전이 실제로 발발한 후에는 더욱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쟁 지지-지원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국제사회에 정중히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제 반미-반전 투쟁은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2003년 3월 14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