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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청년 고령 모두에게 해로운 정책
<성명서>
박근혜 정부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
청년 고령 모두에게 해로운 정책
1.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 초안의 배경 및 내용
2013년 4월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주는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년 연장은 사업주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2015년 5월 28일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였다.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의 내용은 크게 ①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의 도입(임금체계 개편), ②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나뉜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임금 삭감이 필요한데, 임금 삭감을 위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이 선행되어야 하는바, 취업규칙의 변경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개별 사업장에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임금체계의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이 고령화 사회 대비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2.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은 중고령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다. 일본과 프랑스는 정년을 62세로, 독일과 영국은 정년을 65세(독일의 경우 단계적으로 67세로 연장)로 정하고 있고, 미국은 아예 정년이라는 것을 두고 있지 않으며 연령을 이유로 해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미 2005년에도 노르웨이는 정년을 67세로, 스웨덴·영국·스위스·스페인·네덜란드는 정년을 65세로 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한 발 늦었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현재는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0세이나 2013년부터 계속 수급연령이 늦춰져서 2033년에는 65세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정년 연장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임금 등 노동조건의 저하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은 정년 연장의 대가로 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피크제를 통한 임금 삭감이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노동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따지고 있는 것이다.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
- 기존 정년시점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감액이 보편적 수준이라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 정도가 크지 않음
- 반면 기존 정년시점 이전 임금 감액분이 정년연장에 따른 수익보다 클 경우 불이익의 정도가 큼
임금뿐만이 아니다. 임금피크제의 실제 적용 방식은 고용노동부가 2015년 5월 7일 발표한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잘 나타나 있다.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중고령자는 아예 별도 직군으로 관리되면서 기존에 하던 업무와는 다른 업무에 배치된다. 심지어 현재 정년이 60세로 되어 있어서 정년 연장의 효과가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삭감되어야 한다.
3.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은 청년들에게 불리한 제도다.
정부는 임금 피크제의 도입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매년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한 임금절감액이 신규채용 누적인원의 인건비 상당액이 되어야 하므로 20~26.7%의 임금감액 필요
이 말은 결국 신규 채용자의 임금은 임금피크제 적용자의 삭감된 임금 상당액 수준이라는 것을 뜻한다. 임금 삭감액수는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도의 재원 없이 삭감된 임금만으로 신규 채용자의 임금을 정하게 되면 그 액수가 적을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사업주는 신규 채용을 할 필요 없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임금 삭감분이 발생하면 그 한도에서 신규 채용을 하면 그만이다. 정년 연장에 따른 효과로 노동자의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정원은 늘리지 않겠다는 것은 청년 일자리 창출은 애초에 고려 사항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4.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은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비정규직·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다.
정부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는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제도다. 따라서 개별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강하게 요구하더라도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없으면 개별 사업장에서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난관을 뚫고자 정부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어도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비록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다는 판례를 근거로 말이다. 이러한 내용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무노조·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들은 단체협약이 없이 취업규칙만 적용받는데, 단체협약과 달리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개정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현행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때에는 과반수 노동자의 ‘집단적인’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는 무노조·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동의를 거칠 필요도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이다.
5. 취업규칙 지침(가이드라인)은 고령화 사회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책임은 면제하고 힘 없는 서민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다.
정부는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늦추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그 책임을 민간에 떠넘겼다. 그러면서 기업에는 일체의 책임을 면해주고 노동자들 간에만 서로 양보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늘리지 않은 채 100을 받았던 중고령 노동자에게 70을 받도록 강제하고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 때문에 30을 받는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호도한다. 부모가 양보해야 자식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즉 자식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책임이 직장을 떠나지 않는 부모에게 있는 것처럼 세대 간에 이간질을 시키고 서로 헐뜯고 싸우게 한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은 책임 문제에서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것이다.
6. 노동자의 희생 없는 노후 대비,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임금과 노동조건이 불리하면 노인 빈곤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저하 없는 정년 연장은 정부에도 득이 되는 것이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가계 소득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정부 통계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는 것처럼 기업은 앓는 소리를 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총액인건비와 정원관리제를 유지하면서 정년 연장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정년 연장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노동자의 희생 없는 노후 대비,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7.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는 경우 반드시 과반수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 등). 이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를 통해 극히 일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임금을 삭감 당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한 것이므로 반드시 과반수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규정을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해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는 월권행위다.
※ 문의 : 장그래운동본부 권영국 공동본부장(010-2742-1201) 김혜진 정책팀장(010-4538-0051) 윤지영 변호사(010-4568-6171)
2015. 5. 28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영국 구교현 김민수 박석운 한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