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민사회‧종교계 공동 기자회견문]
양우권‧배재형 열사의 죽음 책임져라.
대만영풍그룹-한국EG테크 성실교섭 촉구한다!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기업들은 돈벌이를 위해, 기업인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사람의 권리와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 공동체의 양심과 인권의 원칙,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해결을 촉구합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인 EG테크는 노조를 탈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자 양우권을 조직적으로 왕따하고, 격리, 감시, 차별, 징계, 부당해고를 일삼았습니다. 양우권 씨는 온갖 괴롭힘과 인권유린에 시달린 끝에 결국 지난 5월 10일 “저를 화장하여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주십시오.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날아서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 보렵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경기 하이디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45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여건이 호전되는 상황에서도 지난 3월 31일 대규모 정리해고와 공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킨 뒤 고부가가치 특허 기술을 대만 모기업으로 빼가려는 의도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 억울함으로 노동자 배재형씨 또한 지난 5월 11일 스스로 목을 매 숨졌습니다. 열사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꼭 이겨주세요. 악질 자본 없는 세상으로 갑니다”라고 유서를 남겼습니다.
자본의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우리를 더 분노케 하는 건 기업의 파렴치한 태도입니다. 두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기업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며 사과조차, 협상요구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두 노동자의 동료들은 모기업이 있는 서울과 대만에서 곡기를 끊고 저항하는 등 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기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위로를 받아야 할 유가족들도 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며 하이디스 모기업이 있는 대만까지 원정투쟁을 떠났지만 외려 대만 정부는 해고노동자들과 열사의 부인을 강제 연행했고 현재 추방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이 나라가 과연 국민을 보호하고 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만 영풍그룹과 한국의 EG테크는 하루라도 빨리 배재형, 양우권 열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교섭에 나서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는 두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기업들의 냉혹한 이윤추구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죽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함께 지키겠습니다. 두 노동자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원했던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인권시민사회와 종교계가 함께하겠습니다.
201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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