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한총련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지난 5.18 행사장에서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11기 한총련 의장 등 시위참가자 119명을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시위주동자 엄정처리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총련 죽이기에 나섰다. 대통령의 행사참여를 방해했다는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한총련에 대한 엄중 검거방침은 그동안 현 정부가 천명해 온 한총련 합법화와는 상충되는 입장이다. 그런데 왜 이럴까? 정부의 입장이 돌변한 것은, 대미 굴종외교에 대한 거센 비판을 조기에 봉쇄하려는 의도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대미 굴종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착 주장은 기만이다.

노무현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미국에 대한 주체적 입장을 천명해 왔다. 하지만 지난 파병사태를 비롯해 이번 방미에까지, 노무현의 행보에는 어떤 주체적 입장도 없고 다만 미국의 대북/ 대외 정책에 대한 비굴한 추종만이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이번 방미 때는 법적 정당성 없는 군사정권에서도 차마 하지 않았던 대미 굴종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노무현은 전남대 강연에서 '나는 끊임없이 변해 왔다.....대통령이 되어 보니 미국과의 관계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더라...'라고 밝혔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 자랑은 아닐 테지만, 그것도 개성이라고 굳이 뽐내려 하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인 한 미국 대북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발언은 심각한 문제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막지는 못할지언정 전쟁가능성을 높일 뿐인 선제공격까지 포함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은 대북 평화해결을 천명한 것과 전면 배치된다. 결국 노무현이 밝힌 대미 굴종외교를 통한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은 기만일 뿐이다.

한총련은 정당하다. 노무현은 광주영령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하라!!

노무현의 방미 결과를 놓고 보수일간지 까지 노무현의 방미외교가 대미 굴종외교에 다름 아니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민주당내에서 조차 노무현의 방미결과를 놓고 비판적인 입장이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같은 시점에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 5.18 묘역 참배를 저지한 것이다. 5.18 민중항쟁 당시 미국의 학살방조를 넘어 적극적 개입을 밝혀주는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미국의 충실한 하인이 되어 버린 노무현이 5.18 묘역을 참배한다는 것은 돌아가신 열사들과 5.18을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광주 민중들에 대한 모독이다. 노무현의 행보를 막아선 것은 이 땅의 양심과 열사들의 뜻을 지키기 위한 의로운 행동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은 한총련을 탄압함으로써 향후 방미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또한 이번 노무현의 광주 5.18 묘소참배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가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다른 곳도 아닌 망월동에 감히 군인신분인 전투경찰을 동원하여 묘소를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결단코 없다. 묘역 앞에서 들려오는 비판의 목소리를 마주하면서,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경호를 핑계삼아 부시 앞에서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던 가련한 위신을 뽐내는 계기로 이용하려는 자에게, 누가 됐든 그 오만함을 꾸짖지 않을 수 없으며, 만일 그런 행동이 없었다면 망월동의 존엄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더럽혀졌을 것이다. 그 당연한 행동을 한총련이 했을 뿐이고, 그 점에서 그/녀들이 한 것은 망월동의 명예를 지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적반하장격으로 자신의 친미 굴종외교에 반성과 경찰력을 동원한 것에 대한 사죄는커녕 한술 더 떠 자신이 광주민중항쟁을 완성하겠다는 모욕적인 말들을 늘어놓고 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청산에는 관심이 없고 언론개혁만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 그리고 어떠한 정책적 이념적 지향도 없는 정계개편에 열을 올리는 것이 과연 5.18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인가. 전투경찰을 동원해 묘소주변을 겹겹이 둘러싸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5.18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인가. 노무현이 진정 5.18 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면 아니 적어도 훼손시키지라도 않으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한총련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얼마전 대법원 판결에서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최종적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기만적이게도 한총련 합법화를 줄곧 입에 담아왔다. 5월 18일 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은 정부가 한총련등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을 조금도 중단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더해 정부는 청년학생들의 의로운 투쟁마저 괘씸죄를 적용해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총련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행사장에 전투경찰을 동원한 것에 대해 광주영령들과 시민들에게 사죄하라!!

- 2003년 5월 19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