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 2016.11.19
박근혜 퇴진, 백만 촛불만 할 수 있다!
정치놀음으로 국민을 흔들지 말라
불안하다
87년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다. 언론은 백만 촛불의 물결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그 사이 몇 개월이라도 흐른듯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변한 게 없다.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도 지난 토요일 국민의 분노에 걸맞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촛불을 들었던 마음은 무참히 짓밟혔다.
솔직해지자. 불안하다. 백만을 넘어 2백만이 모여도,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을 외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가슴 깊이 꿈틀댄다.
그래서 다시 광장에 섰다. 이 불안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눈 맞추고 싶어서. 존재만으로 감사하고 힘이 되는 서로를 확인하고 싶어서.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대체 어떤 세상이기에 이토록 꿈쩍도 않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싶고 듣고 싶어서.
엑스트라가 될 순 없다
잠시 잊고 있었다. 박근혜가 얼마나 뻔뻔한 대통령이었는지를. 퇴진도 2선 후퇴도 없단다. 검찰조사조차도 당장은 받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버티기만 하면 다행일까. 한일군사 정보보호협정, 국정교과서, 노동개악 등 기존 정책에 속도를 내고있다. 퇴진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 주 사이 정국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검찰이다. 검찰은 정보를 독점하고 선별해 언론에 흘리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의 입을 통해 휘두르는 칼날은 청와대부터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빈 박스와 창호지로 조롱당하던 과거는 지운 듯하다.
많은 이들을 광장에서 만나고 기뻐하며 또 잠시 잊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우리 힘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처음 판을 깐 것은 조선일보였고,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JTBC의 최순실 태블릿 공개였다. 이후 종편을 포함한 보수언론과 검찰은 국민들이 어느 타이밍에 어디서 분노해야 할 지까지 지시하며, 이미 ‘용도 폐기’된 박근혜를 마음껏 흔들고 조롱하고 있다. 지금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행보도 그렇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국민의 분노를 통해 정치놀음을 하고있지 않은가. 1년 전과 비교해 누가 제일 큰 변신을 했는지 돌아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그들은 대통령의 2선 후퇴, 하야, 탄핵, 나아가 개헌까지 염두에 두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시나리오에서 백만 촛불은 보수재집권을 위한 새판짜기에 배경처럼 깔리는 엑스트라가 될 지 모른다. 토요일 저녁마다 평화롭게 촛불을 든다면 적당히 박수쳐주며 무시하면 되고, 합법의 틀을 넘은 시위를 벌인다면 고립시켜 공격하면 그만인 존재가 되어버릴지 모른다.
우리 힘으로 퇴진시켜야 한다
우리는 요란한 포격 후 구도를 재편하여 기득권을 지속하려는 자들의 재빠른 변신을 목격하고 있다. 몇 개의 시나리오를 들고 어둠 속에서 눈알을 굴리는 재벌과 보수언론, 검찰,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게 무엇인가? 정국의 주도권이 광장에 나온 국민들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배나 채우면 그만이라 여겨 "개·돼지"라 무시하던 자들이 깨어나 자기 힘으로 세상을 뒤집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분노의 불길이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의 국정 농단을 넘어 사회 구석구석에 가득찬 억압과 굴종을 털어버리려는 노력으로 번지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는 더는 속지 않겠다고 떨쳐 일어난 국민들을 다시 엑스트라의 지위로 끌어내리려는 기득권층의 시도의 반복이었다. 4.19혁명의 민주의 외침은 1 년 후 혼란을 핑계삼아 권력을 손에 넣은 박정희 군사쿠데타에 짓밟혔다. 87년 6월에는, 박정희-전두환 시대를 넘어서겠다는 분출하는 요구를 대통령 뽑는 투표 용지 한 장으로 입막음했다. 2008년의 뜨거운 촛불집회는 명박산성 앞의 좌절로 끝을 맺었다.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청산해야 할 때에 청산하지 못했던 모든 추악함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87년만큼 모였는데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의 과제가 민주화보다도 거대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 박근혜를 앞세워 기득권의 잇속을 차리던 ‘박근혜 체제’를 우리 힘으로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박근혜 퇴진의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체제를 무너뜨리는 일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 체제는 매일매일 나를 옥죄어 비굴하게 입닥치고 살게 만든 힘으로, 내 직장과 삶의 공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믿을 것은 우리 자신의 힘과 신념이다. 우리는 더 끈질기고, 더 치밀해져야 한다. 정치놀음에 빠지지 않고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할 유일한 힘은 우리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
87년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다. 언론은 백만 촛불의 물결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그 사이 몇 개월이라도 흐른듯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변한 게 없다.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도 지난 토요일 국민의 분노에 걸맞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촛불을 들었던 마음은 무참히 짓밟혔다.
솔직해지자. 불안하다. 백만을 넘어 2백만이 모여도,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을 외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가슴 깊이 꿈틀댄다.
그래서 다시 광장에 섰다. 이 불안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눈 맞추고 싶어서. 존재만으로 감사하고 힘이 되는 서로를 확인하고 싶어서.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대체 어떤 세상이기에 이토록 꿈쩍도 않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싶고 듣고 싶어서.
엑스트라가 될 순 없다
잠시 잊고 있었다. 박근혜가 얼마나 뻔뻔한 대통령이었는지를. 퇴진도 2선 후퇴도 없단다. 검찰조사조차도 당장은 받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버티기만 하면 다행일까. 한일군사 정보보호협정, 국정교과서, 노동개악 등 기존 정책에 속도를 내고있다. 퇴진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 주 사이 정국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검찰이다. 검찰은 정보를 독점하고 선별해 언론에 흘리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의 입을 통해 휘두르는 칼날은 청와대부터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빈 박스와 창호지로 조롱당하던 과거는 지운 듯하다.
많은 이들을 광장에서 만나고 기뻐하며 또 잠시 잊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우리 힘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처음 판을 깐 것은 조선일보였고,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JTBC의 최순실 태블릿 공개였다. 이후 종편을 포함한 보수언론과 검찰은 국민들이 어느 타이밍에 어디서 분노해야 할 지까지 지시하며, 이미 ‘용도 폐기’된 박근혜를 마음껏 흔들고 조롱하고 있다. 지금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행보도 그렇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국민의 분노를 통해 정치놀음을 하고있지 않은가. 1년 전과 비교해 누가 제일 큰 변신을 했는지 돌아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그들은 대통령의 2선 후퇴, 하야, 탄핵, 나아가 개헌까지 염두에 두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시나리오에서 백만 촛불은 보수재집권을 위한 새판짜기에 배경처럼 깔리는 엑스트라가 될 지 모른다. 토요일 저녁마다 평화롭게 촛불을 든다면 적당히 박수쳐주며 무시하면 되고, 합법의 틀을 넘은 시위를 벌인다면 고립시켜 공격하면 그만인 존재가 되어버릴지 모른다.
우리 힘으로 퇴진시켜야 한다
우리는 요란한 포격 후 구도를 재편하여 기득권을 지속하려는 자들의 재빠른 변신을 목격하고 있다. 몇 개의 시나리오를 들고 어둠 속에서 눈알을 굴리는 재벌과 보수언론, 검찰,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게 무엇인가? 정국의 주도권이 광장에 나온 국민들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배나 채우면 그만이라 여겨 "개·돼지"라 무시하던 자들이 깨어나 자기 힘으로 세상을 뒤집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분노의 불길이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의 국정 농단을 넘어 사회 구석구석에 가득찬 억압과 굴종을 털어버리려는 노력으로 번지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는 더는 속지 않겠다고 떨쳐 일어난 국민들을 다시 엑스트라의 지위로 끌어내리려는 기득권층의 시도의 반복이었다. 4.19혁명의 민주의 외침은 1 년 후 혼란을 핑계삼아 권력을 손에 넣은 박정희 군사쿠데타에 짓밟혔다. 87년 6월에는, 박정희-전두환 시대를 넘어서겠다는 분출하는 요구를 대통령 뽑는 투표 용지 한 장으로 입막음했다. 2008년의 뜨거운 촛불집회는 명박산성 앞의 좌절로 끝을 맺었다.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청산해야 할 때에 청산하지 못했던 모든 추악함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87년만큼 모였는데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의 과제가 민주화보다도 거대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 박근혜를 앞세워 기득권의 잇속을 차리던 ‘박근혜 체제’를 우리 힘으로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박근혜 퇴진의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체제를 무너뜨리는 일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 체제는 매일매일 나를 옥죄어 비굴하게 입닥치고 살게 만든 힘으로, 내 직장과 삶의 공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믿을 것은 우리 자신의 힘과 신념이다. 우리는 더 끈질기고, 더 치밀해져야 한다. 정치놀음에 빠지지 않고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할 유일한 힘은 우리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