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오늘 논평 | 2017.01.19

삼성 이재용이 해먹은 4조원 짜리 공짜점심

정의도, 철학도 내팽개친 삼성 법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내가 먹은 점심은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모든 대가(對價)에는 비용이 따른다. 이것이 법원이 철칙으로 삼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다.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경제학 교과서들은 대가와 비용의 교환을 시장이 작동하는 전제로 삼는다.

오늘 법원이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재용이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 모녀를 지원했는지 충분하게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이상하다.

[출처: 연합뉴스]


먼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하도록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이미 법원이 인정한 사실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사유로 구속됐다. 다음으로, 이재용과 박근혜가 여러 차례 만나 직간접적으로 경영권 승계와 최순실 지원을 이야기했다는 것도 충분하게 증거로 밝혀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두 계열사 합병으로 이재용의 그룹 지배력이 커졌다는 것과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실체적 진실이다.

이재용이 먹은 점심도 당연히 공짜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지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강제로 국민연금에 이재용 점심값을 지불하라고 했고, 이재용은 감사의 표시로 최순실 모녀에게 430억 원을 줬다.

만약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가 옳다면, 이재용은 공짜 점심을 먹은 셈이다. 430억 원을 최순실 모녀에게 준 것은 점심 먹고 산책하다 박근혜에게 강도를 당한 것이고, 박근혜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한 것은 모두를 위한 선의였을 뿐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4조 원 가까운 이익을 본 이재용은 4조 원짜리 점심을 우연히 ‘공짜’로 먹게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나이다.

황당무계한 논리고, 법원이 철칙으로 삼는 경제법칙도 무시한 파렴치한 사유다. 물론 법원이 이런 논리로 삼성의 총수를 옹호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지금과 비슷했다. 당시 법원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발행된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에 대해 비상식적 논리로 삼성의 손을 들어줬었다. 에버랜드가 시가의 십 분의 일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다른 주주를 배제하고 이재용에게만 그 사채를 판매한 것이 공정한 거래였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법원 논리는, 기존 주주 97%가 전환사채 발행과 함께 실권한 것은 우연이었고, 그래서 당시 이재용만 받을 수 있게 된 전환사채는 의도적으로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발행된 것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특정인에게만 판매할 목적으로 발행된 전환사채가 아니라면, 그 가격이 얼마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요컨대, 2009년에도 대법원은 이재용이 수백억 원의 이득을 본 것이 순전히 우연이라고, 그야말로 공짜 점심을 운이 좋아서 먹게 된 것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놀랍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30년간 이재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나이였다. 법원 판결이 그렇다.

경제학 원리로 다시 돌아가 보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1996년 이재용을 위한 저가 전환사채 발행도 결국 기존 주주들과 에버랜드 기업이 손해를 봤다. 2015년 이재용을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결국 국민이 손해를 봤다. 이재용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나이가 아니라, 세상에서 남들에게 가장 크게 민폐를 끼치는 사나이다.

법원을 규탄한다. 오늘 법원이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밝힌 사유들은 국민이 이재용을 위해 손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에 불과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법원은 삼성 편이었다.

국민이 다시 나서자. 광장의 주권자가 다시 명령을 내리자. 따져보면 삼성 이재용을 지금까지 몰아붙인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광장의 시민들이었다. 보수세력의 ‘질서 있는 명예로운 퇴진’을 광화문 횃불로 탄핵으로 바꿔냈듯, 다시 광장의 분노로 삼성과 법원의 공모를 끊어내고 이재용을 구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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