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논평 | 2017.02.09
박근혜 체제를 복권시키려는 일련의 시도에 대한 주권자의 행동
다시 광장에 횃불을! 멈춤 없이 박근혜 체제를 해체시키자!
불안하다. “이러다 박근혜가 다시 대통령 자리에 그대로 남게 되는 거 아닌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2월 초 탄핵까지 거론됐지만 이젠 3월에도 탄핵이 안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법률계 원로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전문가 의견임을 들어 탄핵에 반대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실었다. 박근혜 부역자로 찍혀 숨죽이고 있던 새누리 의원들이 박사모 집회 연단에 서서 탄핵 무효를 소리친다.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 권한대행은 어느새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렀다.
좌절감도 느낀다. “촛불로 세상이 조금 변할 줄 알았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
친박 세력이 민심으로부터 버림받고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된 계기는 따져보면 2016년 4월 총선이었다. 박근혜와 친박세력은 총선 압승이 예상되자 진짜 박근혜의 사람을 골라낸다며, 온갖 추태를 벌였다.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아예 국민도 안중에 없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2017년 2월, 지금이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가 탄핵된 이후부터 정치인들은 지지율 1위 후보와 아닌 후보들의 연합에만 온통 관심을 쏟는다. 소위 말하는 친문과 비문 외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부차적 문제다. 국민은 다시 민주주의 무대에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주권자로 당당하게 거리에 섰던 우리, 불안해하지 말자. 광화문 거리에서 횃불까지 들었던 우리, 좌절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리가 앞으로 갈 길은 우리가 왔던 길 속에 있다. 한 번 보자.
첫째, 우리의 구호는 “주권자가 명령한다!”는 것이었다. “헌재가 심판해 달라, 국회가 어떻게 하라”가 아니었다. 보수언론은 헌재심판 결과에 모두가 수긍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헌재가 주권자 위에 있지 않다.
우리는 지난 11월에 “국민 불복종”도 외쳤다. 국민은 불법집단의 행정에, 또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법에 대해서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 헌재의 심판을 존중할 의무 이전에 주권자의 명령을 받들지 않는 법에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둘째, 우리의 구호는 “박근혜 퇴진! 박근혜 체제 해체!”였다. 단 한 번도 광장에서 “정권을 교체하자”고 외친 적이 없다. 박근혜 체제의 온갖 부조리함에 치를 떤 광장의 시민에게 정권교체는 박근혜 체제를 해체하는 과정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박근혜 체제 해체는 주권자가 직접 힘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보자. 박근혜를 만든 재벌체제의 핵심인 이재용을 법원은 황당한 근거를 대며 풀어줬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특검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양심적 법관들이 다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유라 입학비리에 상처받은 청년들에게 위로를 준 것도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행동이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한참일 때 이랜드파크는 수십억 원의 청년 알바 임금을 떼어먹었고, 게임업체 넷마블은 장시간 심야 노동을 숨기려고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고 청년 개발자들 야근을 시켰다. 하지만 구로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촛불집회를 하고, 관계당국에 처벌을 요구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박근혜를 만들어냈던 재벌체제, 부익부빈익빈체제, 공안체제, 평화위협체제, 굴종체제는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 주권자가 언제나 직접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박근혜 체제를 해체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조선일보의 경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한 칼럼에서 야당을 향해 촛불 민심을 따르지 말라며, 야당이 촛불의 요구에 따라 기존 체제를 건드리는 행동을 한다면 자신들도 지금부터 촛불 집회를 준비해 3~4년 후에 정권을 무너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자신 있게 야당을 협박하는 건 이미 수차례 이런 협박이 이전 정권에서 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조선일보 협박을 역으로 해석하면, 진정으로 새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적 세력 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박근혜 하나 바꾸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기득권 체제 전부를 해체하는 일에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광장에 서자! 횃불을 들자! 청와대로 나아가자! 박근혜 체제를 해체하자! 2월 11일 촛불집회 주제는 “2월 탄핵”이다. 박근혜 체제를 복권시키려는 일련의 시도에 대한 주권자의 단호한 행동을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