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110여 명의 청소 시설 경비 노동자로 이뤄진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홍익대학교분회(이하 홍대분회)의 총회가 열렸다. 전날 저녁에 이루어진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총회였다. 전원 고용승계, 시급 4,450원, 일일 8시간 노동 및 주5일제, 노조 전임자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은 투표참가자 86명 중 77표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혹한 속에서 진행된 5-60대 고령노동자들의 49일간의 농성투쟁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청소노동자들, 모습을 드러내다 홍대분회 투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TV 뉴스와 신문기사에 노동자들의 해고에 맞선 싸움이 이렇게 많이,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도된 적은 없었다. 유난히 농성투쟁이 많았던 올겨울, 모든 곳에 사람들의 관심이 고루 쏠리지는 않는 상황에서 유독 홍익대학교 투쟁에 지지연대가 쏟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저기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 중 공통으로 지적된 것은 여성 고령 저임금과 같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실 홍대분회 노동자들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우선 노동조합을 만들고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펼치고, 투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계속되는 노조 탄압에 맞서 민주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서경지부와 그 소속 분회들의 공이 크다. 서경지부는 2007년 7월 500~600명이던 조합원 수가 2001년 1월 현재 1,700여 명으로 증가했는데, 이 중 6개 분회가 2007년 이후 설립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적극적인 노조 파괴로 인해 모범으로 꼽혔던 여러 노동조합이 깨져나가는 속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홍대분회 이전부터 서경지부 소속 분회들의 투쟁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론은 홍대분회의 투쟁이 마치 자연발생적인 것처럼 묘사하곤 한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노조 결성을 위해서는 자발성뿐만 아니라 능동적이고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몇 년에 걸쳐 청소노동자 조직화 활동을 진행했고, 청소 시설 경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대학생들의 헌신적인 연대도 동반되었다. 여기에 2009년 '대학 비정규직' 부문이 공공노조의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청소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또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위한 캠페인단’도 큰 기여를 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이 함께 캠페인단을 구성하여 청소 시설 경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캠페인을 1년여 간 꾸준히 펼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캠페인단은 대학이나 병원 앞에서, 휴게공간도 변변치 못하고 식사 지원도 없어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밖에도 청소노동자 행진이나 노래자랑과 같이 노동자들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여러 사업을 기획하였다. 그러던 중 청소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이 기사화되는 일이 늘어났다. 2010년 한 해 동안, 경희대와 연세대에서 학생이 청소노동자에게 욕설과 폭행을 퍼부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휴게실로 쓰던 창고에서 전기콘센트 스파크로 불이 났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처벌하려 했던 해운대 아파트 화재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경희대, 연세대에서의 욕설과 폭행 사건은 ‘패륜녀’, ‘패륜남’ 등 가해자에 대한 선정적인 이름 붙이기에 집중된 면이 없지 않았다. 해운대 아파트 사건은 휴게공간이 마땅치 않은 청소노동자들의 현실, 나아가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했을 때에 발생하는 부당함이 극명히 드러나고 이슈화된 계기였다. 어찌 보면 충분히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들이 이슈화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유령’ 이라 칭해졌던 청소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세상에 드러낸 사회운동의 성과였다. 청소노동자 투쟁의 성과와 과제 2008년 연세대, 성신여대, 2010년 이화여대, 2011년 홍익대까지. 부당해고와 저임금, 노조불인정에 맞서 싸웠던 서경지부의 투쟁은 불패의 행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승리의 이유 중 하나는, 이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위반인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로 너무나 열악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09년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화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81만8천 원으로 일곱 번째로 낮은 순위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101만8천 원, 여성이 77만6천 원이었는데, 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청소 업무에서 여성들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조건이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알려지자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보도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마음 한 켠에는 ‘귀족노조’, ‘철밥통’ 등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에 대한 분노 혹은 질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운동 전반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 어느 정도 열린 공간에서부터 노동자운동에 대한 인식 전반을 바꿔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미화노동자들의 임금수준과 노동조건의 질이 존재할 것인데, 이러한 통념을 바꿔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서경지부의 불패 행진은, 수치상으로는 아직 크지 않지만 청소노동자가 민주노총 내부의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는 7,853명으로 전체 청소노동자의 2.0%밖에 되지 않지만, 위의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를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1천6백6십만 명 중 청소업무는 379,923명으로 다섯 번째로 종사자가 많은 직종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학에서 노조 결성이 이뤄졌는데,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대학과는 조건이 다른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조직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미서비스노조(SEIU)가 청소노동자를 대규모로 조직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앞으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가능한 일은 전혀 아니다. 조직률이 늘어난다면 청소노동자는 분명히 민주노총의 하나의 큰 축이 될 수 있다. 청소노동자가 민주노총의 하나의 큰 축이 된다는 것은, 대공장 정규직 중심인 민주노총의 구성이 다양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노동자는 여성·고령 노동자가 다수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미화노동자는 남성이 66,380명(17.5%)이고 여성이 313,543명(82.5%)으로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다. 미화노동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가 41.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60세 이상이 40.5%로 유사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50세 이상이 82.1%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징이 갖는 장점이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서경지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간부교육은 의미 있는 시도다. 여성 고령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주체로 거듭나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청소노동자들을 적극적인 주체로 형성하는 것을 목표하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매년 벌어지며 점점 중요한 투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최저임금 투쟁의 실질적 동력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투쟁은 경제위기 아래 더욱 곤란을 겪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방편이자, 자본에게 경제위기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또한 노조 조직률이 낮아 임금이나 고용 문제에서 가장 손쉽게 공격받는 여성노동자의 임금 방어 도구가 되기도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곧 ‘실제 임금’이 되었을 때,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온 몸으로 증명하는 주체들이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청소노동자들은 이미 열성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에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투쟁은 그것을 통해 직접적으로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는 일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임금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관한 자본과의 이데올로기 싸움이기도 하다. 그 투쟁에 청소노동자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획이 병행된다면, 최저임금 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데 청소노동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교섭과 3월 총파업투쟁에서 승리하자 서경지부는 고려대분회(고려대병원 포함), 연세대분회, 이화여대분회 등 4개 사업장, 9개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2010년 10월 22일부터 2010년 2월 16일까지 총 12차례 교섭을 진행하였으며, 집단교섭의 대상이 되는 노동자 수는 약 800여 명에 이른다. 서경지부는 사업장 단위 투쟁을 넘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표준을 만들기 위해 최근 집단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9개 용역업체가 2011년 상반기 법정 최저임금인 4,320원을 고수하면서 교섭이 결렬되었다. 서경지부는 2월 22일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했고, 3개 대학에서 각각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참가자의 87%가 파업에 찬성했다. 집단교섭 요구는 ▲청소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지불할 것 ▲제대로 된 쉴 곳, 밥 먹을 곳을 보장할 것 ▲진짜 사장, 대학총장이 고용·임금 책임질 것 등이다. 이는 최저임금이 곧 실제 임금이 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휴게실 등 그동안 임단협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노동조건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또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 그동안 투쟁에서 과제로 제기되었던 부분을 확실한 요구 사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기도 하다. 임금 요구안은 시급 5,180원인데, 이는 2010년에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과 동일하다. 공공노조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 1만 5천여 명이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임금인상, 10시간 노동일, 노조결성의 자유 보장, 선거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103년 뒤 서울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벌이는 3월 8일 파업 투쟁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집단교섭과 파업 투쟁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제기할 계기이기도 하다. 또한 홍익대학교 투쟁을 통해 모였던 사람들이 향후에도 계속 청소노동자들의 권리와 투쟁에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투쟁 승리로, 청소노동자들의 운동이 한 발 더 도약할 날이 머지않았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3ㆍ8 청소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며 기본적인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파업 3ㆍ8 세계여성의 날에 대학 청소, 시설, 경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소속 3개 대학(고대, 연대, 이대분회) 860여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3월 8일에 진행되는 하루파업은 지난 연말부터 계속되어온 집단교섭 결렬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는 첫 투쟁이다. 이후 9~10일경에 재협상을 거쳐 3월 14일까지도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단순 명확하다. ▲생활임금을 지불할 것, ▲제대로 된 쉴 곳, 밥 먹을 곳을 보장할 것, ▲진짜 사장, 대학총장이 고용과 임금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노동자 인권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학과 용역업체들은 이런 요구안조차 거부했다. 특히 용역업체들은 2011년 상반기 법정 최저임금인 4,320원을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교섭을 결렬시켰다. [%=사진1%] 최저임금제의 이중성 : 저임금 노동자의 최고임금으로 군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최저임금제가 공공노조 서경지부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최고임금제로 다가왔다. 서경지부의 요구는 시급 5,180원이다.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최소한의 인상요구이다. 용역업체들이 고집하는 법정 최저임금과는 불과 860원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와 노동자들이 격렬히 대립하는 이유는 시급 인상 액수가 진짜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의 갈림길은 사측의 뜻대로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못 박고 말 것인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결의 힘으로 최저임금을 말 그대로 '최저점'으로 만들고 이를 돌파할 것인지 여부다. 최저임금은 최저한도의 임금 수준을 법으로 정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원하는 취지의 제도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법정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최저임금 위반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노동자들 스스로 항의하고 자신의 권리를 호소하지 않는 많은 경우에 수많은 불법적 사례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나아가 서경지부 청소노동자들의 경우처럼, 자주적 단결을 이루어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제는 때때로 '임금 상한선'으로 강요된다. 이것이 최저임금제의 이중성이다. 노동자를 지원하는 법제도지만 노동자들이 스스로 요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더러(이것도 요구가 수용될 경우에 한해서만 그렇다),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최고임금의 억압이 되기도 하는 이중성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넘어서자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투쟁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만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칠 수 없다. 대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곧 노동자 자신의 그해 임금이 되곤 한다. 따라서 매년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좀 더 높은 최저임금을 책정하도록 압박하는 투쟁은 그 자체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투쟁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결정된 최저임금이 최저임금 보장이 아니라 최고임금으로 군림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은 최저임금 투쟁보다 더 중요하다. 사회통치와 유지를 위한 복지의 관점에서 국가가 결정하고 베풀어주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구제 자체에도 미달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간 임금격차 축소와 같은 계급적인 목표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만으로는 비인간적인 저임금의 철폐나 임금격차 축소를 이룰 수 없다. (최저선의 임금보장을 통해) 상대적 저임금 노동자군의 유지와 임금격차 유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동자계급 분할을 재생산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까지의 최저임금 투쟁 그 자체의 강화를 넘어서,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연대하여 요구하고 쟁취하는 연대임금 투쟁으로 결합,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서경지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그러한 투쟁의 출발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저임금 노동자들 스스로 결의하고 비인간적인 최저임금의 강요를 돌파해내는 계급적 모범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법정 최저임금 보장보다 값지고 실질적인 계급 운동의 기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서경지부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확보하는 실천이 계급적인 사회연대의 기초가 되도록 힘쓸 것이다.
목차 [제안] 여성의 삶과 노동의 권리를 위해, 2011년 투쟁과제 [토론]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읽을거리] 3.8 여성의 날 역사(콜론타이) [읽을거리]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103주년 세계 여성의 날 유래와 요구안 해설집 (공동기획단 : 다함께,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여성위원회/성정치위원회) “ 노동과 삶의 권리를 위해 여성, 이제는 행동이다!" 9대 요구안 *노동 저임금, 불안정한 여성 일자리반대, 노동기본권 및 생활임금 쟁취하자! 여성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는 국가고용전략 거부한다!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하고, 돌봄노동자 노동권 쟁취하자! *여성의 삶 교육 및 보육 공공성 강화없는 이명박 정부 저출산 대책 반대한다! 낙태단속 여성처벌 반대,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하라! 여성농민 권리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식량주권 실현하라! 가정폭력, 성폭력, 공권력에 의한 성추행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반대한다! * 인권과 평화 모두의 평등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전쟁위협 막아내고 반전평화 실현하자!
노동유연화를 통한 여성인력활용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 사이에서 복지를 화두로 한 정치공세가 격렬해지고 있다. 복지논쟁이 뜨거운 이유는 그만큼 민중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노동유연화가 가져온 임금저하와 고용불안이 노동자들의 생존 기반을 뒤흔들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불만이 사회 유지와 통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복지논쟁이 촉발됐다. 특히 무상보육이 복지논쟁의 대열에 등장한 것은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지위가 취약한 여성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왔다는 적신호가 출산율 저하로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은 국가경쟁력 약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중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한 여성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지배세력은 저출산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로 사고하며, 노동유연화를 통한 여성인력활용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을 독립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민주당의 무상보육, 획기적인 내용 없다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건 민주당은 국민 모두에게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해 의료, 보육, 교육 등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대표 공약으로 선전한 데 이어 민주당은 무상의료와 무상복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행보에 한나라당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도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지배세력 모두가 적어도 보육에서 만큼은 ‘무상’ 복지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모두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제시했고, 그 내용이 동일한 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5년간 42.2조원(저출산 부문 19.7조원)을 투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5년간 78.5조원(저출산 부문 39.7조원)을 투여하는 2차 계획을 세웠다. 두 계획은 보육정책으로 보육비 지원과 동시에 보육의 시장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핵심 내용이 동일하다. 민주당의 무상보육도 이러한 연장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을 좀 더 확장하는 수준일 뿐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보육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그 지원 금액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설이용 아동에 대해 소득 하위 70%까지 정부지원 단가로 제공하지만, 민주당은 법정시설 이용 모든 아동에게 표준보육비용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시설 미이용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역시 이명박 정부는 0~2세 아동 중 차상위 계층까지만 제공하고 있는데 비하여 민주당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목표를 집권 5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상보육 논란에 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에 대해서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현재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고,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아동 수 대비 30%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추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민간보육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의 무상보육 계획에도 보육에 대한 공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내용은 없다. 민간보육 시장 활성화가 초래할 보육의 양극화와 비용 상승 대책이 없다는 점도 두 세력이 비슷하다. 저출산 대책이자 여성노동력활용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보육정책 무상의료가 무상이 아닌 것처럼, 무상보육도 무상이 아니다. 두 정책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도되지 않는다. ‘무상’이라는 선명한 단어는 민주당의 정책을 꾸미는 광고문구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민주당의 보육정책은 환영할만한 것인가? 양육이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졌을 때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보육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제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는 단순하지 않다. 보육정책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이자 여성노동 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보육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양육에 대한 부담도 져야하는 상황이 출산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본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고용안전과 임금상승,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출산으로 줄어든 생산인구의 공백을 메우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 여성노동력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육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배세력 내에서는 노동유연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널리 퍼져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이 노동유연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정책만을 떼어 놓고 판단할 수 없다. 민주당의 보육정책을 평가할 때도 노동유연화에 대한 입장, 특히 여성노동력 활용에 대한 정책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 동일한 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차 계획이 1차 계획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만한 것은 두 정부 모두 <저출산․고령사회 대책>과 동시에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두 정책이 하나의 세트이자 상호보완물인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1차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은 2010년까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55% 달성, 여성일자리 60만개 확대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노동유연화 확대를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탄력근무제 확대, 단시간 근로모델 개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이라는 노동유연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0년 2차 여성인력개발 종합계획을 제시했다. 1차 계획을 대부분 이어가는 한편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방안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지점으로 파고들면 여성을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내놓은 ‘보완’ 정책들은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사례로 육아휴가휴직 제도는 고용보험에 등록되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여성노동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고 그들 중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절반 이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이라도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육아휴직을 엄두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 다수가 육아휴가휴직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봐야하는 실정이라 정책 효과가 얼마나 클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저출산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서 비롯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여성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단시간 근로모델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서비스 산업 노동자들은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성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이 답해야할 질문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여성인력 활용정책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여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미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출산의무를 강요하고, 여성인력을 값싸게 활용하려고 하며,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돌봄노동의 공백은 시장화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이라는 하나의 문제만 가지고 어떤 정책이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접근 방식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몰아가는 보육정책의 확대라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무상보육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이 두 정부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여성인력 활용정책과 어떻게 근본적으로 단절할 것인가? 그들이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는다면 ‘무상보육’도 여성인력활용을 위한 보완책에 머물 것이다. 여성의 요구를 왜곡해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확인한 지배세력의 광범위한 합의 지점이다. 운동진영은 이에 맞서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민중운동은 무상보육 정책 논란에 갇힐 필요가 없다. 복지 확대는 민중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민중운동은 그것이 독이든 사과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독이든 사과라면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하고 육아와 가사의 책임이 전가되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여성 노동권 보장과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우리 원칙이다.
2010년 제1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를 맞아 사회진보연대에서 발간한 팜플렛입니다.
12월 11일 서울여성조합원대회의 의의와 과제 오는 12월 11일 제1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각기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조합원들이 모인다. 노동조합의 주변이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해, 여성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결의하는 자리다. 3.8 세계여성의 날 맞이 투쟁대회를 일회성 사업으로 끝내지 말자는 다짐이 이어진지도 몇 해째다. 하지만 각 노조마다 여성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3월 8일의 대회가 여성노동자들이 결집하는 유일한 자리가 되고 있다. 이번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여성노동자들의 단결과 한마당의 자리임과 동시에 올해 이어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총화하는 자리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왜 여성조합원대회인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논란이 될 때마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은 페미니즘적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여성억압의 현실을 타파하고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진정한 노동자 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성폭력 규약이나 할당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체질개선은 요원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 조직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태도, 민주노총의 여성의제와 관련한 요구 등의 지표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여성’노동자가 처하게 되는 특수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개조는 몇 가지 사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즉 가족을 매개로 한 성별분업과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책임이 어떤 구조 속에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가를 분석하고, 그에 입각한 투쟁을 기획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의 특수성에 주목하지 않다보니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비정규직 일반의 문제로 여길 뿐이었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고 현재 가족의 성별분업 구조와 여성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맞서는 투쟁은 민주노총의 중심과제가 될 수 없고,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일주체로 설 수 없다. 또 출산, 양육에 대해 일부를 지원하면서 여성에게 모성과 재생산 노동을 강요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자본과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한다는 민주노총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삶과 고민을 공유하고, 단결을 이야기하는 자리인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설연맹, 전교조 서울본부,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이 참가한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공감 워크샵’을 통해 문제의식 모아냈다. 또 워크샵 이후 서울에 있는 산별노조와 단위노조 차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취합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노동조합 일주체로 여성노동자가 당당히 나서야 함을 독려하고 결의하는 자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을 가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네요. 그것을 믿고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 100%는 아니지만 결론을 내었습니다. 살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느꼈습니다. 함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여전히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연대의 고마움을 갚는 길입니다. 구로공단에 있는 노동자들과 더 많은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맞서 1895일이라는 시간동안 투쟁해 온 기륭전자 동지들의 투쟁 승리는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인 이 시대에 희망의 소식이었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전체 노동자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결혼과 가사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져온 열악한 노동조건, 상시적 해고 위협이 이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비단 여성노동자들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바꾸는 투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불안정하게 지속되고 있고, 저출산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와 자본은 전체 노동시장의 재편과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 인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데 분주하다. 각종 법, 제도 개편을 통해 노동시간과 임금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를 방해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말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또 ‘일 ․ 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일 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그 실상은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잘 해내라는 것과 다름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분주함 덕택에 수많은 여성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이라도 하게 되면 바로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다. 하지만 이에 맞서기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기륭전자분회가 그러했듯이 KEC지회는 노조를 파괴하려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파업을 6개월 째 이어나가고 있다. 또 저임금으로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던 재능 학습지 교사들이 단체교섭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것도 3년이 다 되었다.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법과 공권력에 가로막히고, 짓밟히고 있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투쟁의 끈을 놓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절망 속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이야기 하는 그녀들은 그 자체로 희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각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체 여성노동자가 처한 특수한 현실을 짚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서부터 여성이 처한 현실을 확인하고, 공동의 힘을 모을 것을 결의하도록 하자. 여성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자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당당해지기 위하여 “이 나이에 투쟁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아니죠. 여성들도 노동조합에 당당히 가입하고 자기의 역할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 여성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깨야한다고 봅니다.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부 투쟁도 계속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깨달으면 입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게 힘이 큽니다.” -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그런 문제에 앞장 서 나서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남성에게 익숙한 것인 반면 여성은 앞에 나서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고,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익숙하다. 태생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디 여자가’ , ‘여자가 드세다’라는 말 속에 녹아나는 편견들로 그렇게 길러져 온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좋은 점은 나이어린 남자 반장이 막말하고 그래도 잘릴까봐 꾹 참았는데, 이제는 누구누구 씨라고 불러주며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라는 어느 청소노동자의 고백처럼 여성에게 주어진 열악한 노동조건은 인간적 대우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낮은 임금에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고, 인격적 모독을 당해도 되거나 성폭력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현실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이 하는 노동은 대부분 집에서 하던 가사노동, 돌봄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집에서 하던 일 밖에서 하는 것이 뭐가 어렵냐는 인식하에 저임금이 당연시 되고, 그 마저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반장이나 사장에게 막말을 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노동자가 용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도 자식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문제를 폭로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반격과 해고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상처와 모독을 개인이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음에도 여성노동자를 둘러싼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이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조건과 현실을 보다 면밀하게 바라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려주겠다지만, 막상 그 일들은 집에서 하던 것이라며 저평가하고 저임금을 당연시하는 자본과 정부의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자.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왜 집안일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지, 왜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일들을 그리 낮게 평가하는지, 왜 일상적인 성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인간적으로 대우받기도 힘든 현실이 있는지 말이다. 한편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는 것은,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투쟁으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뭉치고, 더 많이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이 되기 위해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만나 한 판 힘 다지는 자리로 기획되고 있다. 각기 다른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이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다독여주고, 또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이 가야 할 공동의 투쟁 전망을 그려보는 자리. 첫 출발로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없지만 탄탄한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기획들로 향후 여성노동자 간의 연대를 강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