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44호 | 2009.08.14

쌍용차 점거 파업, 남겨진 쟁점과 과제

전국적 해고 반대 투쟁과 금속노조의 계급적 강화가 필요하다

정책위원회

쌍용차 노동조합의 점거파업이 결국 사측의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쌍용차 사측이 8천여 명의 노동자 중 2천 6백여 명에 대해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이후 1천 7백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한 976명과 정리해고 대상자는 아니지만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한 조합원들이 점거파업을 했다. 교섭 타결 내용에 의하면 실무 교섭 과정에서 좀 더 정확한 숫자가 판가름 나겠지만, 정리해고 대상 인원 중 48%는 1년간의 무급순환휴직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 분사 후 고용 등으로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해지된다.

쌍용차 지부는 담화문을 통해 정리해고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히며 전국의 동지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부탁하였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권력의 살인적 폭력과 물과 의료품마저 반입 금지된 생존의 한계 상황 속에서도 77일간 점거 파업을 사수하였다. 이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우리 모두가 그들의 요구를 다시 들고 싸울 차례이다.

한동안 보수언론을 앞세운 정부와 자본은 노동조합 때문에 회사가 파산에 내몰리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이미 조중동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며, 노동조합 죽이기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미 수차례 겪어본 레토릭이지만 하반기 더 많은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현재, 이들의 비난은 이후 투쟁의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노동자운동 내부에서는 강건하게 정리해고 저지 입장을 견지해 온 쌍용차 파업 투쟁을 결과론적으로 비판하며 해고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양보교섭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해고 이후에도 생존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유연안전성식의 제도 개선 요구에서부터, 구조조정 시 희망퇴직, 비핵심 부분 외주화 등에 대한 노조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노골적인 양보교섭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의 투쟁에서 이끌어낼 교훈은 노동조합이 강하게 투쟁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노조 책임론도 아니고, 또한 노동조합이 전략적으로 해고를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양보교섭론도 아니다. 쌍용차 노조의 투쟁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어떻게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정리해고를 막는 싸움을 조직할 수 있는가, 어떻게 더 많은 쌍용차 투쟁을 전국에서 만들 수 있는가이다. 쌍용차의 향후 전망과 하반기 정세를 보면 왜 그러한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부와 사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노조파괴와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이었다

점거 파업이 끝나자 정부가 내뱉은 첫 마디는 ‘투자자’를 시급하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 정부가 내뱉은 첫 번째 대안이 바로 매각 방침인 것이다.

정부는 러시아와 인도계 투자자가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러시아 또는 인도계 투자자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수 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다. 사모펀드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대규모 인원 정리와 자산 분리를 통해 기업을 팔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매매 차익을 얻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서버러스(Cerberus)인데, 서버러스는 2006년 지엠의 할부금융 회사 지맥(GMAC)을 사들인 이후 2007년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서버러스는 지엠과 비밀 협약을 맺어 크라이슬러를 대규모 구조조정한 이후 일부 자산을 지맥으로 이전시켜 지엠에 되팔 계획을 가지고 인수 합병을 추진하였는데, 2007년 하반기 경제위기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만약 경제 위기가 없었다면 크라이슬러는 산산조각 나 지엠에 인수되었을 것이다. 정부가 언급했던 투자자를 찾는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모 펀드를 끌어 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자동차 기업이 온전하게 쌍용차를 인수할 가능성은 있을까? 안타깝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지엠의 험머를 인수한데 이어 유럽의 오펠을 노리고 있고, 인도의 자동차 기업들은 영국 로버를 인수한 이후 이를 재매각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엠의 네다섯 개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수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2007년에 비해 판매량이 25% 이상 급감한 자동차 시장은 당분간 크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지원하여 일정 기간 동안 고용 유지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한 정부의 정책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바로 대규모 추가 구조조정을 통한 재매각이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배후 조종하든지, 아니면 아예 매매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 등을 끌어들이든지 결과는 같다. 참고로 산업은행을 통한 매각은 회사가 밝힌 소위 청산형 회생계획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파산 절차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양자 사이의 차이점은 법적 절차의 차이일 뿐, 쌍용차를 조각내어 여러 구매자에게 판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쌍용차 노조의 주장이 옳았다. 노조 재건만이 살 길이다

분리 매각 과정에서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다. 해고를 통한 인력 감축과 분리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은 일부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정부는 쌍용차 문제를 손을 떼는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노동자가 얻는 것은 해고가 전부이다. 쌍용차가 분리 매각된다면 실제 고용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천명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차가 분리 매각된다면, 잘해야 창원 엔진 공장 정도가 새로운 기업 아래서 하청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 공장과 나머지 정비 사업소 등은 모두 부동산 가치 외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알기에 쌍용차 노동조합이 77일간 점거 파업을 하며 요구한 것들은 단지 976명의 정리해고를 막자는 것만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상하이자동차의 주식을 소각하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만이 쌍용차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조합의 점거 파업 파괴에 앞장 선 구사대는 결국 자신들의 무덤을 판 것이다. 법정관리인의 지시에 따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광기어린 폭력을 퍼부은 구사대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정부에게 최소한의 생존 요구를 할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렸다. 채권단의 파산 협박이 두려워서 그리고 해고는 죽음이라는 공포로 점거 파업을 하루 빨리 끝내 버리고 싶어 했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점거 파업을 끝내고 이제 정부와 채권단이 자기 마음대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지금, 그들을 지켜줄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또한 일부 언론과 노동운동 내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조합이 유연하게 정리해고자 숫자를 타협했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투쟁의 쟁점을 전혀 잘못 잡은 주장이다. 정부와 사측의 의도가 적당한 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 회생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결국 대부분의 노동자가 해고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976명이 양보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8천여 명의 노동자가 대부분 해고되는 문제였다. 해고를 적당하게 타협하라는 주장은 1년 아니 반년간만 더 해고를 지연시키라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쌍용차 노조는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고용안정,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투쟁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노동조합에 적대적 태도를 보였던 속칭 ‘산 자’들 역시 분리매각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직시하고, 노조 재건에 힘을 보태야 한다.


2009년 가을, 금속노조의 모든 사업장들은 해고에 맞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한번 물꼬가 터진 정리해고는 거칠 것 없이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이미 노조에 파산 협박을 하며 정리해고 수용을 요구한 바 있는 위니아만도를 비롯하여 만도 등의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들에게 쌍용차는 하나의 준거가 될 것이다.

또한 금속노동자 운동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에서도 정리해고가 확대될 것이다. 한국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자본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규모가 작은 쌍용차보다는 현대 기아, 그리고 지엠 대우다. 현대차 출신 법정관리인이 밝혔던 것처럼 정치적으로 노동조합을 타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에 대한 압박이었다.

당장 지엠대우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상반기 생산량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군다나 지엠 본사에 대한 자본 유출 의혹이 있는 파생상품거래로 인해 매달 천 억 이상의 금융 손실을 몇 달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10월에는 산업은행 대출금 8천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운전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엠대우는 8~9월 중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당기간의 유동성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생산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지엠대우는 오펠 매각으로 인한 지엠유럽의 붕괴, 북미 지역의 소형차 독자 생산 계획 등으로 인해 장기간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리해고 요인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리말디 사장이 인위적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2조 원 대의 산업은행 지원에 사활을 건 지엠대우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9월 말 그리말디가 퇴임한 이후 중단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생산 감소폭으로만 보면 상황은 2001년 정리해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세계 자동차 시장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하청생산공장으로 원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현재가 더욱 커다란 지엠대우의 위기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경우 2009년 7월 생산량이 15만 대 수준을 회복하며 겉으로만 보기에는 일정정도 생산량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한 내수 회복으로 인한 것으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예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년 늘어나 이미 전체 생산량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 또한 문제다. 현대차는 그나마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다소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의 현지 생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즉 국내 인력 감축 요인이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는 현대차가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사측이 인력 조정을 계속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1만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감행했던 1998년만큼 빠른 구조조정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2000년대 이후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 해외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 자동차 시장 거품 붕괴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여건은 1998년에 비견된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는 양호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수출 비중이 현대에 비해 작아 정부의 내수 진작책에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또한 큰 위안이 될 수는 없다.


초민족자본의 소유 하에 있는 기업들은 쌍용차 파업 이후 파장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될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위니아만도는 시티벤처캐피탈의 자본 철수 위협 속에서 9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파카한일유압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새워 자산을 이전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 초민족자본의 철수와 이후 처리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이 용인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정부가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해 일절의 양보 없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 기업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7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금속노조, 전국적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통해 제대로 된 산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과 자본의 공격이 거세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작 이에 맞서야 할 금속노조는 이번 투쟁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0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쌍용차 공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행한 정리해고 저지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보여준 미약한 투쟁력은 왜 산별노조를 만들고자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게 한다. 쌍용차 지부가 옥쇄파업을 단행한 순간 현대차 지부는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며 노조 공백 사태가 벌어졌고, 지엠대우 지부는 사측과 임금동결에 합의하였다. 금속노조의 부분 파업 지침은 선언에 그쳐 파업이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확인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수천이 모인 평택 주말 집회에서는 전술을 둘러싼 갈등으로 조합원 대부분이 해산해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더군다나 쌍용차 지부의 투쟁은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금속노조가 2009년 핵심 목표로 제시한 총고용 보장을 내건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분오열은 더욱 뼈아프다. 금속노조의 요구가 정부에게 위협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버린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존재의 이유는 기업별 노조로는 불가능한 산업적 쟁점과 국가를 상대로 한 투쟁의 유효성에 있다. 이러한 투쟁들을 통해 조합원은 회사의 종업원이 아닌 노동자계급으로 자각하게 되고, 또한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 대안적 사회를 꿈꿀 수 있다. 쌍용차 투쟁은 정리해고라는 전 노동자적 문제였으며, 공적자금 투입 주체이자 사태의 실질적 배후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였으며, 초민족자본의 만행과 한국 사회의 세계화 과정에 대한 성찰을 담은, 그야말로 산별노조가 그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어야만 했던 투쟁이었다.

물론 금속노조는 이제야 조직 형식적으로나마 산별의 모양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아직 미완의 조직이다. 금속노조는 이번 투쟁 이후 더욱 연대와 계급성에 기반을 두고 산별노조를 건설해 나갈 수 있는 준비와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한편 일부에서 주장하는 산별 무용론은 현재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력했던 금속노조의 한계가 일부 대기업 노조에서 주장하는 기업별 노조의 유용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1998년 현대자동차, 2001년 대우자동차, 그리고 2009년 쌍용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국적 전선을 만들지 못한 구조조정 저지 투쟁은 매번 패배해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고반대 전국적 투쟁 전선을 구축하자

8월 이후 노동자운동은 시급히 전국적인 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라 했던 쌍용차 노조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을 인천, 울산, 창원,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조직해야 하며, 정부에게 해고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일부는 해고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노동자 생존의 근거를 파괴하는 대량 해고 사태에 눈감은 한가한 해법일 뿐이다. 노동유연화가 정권 차원의 최대 과제라 주장하며, 그나마 있는 복지 예산도 삭감하여 4대강 삽질에 쏟아 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사회적 안전망류의 정책들은 극단적 노동유연화를 가리는 치장에 불과하다. 30조 원 이상의 정부 재정이 건설 자본과 지역 투기 세력에게 돌아가는 4대강 정비사업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운동이 이러 저러한 재정 투입 제안을 한들, 이를 듣는 사람이나 주장하는 사람이나 머쓱한 일이다.

해고를 제한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세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기간의 생산 감축 속에서는 해고-고용이라는 노동유연화의 순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역시 일자리를 나누는 기간이 단기간일 때나 통하는 것이다. 현재 약간의 경기 반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아직도 숨겨진 금융 부실이 천문학적 수치로 존재하며,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를 대체할 새로운 축적의 방식은 등장하고 있지 않다. 금융 투기 거품으로 탄생한 21세기 초반의 수요 수준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의 저점균형(침체)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는 곧바로 실업이며 생존권의 박탈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쌍용차 노동자의 외침이 해고의 위협을 알리는 선전 문구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자본이 자신의 이윤을 희생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고용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미 한국의 노동유연화가 OECD 내에서도 상위 수준일 만큼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여 년간 진행된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부족하게나마 존재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의 안전망도 무력화시킨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개정되어 실질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줄어든 시간을 채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에서 1차 하청으로, 그리고 또 2, 3차 하청으로 내몰리고, 단기 계약 노동자로 내몰리며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안전망을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해고를 통해 임금은 줄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 진다. 그 어떤 대안도 현재와 같은 노동유연화 수준에서는 자본의 노동 비용 절감 효과에 이용될 뿐이다.

이러한 해고를 제한하는 싸움에서 조직된 노동자들, 그리고 금속 노동자들이 앞장 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금속노조는 계획으로만 존재하는 산별건설이나 조직 형식적으로만 진행되는 지역지부전환 등의 조직 체계 개편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가 계급적으로 단결하는 산별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쌍용차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금속노조의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직시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며, 하반기 전국적 투쟁 전선을 실질적으로 조직해 나갈 수 있는 계획과 결의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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