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오늘 논평 | 2016.11.22

박근혜 퇴진 2막의 ‘보이지 않는 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박근혜는 자진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고, 정치권은 최후의 카드로 여겼던 탄핵 소추 절차에 돌입했다. 얼마 전까지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일제히 ‘지체 없는 탄핵’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진 퇴진의 형태를 두고 갑론을박하던 정치권과 보수언론이 탄핵으로 입장이 정리된 셈이다.

조선일보의 꿍꿍이

각 세력의 꿍꿍이는 다르다. 조선일보는 얼마 전까지 ‘거국내각☞개헌☞퇴진☞보수재결집☞정권재창출’을 로드맵으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예상보다 강경하게 버티고, 검찰이 박근혜를 꿇어앉힐 만큼 수사를 하지 못하면서 로드맵이 꼬였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22일자 칼럼에서 “우리 마음 속 박근혜는 이미 죽었다”며 이번 거사의 출구를 찾았다. 탄핵이 잘 될 것 같진 않지만, 우선 절차를 밟으며 시민들을 거리에서 집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 고문의 이야기를 직설로 풀면 이렇다. “계속 커지는 촛불 집회에 위협을 느끼는 기득권 세력은 이미 죽은 박근혜를 타격하며 범(凡)비박-반(反)문재인 연합을 결성해야 한다!” 실제 빠른 탄핵을 주장하는 세력들 대부분은 촛불 집회가 기존 정치 세력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촛불 집회로 인한 정국 혼란을 조속한 탄핵 추진의 근거로 삼는다.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민주당

한편,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추미애 대표가 느닷없이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해 지탄을 받더니, 이번에는 문재인이 박근혜 사면론을 주장해 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안철수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고, 보수층의 실망으로 무당층만 21.9퍼센트로 크게 늘었다. (…) 필요하면 닉슨처럼 사면 등 퇴로를 열어주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듯싶다”고 주장했는데, 이 직후 나온 이야기다. 보수층과 경북 표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런데 촛불을 우롱한 박근혜에게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이야기하는 문재인은 ‘촛불 집회 참여도 계속 하겠다’고 한다. 어이없는 행보다. 여기저기 모두 기웃거리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근시안적 정치 셈법이다.



그들에게 촛불은 대권 탐욕 위한 엑스트라

국민의당은 가장 선명하게 탄핵 전략을 밝히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선(先)거국총리, 비박계와 연대한 탄핵을 주장했다. 황교안 총리를 권한대행으로 앉힐 수 없고, 비박계와 연대하지 않으면 국회 2/3을 넘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근거이긴 하지만 역시 속내는 대권이다.

최순실 게이트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는 범보수연합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거론되던 후보였다. 탄핵 과정에서 여야 다수 정당들이 치고받으며 진흙탕에 빠지고, 안철수와 비박이 소위 제3지대에서 세를 불리면 대권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 국민의당의 대권 구상일 것이다. 헌데 이는 조선일보 구상과도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 역시 안철수 행보에 대해 꽤 비중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

이것이 보수언론과 야당들이 말하는 ‘탄핵의 길’이다. 이들의 정치셈법 안에서 시민의 촛불은 ‘기득권에 대한 위협’이거나, ‘대권을 위한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다른 길이 있냐고 묻는다면 당장 명쾌한 답은 없다. 하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탄핵이 답인 것도 아니다. 11월 26일 촛불집회에 모일 시민들이 제각각 답을 한 번 준비해자. 200만 개의 해법을 조합하면 답을 찾지 못할 리 없다. 보수세력의 고리타분한 재집권 플랜과 대권에만 눈이 먼 야당의 무능보다 200만 촛불의 답이 모자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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