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5호 | 2009.03.19
한미연합사의 키리졸브 훈련 반대한다!
전쟁연습은 한반도의 불안을 부채질할 뿐이다
3월 9일부터 한미연합 전시증원훈련(키리졸브)과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이 한반도 전역에서 사상 최대의 규모로 실시되고 있다. 부산 앞바다에는 미 핵 항공모함 스테니스호가 출몰하였고 한국의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도 처음으로 동원되었다. 이는 이번 군사훈련이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한미연합군의 선제공격, 그리고 한국의 미국 MD체제편입을 위한 실전 연습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북한은 대북 침략전쟁연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3월 12일에는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 발사시점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또 북한은 훈련기간(3월 9일-20일) 동안 북한의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발표했고, 본 훈련을 “임의의 순간에 실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전쟁행동”으로 규정하고 침략행위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사상최대의 공격적 군사훈련
이번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2007년까지 진행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대체하며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훈련 목적은 자위적 방어가 아니라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이다. 한미군사동맹의 글로벌화에 발맞추어 각종 첨단 공격무기 사용을 실습하는 이번 훈련은 그 자체로 대규모의 무력시위다. 한미연합사는 작년에는 1주일이었던 훈련 기간도 두 배 늘려서 사상최대의 공격적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에는 미군 2만 6천명과 한국군 2만여 명 등 총 5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고, 미국 제3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인 스테니스호(9만6천t)와 핵잠수함, 이지스구축함 등 10여척의 함정이 투입된다. 특히 스테니스호에는 F-18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E-2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이 가운데 EA-6B(프라울러)는 적의 레이더와 통신망을 교란시킬 뿐 아니라 방공포대와 함대함 미사일 시스템을 타격할 수 있는 AGM-88(HARM)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7함대에 파견된 캐나다 함정 위니페그(Winnipeg)호도 훈련에 참가하는데 이는 2012년 예정되어 있는 작전통제권 환수 과정에서 한미양국이 전제대-전기능별 협조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다국적 협조본부(MNCC)를 구성하기로 한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이 한국전쟁 때처럼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군을 구성하여 대응할 목적으로 MNCC를 구성하고 동맹국의 함정도 동원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번 훈련에 처음 동원되는 한국 이지스함은 미국 이지스함들과 상호 정보교환과 통신훈련을 한다. 이지스함은 MD체제를 구성하는 핵심 무기로 미국의 MD체제의 위용을 과시하며 향후 한국이 적극 가담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연습에서 한미연합사는 한미 공군의 특수작전요원 침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연합교환훈련(JCET), 군수지원 훈련, 한미 해병대에 의한 실사격 훈련, 대북 시가전 및 지휘소 타격훈련, 민군작전, 미 해군의 대테러 훈련, 미 해병대의 산악훈련 등 대북 공격과 점령을 상정한 훈련들을 실시한다. 한편 훈련기간 중 괌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4대가, 오키나와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 12대가 전진배치되어 북한을 압박한다.
고조되는 위기
이처럼 한미연합군의 사상최대의 군사훈련은 그 규모와 실체가 이미 대북선제공격이라는 군사적 목적을 넘어서 글로벌화된 한미군사동맹의 위용을 과시하는 수준이다. 2009년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남북관계의 악화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을 강화하고 있다. 또는 한편으로 최근 강도 높은 군사적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의 대응이 존재한다. 지난 1월 30일, 북한은 ‘정치 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를 위한 남북한 합의 무효화’를 선언하였고 이어 1월 17일, ‘서해해상군사분계선 고수 및 대남 전면 대결 태세 진입’ 성명을 발표하였다. 연이어 2월 24일, 북한 조선우주공간 기술위원회는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진행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현재의 6자회담은 북한의 핵 불능화 과정에서의 기술적 난항들에 직면하고 있어 향후 북-미관계 진전에 있어 긴 교착상태가 예상된다. 2008년 6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2007년 10월 3일)에 명기한 핵 신고서 제출 이후 검증조치에 관한 의정서 채택이 북한의 반대로 합의 없이 종료되고 6자회담 2단계 조치가 오바마 행정부로 넘겨졌다. 현재 북한의 핵 불능화 과정에서 시료채취 여부와 미신고시설검증이라는 쟁점은 6자회담 내부에서 여전히 풀기 힘든 난제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위성발사체(미사일)실험이라는 군사적 행위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
북한이 실험하고자 하는 위성발사체 광명성 2호는 실제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사과정과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리는 위성발사체에 핵탄두 및 생화학무기,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군사무기와 인공위성 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위성발사실험은 곧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를 실험 발사했고, 2006년 대포동 2호 1기를 포함해 노동 및 스커드급 중장거리 미사일 수발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그리고 2009년 현재 광명성 2호 발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대대적으로 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군사적 행동들은 지속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는 북미관계에서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미사일 협상’의 난항과 한계
1994년 제네바 합의가 미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탄 난 이후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를 강행하였고 이를 계기로 북미 간 협상의제에 미사일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미 간에 진행되어온 미사일 협상은 북한의 국제협정 ‘위반’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미 간의 핵 공방과는 성격이 달랐다. 다시 말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은 분명 북한이 주장하는 바대로 자주권의 영역이기 때문에 북한 영토에 직접 들어가 미사일을 검증하거나 미사일을 해체할 국제법적 명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협상 의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치적 프로세스가 필요했고, 따라서 당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게 식량과 경제 지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미사일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클린턴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정책이었던 페리 프로세스의 실체다.
이러한 미사일 협상기조에 따라 2000년에 조명록 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의 상호방문과 공동코뮤니케가 성립될 수 있었다. 당시 양국은 장거리미사일 관련부품 및 기술의 수출, 그리고 특정사거리의 미사일 자체실험 및 생산의 중단문제에 관해서는 대체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영토에 직접 들어가 이를 검증하고 일본을 향해있는 약 100여기의 노동미사일을 해체할 수 있는 방안은 찾지 못한 채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북한은 이번 위성발사체 실험을 통해 과거 북미양자간 직접협상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미사일 문제를 이슈화시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기조를 압박하고자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 틀도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 전력을 해체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부시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조미 공동코뮤니케를 보완하며 미사일 문제와 북 일수교를 연관 지어 미국의 협상책임을 무마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이끌어갔는데 오바마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즉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자기패권을 안정화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실제 비용과 책임을 일본과 한국에 떠넘기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은 북한의 발사체 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6자회담의 논의 의제 중 하나로 다루고자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 해체와 일방적인 평화군축
결국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오늘날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이 수행하는 호전적인 군사전략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극단적인 군사적 대결구도를 증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군사대립은 미국의 전쟁위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데 기여하고, 북한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경쟁구도에 휘말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지난시기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은 미국의 동북아 MD전략을 관철시키는 주요한 명분이 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유발시켰다.
오늘날 북미관계의 새로운 진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미국 군사패권의 밑바탕이 되는 한미일 삼각동맹 구조가 해체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미국의 반테러전쟁이 점차 전 세계로 확대대고 있는 과정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의 글로벌화가 내재하고 있는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성격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평택, 군산 미군기지 확장과정에서 추진되고 있는 주한/주일미군의 성격 변화와 그 전진기지로서의 주한 미군기지의 위상변화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입증하는 동시에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분쟁에 대한 한국군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를 목적으로 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군의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 고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중운동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평화군축이라는 일관된 원칙 하에서 한미일군사동맹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반전평화의 정당성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한다. 키리졸브 훈련을 비롯한 한미군사 훈련을 모두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MD구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적 행동이 필요하다. 나아가 주한/주일미군 주둔과 미국의 위선적 핵정책을 비판하는 국제적인 반전반핵평화운동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대북 침략전쟁연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3월 12일에는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 발사시점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또 북한은 훈련기간(3월 9일-20일) 동안 북한의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발표했고, 본 훈련을 “임의의 순간에 실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전쟁행동”으로 규정하고 침략행위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사상최대의 공격적 군사훈련
이번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2007년까지 진행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대체하며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훈련 목적은 자위적 방어가 아니라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이다. 한미군사동맹의 글로벌화에 발맞추어 각종 첨단 공격무기 사용을 실습하는 이번 훈련은 그 자체로 대규모의 무력시위다. 한미연합사는 작년에는 1주일이었던 훈련 기간도 두 배 늘려서 사상최대의 공격적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에는 미군 2만 6천명과 한국군 2만여 명 등 총 5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고, 미국 제3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인 스테니스호(9만6천t)와 핵잠수함, 이지스구축함 등 10여척의 함정이 투입된다. 특히 스테니스호에는 F-18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E-2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이 가운데 EA-6B(프라울러)는 적의 레이더와 통신망을 교란시킬 뿐 아니라 방공포대와 함대함 미사일 시스템을 타격할 수 있는 AGM-88(HARM)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7함대에 파견된 캐나다 함정 위니페그(Winnipeg)호도 훈련에 참가하는데 이는 2012년 예정되어 있는 작전통제권 환수 과정에서 한미양국이 전제대-전기능별 협조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다국적 협조본부(MNCC)를 구성하기로 한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이 한국전쟁 때처럼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군을 구성하여 대응할 목적으로 MNCC를 구성하고 동맹국의 함정도 동원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번 훈련에 처음 동원되는 한국 이지스함은 미국 이지스함들과 상호 정보교환과 통신훈련을 한다. 이지스함은 MD체제를 구성하는 핵심 무기로 미국의 MD체제의 위용을 과시하며 향후 한국이 적극 가담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연습에서 한미연합사는 한미 공군의 특수작전요원 침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연합교환훈련(JCET), 군수지원 훈련, 한미 해병대에 의한 실사격 훈련, 대북 시가전 및 지휘소 타격훈련, 민군작전, 미 해군의 대테러 훈련, 미 해병대의 산악훈련 등 대북 공격과 점령을 상정한 훈련들을 실시한다. 한편 훈련기간 중 괌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4대가, 오키나와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 12대가 전진배치되어 북한을 압박한다.
고조되는 위기
이처럼 한미연합군의 사상최대의 군사훈련은 그 규모와 실체가 이미 대북선제공격이라는 군사적 목적을 넘어서 글로벌화된 한미군사동맹의 위용을 과시하는 수준이다. 2009년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남북관계의 악화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을 강화하고 있다. 또는 한편으로 최근 강도 높은 군사적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의 대응이 존재한다. 지난 1월 30일, 북한은 ‘정치 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를 위한 남북한 합의 무효화’를 선언하였고 이어 1월 17일, ‘서해해상군사분계선 고수 및 대남 전면 대결 태세 진입’ 성명을 발표하였다. 연이어 2월 24일, 북한 조선우주공간 기술위원회는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진행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현재의 6자회담은 북한의 핵 불능화 과정에서의 기술적 난항들에 직면하고 있어 향후 북-미관계 진전에 있어 긴 교착상태가 예상된다. 2008년 6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2007년 10월 3일)에 명기한 핵 신고서 제출 이후 검증조치에 관한 의정서 채택이 북한의 반대로 합의 없이 종료되고 6자회담 2단계 조치가 오바마 행정부로 넘겨졌다. 현재 북한의 핵 불능화 과정에서 시료채취 여부와 미신고시설검증이라는 쟁점은 6자회담 내부에서 여전히 풀기 힘든 난제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위성발사체(미사일)실험이라는 군사적 행위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
북한이 실험하고자 하는 위성발사체 광명성 2호는 실제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사과정과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리는 위성발사체에 핵탄두 및 생화학무기,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군사무기와 인공위성 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위성발사실험은 곧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를 실험 발사했고, 2006년 대포동 2호 1기를 포함해 노동 및 스커드급 중장거리 미사일 수발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그리고 2009년 현재 광명성 2호 발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대대적으로 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군사적 행동들은 지속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는 북미관계에서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미사일 협상’의 난항과 한계
1994년 제네바 합의가 미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탄 난 이후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를 강행하였고 이를 계기로 북미 간 협상의제에 미사일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미 간에 진행되어온 미사일 협상은 북한의 국제협정 ‘위반’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미 간의 핵 공방과는 성격이 달랐다. 다시 말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은 분명 북한이 주장하는 바대로 자주권의 영역이기 때문에 북한 영토에 직접 들어가 미사일을 검증하거나 미사일을 해체할 국제법적 명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협상 의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치적 프로세스가 필요했고, 따라서 당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게 식량과 경제 지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미사일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클린턴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정책이었던 페리 프로세스의 실체다.
이러한 미사일 협상기조에 따라 2000년에 조명록 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의 상호방문과 공동코뮤니케가 성립될 수 있었다. 당시 양국은 장거리미사일 관련부품 및 기술의 수출, 그리고 특정사거리의 미사일 자체실험 및 생산의 중단문제에 관해서는 대체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영토에 직접 들어가 이를 검증하고 일본을 향해있는 약 100여기의 노동미사일을 해체할 수 있는 방안은 찾지 못한 채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북한은 이번 위성발사체 실험을 통해 과거 북미양자간 직접협상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미사일 문제를 이슈화시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기조를 압박하고자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 틀도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 전력을 해체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부시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조미 공동코뮤니케를 보완하며 미사일 문제와 북 일수교를 연관 지어 미국의 협상책임을 무마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이끌어갔는데 오바마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즉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자기패권을 안정화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실제 비용과 책임을 일본과 한국에 떠넘기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은 북한의 발사체 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6자회담의 논의 의제 중 하나로 다루고자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 해체와 일방적인 평화군축
결국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오늘날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이 수행하는 호전적인 군사전략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극단적인 군사적 대결구도를 증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군사대립은 미국의 전쟁위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데 기여하고, 북한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경쟁구도에 휘말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지난시기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은 미국의 동북아 MD전략을 관철시키는 주요한 명분이 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유발시켰다.
오늘날 북미관계의 새로운 진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미국 군사패권의 밑바탕이 되는 한미일 삼각동맹 구조가 해체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미국의 반테러전쟁이 점차 전 세계로 확대대고 있는 과정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의 글로벌화가 내재하고 있는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성격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평택, 군산 미군기지 확장과정에서 추진되고 있는 주한/주일미군의 성격 변화와 그 전진기지로서의 주한 미군기지의 위상변화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입증하는 동시에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분쟁에 대한 한국군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를 목적으로 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군의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 고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중운동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평화군축이라는 일관된 원칙 하에서 한미일군사동맹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반전평화의 정당성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한다. 키리졸브 훈련을 비롯한 한미군사 훈련을 모두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MD구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적 행동이 필요하다. 나아가 주한/주일미군 주둔과 미국의 위선적 핵정책을 비판하는 국제적인 반전반핵평화운동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