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57호 | 2010.01.15

보즈워스 방북과 북한의 평화협정 회담 제안 이후 전망

세계적 차원의 핵무기 폐지 운동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정책위원회
2009년 12월 8일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했다. 전 주한 미국 대사였던 보즈워스가 2009년 2월 20일 특별대표로 임명된 지 9개월이 더 지난 후에야 방북이 성사되었다. 대북 특별대표 임명은 곧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접촉이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2월 24일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광명성 2호 발사를 준비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 임명 전 2009년 2월 13일 힐러리 장관은 “북한이 진정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미국은 관계정상화, 평화조약체결, 에너지경제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대화 의지를 천명했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가 합의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존중하면서 6자회담을 진행하고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로 이를 보강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새 정부가 다자포럼과 양자대화를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꽤 좋아 보였고 다른 6자회담의 참가국도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북한이 4월 5일 로켓발사를 실행하고 5월 25일 2차 지하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 내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미국 새 행정부와 대화를 할 의사가 있기는 있는 것이냐는 회의론이 제기되었다. 또 한편에서는 설사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할 의사가 있더라도 북한이 협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 의문이 제기되었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점점 더 수수께끼처럼 여겨졌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새로운 분석: 북한은 미국-인도 유형의 핵 협정을 바라는가?

대북협상에 대한 회의론이나 의문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실제 핵무기 보유이며, 이를 미국과 인도가 맺은 핵 협정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이 보장하기를 원하며, 나아가 북한 정권에 대한 안전보장도 원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빅토르 차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 핵 실험이 단순히 미국의 관심을 끌고 워싱턴을 양자회담으로 이끌려는 전술로 더 이상 이해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이 2002년 10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밝히거나 2006년 10월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도 어떤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가 평양과 고위급 양자협상을 하기 꺼려했기 때문에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며 부시 정부를 비난했다. 이는 북한이 꺼낸 것이 폭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은 올리브가지 즉 화해 제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 사실 부시 행정부 1기에는 북한을 ‘악의 축’이나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불렀고 지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체결된 모든 북미 합의를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자 직접대화를 포함한 협상을 준비하는 시기에 북한이 미사일, 핵 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조치도 대화 성사를 위한 전술이라는 설명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견해가 미국 내에서 우세해졌다. 탄도미사일 실험이나 지하핵실험은 최소한 몇 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은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사후적 반응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치밀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이 보기에 가장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더욱 강화된 핵,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는 것보다 더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능력 보유를 위해 그처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가? 단지 “게임에 거는 판돈을 키우기 위해서”인가? 즉 대량살상무기 포기의 반대급부를 더 키우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실제로 핵미사일 보유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가?

미국 내 비둘기파는 북한이 안전보장과 자신의 핵무기를 거래할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협상에서 보인 입장을 보면 북한이 어떤 합의를 원하기는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미국 내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그런 합의란 무엇인가?

6자회담에서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가 약속한 경수로형 원자로를 부시 행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화가 과열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북한의 일방적 비핵화가 아니라 두 핵무기 국가 사이의 상호 핵무기 감축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현재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 1항에서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명문화했다. 즉 이는 미국이 핵무기가 있는 국가가 핵무기가 없는 국가에게 핵 공격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명문화한 것으로서, 미국 외교 전례에서 파격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언급한 소극적 안전보장이나 미국의 핵무기 감축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것이 미국 내 새로운 시각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미국과 인도가 맺은 민간핵에너지협정이다. 그 협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도의 원자로 중 일부(22개 중 8개)가 국제사찰을 받지 않게 합의한 사실이다. 결국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의지가 있지만 또한 민간 핵에너지를 보장받고자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에너지와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부를 국제 사찰 외부에서 통제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은 공식적인 6자회담이나 미국과의 양자협상에서 인도 유형의 협정을 상정한 적 없다. 아마도 북한도 이러한 입장을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협상이 지연되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 후 시점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 내 부상하는 새로운 시각은 북한이 그런 시점이 도래할 때까지 핵무기 프로그램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석이 제기된다. 즉 북한의 의도는 한반도에 국한된 ‘제한적 핵 억지력’ 보유를 인정받는 대신에, 미국의 우려사항 중에서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 이전을 최대한 해소해 주고, 더 나아가 미래 동북아 전략구도에서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함으로써 미국의 중국 견제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조미관계 정상화이고,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수립이라는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PSI의 국제적 제도화

북한의 의도에 대한 미국 내 새로운 시각이 과연 적절한 분석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완전히 투명하게 파악하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조건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와 제재라는 이중 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제재의 측면을 살펴보자. 미국이 더욱 강력한 제재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제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는 실질적 조치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무기수출이 봉쇄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 그만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했던 확산방지조약(PSI)을 유엔이라는 맥락에서 더욱 효과적이고 포괄적으로 제도화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후, 4월 13일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되는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하므로 북한의 로켓발사가 대북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의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북한은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 핵억제력 강화, 경수로 발전소 재검토, 우주 이용 권리 행사를 언급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또한 5월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6월 12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이 채택되었다. 결의안은 북한이 모든 무기 관련 물자를 대외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무기 관련물자와 연관된 금융거래, 자문과 기술훈련을 금지했다. 결의안 1718호는 수출통제 대상을 유엔재래식무기등록제도(UNRCA) 하에 7대 무기류(탱크, 장갑차, 대포, 전투기, 공격형 헬기, 전함, 미사일)와 관련 물자, 핵/미사일/생화학무기 관련 통제품목으로 제한했으나 1874호는 모든 무기와 관련 물자로 확대했다. 특히 결의안은 화물검색 강화 조항을 담아서 무기 운반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1817호에서는 재래식 무기가 검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선박검색에 대한 조항이 없었으나 이번 결의안에는 포함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북한은 6월 13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하고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북한은 9월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우라늄 농축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결의안에 비해 2009년 결의안은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2년 미군은 예멘행 북한산 스커드 미사일을 적발하고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예멘이 합법 무기수출이라고 반발하자 미군은 북한 서산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고 예멘은 무기를 다 넘겨받았다. 하지만 2009년 결의안에 따라 북한의 무기수출은 잇따라 적발, 압류되고 있다. 2009년 6월 미얀마로 향하던 북한 강남1호가 미군 추격을 받다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7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호주선적 ANL-오스트레일리아를 억류하고 북한산 무기를 압수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ANL-오스트레일리아가 북한산 로켓발사기, 뇌관을 싣고 이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발표했다. 8월에는 북한 무산호가 인도 해군에 나포되었다. (그러나 무산호에서는 무기나 핵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12월 태국 당국은 미국의 제보로 35톤 규모 북한 무기를 실은 항공기를 억류했다. 이와 같은 사례처럼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무기수출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월의 항공기 억류 사례처럼 북한이 고액의 운송료를 부담하면서 항공기를 통한 무기수출을 시도한다는 것은 실제로 선박을 통한 무기수출이 큰 장애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즈워스 방북으로 드러난 미국의 대북 전략

오바마 정부가 대화와 제재라는 이중 트랙 중에서도 제재에 방점을 찍는 가운데 2009년 12월 보즈워스의 방북이 이루어졌다. 보즈워스의 방북은 부시 정부 말기인 2009년 말 핵 검증 의정서 합의 실패 이후 첫 번째 북미 간 공식회담이었다. 미국의 의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을 분명히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이 몇 가지 전술적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 미국의 정책을 북한에게 직접 분명하게 제시하고, 다른 6자회담 당사국과 정책 협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북한의 의사결정구조에서 고위층을 차지하는 인사들과 접촉함으로써 북한이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촉진하며,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게 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번 회담에 몇 가지 제한을 가했다. 첫째, 미국의 공식 방침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대가로 어떤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 5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 내에서는 제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매우 강해졌다. 회담 복귀를 위해 북한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보상을 해주는 학습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나쁜 행동은 곧 제재라는 분명한 등식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정부는 북미 공식회담을 한 차례로 제한했다. 추가적인 북미회담을 필요하냐는 문제는 회담 이후에 결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미 접촉이 다른 6자회담 당사국을 배제하는 양자협상으로 전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실제 핵보유국 위상을 추구하고 미국이 이를 보장하는 미국-인도 유형의 핵협정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는 비관론자도 북한과 협상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간주한다. 6자회담이나 그로부터 유래하는 미래의 어떤 대화형식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북한 핵능력의 동결, 불능화 또는 저하라는 목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평화협정 회담 제안과 6자회담 전망

2010년 1월 11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회담 형식에 대해서는 “9.19공동성명에 지적된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애초에 평화협정은 핵문제와 관계없이 자체의 고유한 필요성으로부터 이미 체결 되었어야 했고, 조선반도에 일찍이 공고한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더라면 핵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현지시각) 1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단지 회담에 복귀하는 것만으로 보상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측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조치를 취한 이후에야, 광범위한 범위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또한 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제재의 적절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면서 6자회담 복귀가 먼저라는 답을 보냈다. 중국도 평화협정 회담 제의에 대해서는 직접 논평을 달지 않고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발표한 외무성 성명은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평화협정 당사국 회담과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병행’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미국은 ‘선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조치, 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타협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6자회담을 재개해 비핵화 협상과 함께 평화보장체제를 위한 당사국 포럼(4자회담)을 여는 쪽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서 제재 해제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팽팽히 맞서는 쟁점이므로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6자회담 2단계에서 가장 난제였던 북한 핵 신고서 검증방안은 2008년 말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2009년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08년에 제출된 핵 신고서는 이미 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이를 북한이 완전히 새로이 작성해야 하고 또한 이를 검증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6자회담 재개의 입구와 출구가 무엇이냐를 두고 북한과 미국이 강력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리라 예상하기 매우 힘들다.


2010년 NPT 재검토회의와 한반도 핵 문제

북한은 미국이 자신의 선의를 항상 무시했고 비핵화에 상응하여 미국이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한다는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에 대해, 양자회담이든 다자회담이든 협상에서 상대방이 진정한 목표를 숨기고 대화한 형식을 통해 시간을 지연시킬 뿐이기 때문에 결국 협상이 기만술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항상 품고 있다. 따라서 협상과정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태세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하와이-동경-괌-평택을 잇는 동아시아 주둔미군의 전쟁태세를 한층 더 강화하며, 최근 확장억지라는 명분으로 동아시아 핵우산 정책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핵, 미사일 실험을 반복하면서 장거리 핵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화운동은 북한과 미국 양자가 선의를 발휘해서 대화와 양보를 통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주문하는 것 이상으로 동아시아 (핵)전쟁태세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북미협상은 입구와 출구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매우 어렵다.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면 핵무기 폐지를 열망하는 세계적 차원의 운동 밖에 없다.

2010년에는 5년 마다 열리는 핵확산방지조약(NPT)의 재검토 회의가 5월 뉴욕에서 열린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에 따라 러시아와 전략핵무기감축협상을 진행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의회 비준을 주도함으로써 세계적 핵감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NPT 체제 강화나 PSI의 제도화를 통해 강력한 비확산/반확산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오바마 정부가 미국 의회의 지지를 얻어 전략핵무기감축협정이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조기에 실현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미국은 NPT 체제 강화를 통해 NPT 탈퇴국(예를 들어 현재의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강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세계 평화운동은 NPT 재검토회의가 핵무기 보유 국가를 위한 일방적인 도구로 기능하는 것을 막고, 세계 평화운동의 주도로 핵무기 폐지의 당위성과 현실성을 세계에 전파시키기 위한 계기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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