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1년 5월 11일 민중연대(준) 주최의 정책워크샵에 제출된 토론문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방정책의 검토과정 및 북미협상 전망에 대해 다룬 글입니다.

* * * * * * * * * * * * * * * *

<민중연대 워크샵 토론문> 부시정부의 군사외교 정책의 변화 전망

작성일: 2001년 5월 11일
작성자: 임필수(사회진보연대 정책기획부장)

1. 부시정부의 win-and-win 전략 재검토의 의미

(1) win-and-win 전략의 개요

최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미국의 국방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win-and-win' 전략, 즉 거의 동시에 발생하는 2개의 주요지역전쟁(major regional war) ― 특히 북한과 이라크에서 동시에 발발하는 전쟁 ― 에서 동시에 승리를 거둔다는 군사전략의 폐기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win-and-win 전략이 공식화된 것은, 클린턴정부의 출범 이후 미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나온 중요한 보고서였던 [전면재검토](Bottom Up Review)에서였으며, 클린턴 재선 이후 나왔던 [4개년국방평가](QDR)에서도 이를 유지하였음.
2개의 전쟁전략은 1990년대 초반 미국의 對이라크전쟁 계획이었던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에 근거한 전략이었음. 1개의 지역에서 '사막의 폭풍' 급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력의 최소규모는 육군 4-5개 사단(6만-10만), 해병대 4-5개 여단(1만2천-2만5천), 공군 10개 전투비행단(720개의 전투기), 100개의 공군 폭격기, 그리고 4-5개 해군 항공모함전투단 등으로 평가되었음.
또한 그 전쟁 시나리오는, 초기 전쟁의 결과로 동맹국이 상실한 영토를 복구하고, 적국을 향해 진격하여 적국 정부를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그 지역을 점령하는 것을 상정한 것이었음 (한미연합군의 전쟁시나리오 [작전계획 5027] 참조)

(2) win-and-win 전략에 대한 비판적 견해

그러나 1997년 QDR 발표 이후, 2개의 전쟁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미국 정가 및 군부 내에서 다수 제출되었음. 예컨대 1997년 미국 의회가 임명한 국방위원단(National Defence Panel)은 "2개의 지역전쟁이라는 구상은 냉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는 데에는 유용한 메커니즘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2010-2020년에 요구하게 될 군사력을 달성하는 데에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그것이 실질적인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 국방부의 조직적 요구와 관련된 관료적 고안물이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코헨 당시 국방장관에 의해 구성된 국가안보/21세기 위원회가 2000년에 제출한 보고서 역시 "2개의 전쟁이라는 척도는 현재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커질 다양하고 복합적인 우발성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
현재 미국의 안보전략가들이 상정하고 있는 복합적인 '우발성'이란 미국의 (군사)위성을 포함한 우주군사체계에 대한 잠재적 적국의 파괴적인 급습(우주 '진주만 폭격'), 정보지휘체계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잠재적 적국들의 대량살상무기 공격(핵·생화학-미사일), 미국 본토에서 발생하는 테러리즘까지, 그리고 세계각지에서 발발하는 인종적 갈등과 분쟁, 마약밀매를 포함한 세계적인 마피아 커넥션 등을 포함하는 것임.

현재 2개의 전쟁전략에 대한 비판적 평가들의 근거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불필요하다
- 이라크와 북한의 군사적 약체화. 이라크는 사막의 폭풍 이후 군사력이 실질적으로 1/2 이하로 약화되었으며 현재와 같은 제재가 유지될 경우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전쟁을 치루지는 않았지만 10여년간의 경제악화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이 무력화되었다. (중국-대만간의 분쟁 역시 미국의 우위는 분명하다.)

② 과도하다
- 2개의 전쟁전략은 동맹국의 지원을 최소화한 가운데 미국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을 상정한 것임. 그러나 중동지역의 경우 영국의 적극적인 지원은 확실하다. 또한 남한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군사력이 개선되고 있다. (미일동맹의 군사력 증강 포함.)
- 미국의 군사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의 해공군력의 우월성, 특히 정밀타격 능력 및 전략적 수송 능력의 개선은 미국의 우월성을 강화한다.

③ 위험하다
- 2개의 전쟁전략을 계속 고수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점해야 할 과제들을 뒤로 미루게 된다. (정보전, 우주전 등)

(3) 향후 전망과 의미

현재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미국 국방전략의 재평가 과정은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QDR에 반영될 것으로 보임. (5월 25일 부시대통령의 발표 참조.)
win-and-win 전략의 재검토가 궁극적으로 지시하는 방향은 미국의 군사테크놀로지의 초우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 특히 군사정보 영역과 우주의 군사화라는 과제를 미국이 선점해 나간다는 것, 미국의 해공군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동맹국들의 군사력 구조(군사전략 및 무기체계)를 재편한다는 것, 따라서 첨단 군사분야에서는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지역분쟁 및 평화유지와 관련된 군사활동들에서는 동맹국들의 역할을 제고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현재 win-and-win의 '폐기'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급격하다기 보다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win-and-win 전략은 '폐기'라기 보다는 전략환경의 변화에 조응하는 '재조정'의 의미에 가깝다(1 and 1/2 전략).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이라크 및 북한(그리고 중국-대만 분쟁)에 대한 군사적 봉쇄 조치는 당분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조정된 군사력 배치 수준으로도 기존의 전쟁 시나리오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
② 이는 해외주둔 미 지상군의 약 10% 정도(2만5천명)의 감축으로 귀결될 것이다. 발칸반도 내의 보스니아 지역, 페르시아만 지역, 동북아시아의 오키나와 및 남한에 배치된 지상군 병력들이 각각 감축할 수 있을 것임.
③ win-and-win 전략의 재조정은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 절감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국방부의 고질적인 예산 부족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부시정부의 win-and-win 전략의 재검토 과정은 전략 핵전력의 정교화 (즉 MD 체계의 확대), 다국적군의 군사능력 개선(cf. 미국합참 JV2020)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것.
덧붙여, 한반도 상황과 관련하여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 옵션은 유지할 것이라는 점,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의 해소와 '보통국가'로의 전환에 대해 분명히 지지할 것이라는 점.

2. 부시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과정

부시정부는 이전 클린턴정부의 바톤을 이어받아 북한의 핵-미사일의 봉쇄라는 1차적인 과제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 분명함. 이는 페리프로세스의 기본적인 발상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클린턴정부 막판에 진행된 미사일협상의 전략적 틀도 유지할 것이라는 점.

페리프로세스의 발상이 유지된다는 의미: 1999년 9월 발표된 페리보고서는 스스로 이중경로 전략(Two-Path Strategy)이라고 이름을 붙힌 포괄적 접근을 통해서, 협상이라는 경로와 군사력의 증강이라는 경로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 먼저 협상을 통해 "북한이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압력들"을 단계적이며 상호주의적인 방식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을 카드로 삼아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는 것. 또한 협상의 진행경과와는 무관하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과 그 동아시아 동맹국들이 군사적인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강구한다는 것. (이러한 군사력의 증강은 북한의 의도나 행동에 대한 추측, 그리고 협상의 성공이나 북한의 내부적 변화에 대한 추측과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며, 만약 협상이 실패한다면 가시적으로 단계화할 것이라는 점.)

북미 미사일협상의 전략적 틀이 유지된다는 의미: 2000년 말 클린턴정부 당시 북한과 미국은 모든 장거리 미사일 및 관련 부품의 수출 중지, 특정 사거리의 미사일의 자체 실험 및 생산 금지에 대해서 까지는 합의를 이룬 듯. 그러나 미국의 추가적인 요구, 즉 이미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일본을 겨누고 있는 약 100기의 노동 미사일을 포함)의 제거, 북한 지역 내에서 미국이 직접 검증하는 방식의 수용, 북한의 미사일 개발의 기원에 대한 정보제공 등에 대해서 북한이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것이 협상 중단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임. 현재 부시정부 역시 이러한 추가적인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북한과의 포괄적인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음.

특히 미국은 동아시아 군사력의 재조정 과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의 미사일협상에 있어서 더욱 완고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임.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무시'(neglect) 전략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능성.)

현재 김대중정부는 북미간의 미사일협상 과정에 대한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고 있음. 이는 미국의 접촉정책(또는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수립 과정에서 미사일협상을 비롯한 군사·안보 문제에 관한 협상의 권한 전체를 미국이 가질 것을 용인하였던 것에 기인한 것임. (한미간의 역할분담론.) 결국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은 미국의 미사일협상 전략의 전개과정에 그 사활이 결정될 것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