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5년 9월 26일 민중연대 수련회에 제출되기 위해 작성된 의견안(초안)입니다. 이 글은 사회진보연대 내부의 토론을 거쳐 수정, 보완될 예정입니다.

* 참고로 민중연대 정대연 정책위원장이 작성한 <진보진영 연대연합운동의 발전방향에 대하여(토론용자료)>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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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에 대한 사회진보연대 의견안 (초안)

작성자: 사회진보연대
작성일: 2005년 9월 27일

1. 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의 전제

지난 전국민중연대 5년 역사의 성과는 민중진영의 자율적인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지지, 지원하고 이들 간의 실질적 연대를 일구어온 데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성과들이 어떻게 발전해야할지 토론해야 한다.

1)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 확대가 정치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 민중연대 결성배경은 남한의 외환/금융위기, IMF 구제금융 협약을 매개로 전면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존 민중운동 내부의 정치적 견해차이와 갈등을 뛰어넘어 공동의 투쟁을 모색하자는 기운이 형성되었다.

- 우리는 이런 정신을 발전시킨다는 분명한 지향이 있어야만 조직발전 논의를 추동할 수 있다. 특히 민중운동의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단결을 확장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2)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 헌신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의 결집이 조직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 남한 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은 이에 대항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을 형성했다. IMF, WTO 체제에 반대하는 (교육, 보건, 에너지, 물, 교통, 통신 등) 공공보편서비스의 상품화/사유화 반대, 노동 불안정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운동, 이주노동자운동, 식량주권과 식량안전을 위한 농민운동. 빈곤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운동,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편재되어 있는 빈민운동, 진보적 인권운동, 반전운동 등등.

- 단일연대연합체라는 표현은 기존 연대기구 재편 차원에서 접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는 광범위한 민중운동(사회운동)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민중연대 자신의 중장기적 역할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2. 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를 위한 제언: 민중연대 조직발전 논의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이미 민중연대 출범 당시부터 '일상적인 조직기풍 강화', '지역 민중연대 건설', '대의원구조 형성' 등이 제안되었다. 이는 조직 발전 논의를 민중연대 내부 규율의 강화나 내부 조직형식의 보강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민중연대 활동의 어려움은 규율이나 조직형식의 불충분성 때문이 아니라 정세와 실천 방향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 특히 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위한 연대흐름이 민중연대 외곽에서 형성되는지, 민중연대 중앙조직 가입단체의 수와 활동은 질적으로 확대되고 있지 않은지, 기층 수준에서 실질적인 연대투쟁은 강화되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진단해야 한다.

- 민중연대 조직발전 특위는 기존 민중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을 고양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민중연대가 직접 포괄하고 있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과의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민중운동 연대체 건설을 추동해야 한다.

- 한편 민중연대는 현재 상층 회의체계(의결, 집행구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지양하는 연대운동은 단체 상근 활동가들의 연대가 아니라 대중적인 차원의 연대운동일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기층 조직, 기층 활동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를 창출하는 것은 대의원구조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 민중연대는 여러 사회운동과 협력하여 적절한 방식으로 민중운동의 전망, 의제, 실천 방침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열린 토론구조의 형성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3. 현재 민중연대 운영에 대하여

- 민중연대는 '상설공동투쟁체'라는 위상에 따라 협의체(합의제)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사안, 국면에 따라 협의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주로 민중연대 외부의 공대위가 꾸려질 때 '민중연대'의 이름으로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낳았다 (대표적으로 '탄핵반대범국민행동', 최근에는 '사회양극화위원회'). 그러나 협의체의 원칙에 따르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각 참가단체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활동을 하면 될 문제다. 그러나 이게 심각한 쟁점이 되는 하나의 이유는 민중연대 중앙사무처가 파견활동을 할 것인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사무처의 활동이 상설공투체의 위상을 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

- 첫째, 민중연대 중앙사무처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독자기구 되는 경향을 우려한다. 민중연대는 각 참가단체의 연대사업(또는 대외협력사업)을 '대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중앙사무처는 참가단체들의 활동을 매개하는 기구로서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민중연대 운영에서 '신속한 업무 처리', '집행의 편이성'을 중심으로 사고하여 사무처가 활동범위를 임의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업에는 당장 편리함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참가단체의 능동성을 고양하고 운동의 민주주의를 제고하는 데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둘째, 민중연대의 역할을 민중운동 '창구단일화'라는 방식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우려한다. 민중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자율적인 연대의 흐름이 크고 작은 범위에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창구단일화'라는 사고는 이러한 흐름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4. 민중연대와 통일운동에 대하여

- 기존 통일운동 단체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민중적 변혁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과제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동의 활동을 모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한 과제다.

- 먼저 공동의 과제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1990년대 통일운동이 제시한 4대 과제는 1) 연방제통일방안 합의확산, 2)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북미평화협정 체결), 3) 주한미군 철수, 4) 국가보안법 철폐 등이었다. 이 가운데 국가보안법 철폐는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완전 철폐되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투쟁은 현재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미(일)동맹 체제 해체를 위한 투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연방제통일방안 합의확산 투쟁의 의미에 대해서는 현재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남북간의 통일은 양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는 전혀 불가능하며 실질적으로 남과 북의 사회체제가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아니라면) 남한사회의 변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만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양 체제를 유지하는 '절묘한' 통일방안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통일방안에 대한 남북 민중의 합의가 부족해서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미 6.15 공동선언은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하여, 실질적으로 분단을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데 합의하였다. 따라서 남북 간의 통일을 지향하는 운동은 실질적인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예를 들어 한미동맹 해체, 남한사회의 민중적 변혁)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다.

- 한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변화된 정세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전망에 대해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한미(일)동맹이 유지되는 구조를 평화체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 결론적으로 남북간의 통일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향하는 운동은 현재 우선적으로 주한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를 위한 반전평화운동에 헌신하며, 민중적 변혁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5. 노무현 정권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하여

-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동아시아 신흥시장(주식시장) 부양을 최고의 정책목표로 삼는다. 이는 저금리, 탈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지지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은 필연적인 귀결이다 (김대중정권은 분양가 자율화로 부동산거품을 적극 지지했다). 또한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재벌개혁)이 도모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초민족 자본의 인수합병을 가능케 한다. 결국 초민족자본은 주식시장과 인수합병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윤을 수탈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재벌은 스스로 초민족화에 적응하는 경우에만 생존 가능하다. 이 과정은 전통적인 국가의 경제정책을 박탈하고, '국가(산업)균형발전'과 같은 정책목표를 제거한다.

- 최근 언급되고 있는 경제양극화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인한 결과적 현상이다. 즉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재벌과 중소기업, 5대재벌과 기타 재벌 등 사이의 격차확대를 가리킨다. 또한 이런 양극화는 기업 간의 이윤율, 이윤량, 지불 능력의 차이로 드러나므로 노동 불안정화를 대규모로 양산한다.

- 그런데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무차별하게 확대되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목표 자체(신흥시장 부양)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를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경제양극화 해소-사회통합이라는 정책과제가 제시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몇몇 대증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발생되는 파괴적인 효과들을 경제 양극화라는 표피적이고 협소한 용어로 규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양극화되었으니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활동으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대신할 수도 없다. 더욱이 양극화 해소의 지향점이 사회통합으로 규정된다면 실질적인 사회평등의 달성은 부차적인 과제로 밀려나고 대신 그 자리를 관념적인 사회통합으로 치장된 임시 대증요법이 차지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러므로 양극화해소-사회통합은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을 반대하고 그 파괴적 효과들을 해결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협조하는 데 이를 뿐이다 (과거 일부 시민운동은 아예 명시적으로 IMF 경제개혁과 재벌개혁을 지지했다). 대안은 자율적인 노동자 대중운동을 통한 해결뿐이며, 이를 통한 단초의 마련에 있다. 사회양극화 해소-사회통합이라는 기조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반대-노동 불안정화(노동자 대중의 빈곤화, 궁핍화) 저지라는 기조로 바뀌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