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23호에 실린 홍순태 카나다 통신원의 글입니다. 이번주 주간정책워크숍(월요일) 토론에 참여하실분들은 사전에 참조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기획 oil politics] 도전받는 미국의 산유국 지배전략 석유의 정치경제학-산유국 석유메이저 미국의 치열한 불꽃튀는 '기름전쟁' 지난 8월 9일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이란-이라크 국경을 넘었을 때 어떤 분석가는 이를 두고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비유했다. 또 한 번의 '석유위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순간이었다. 페르시아만 전쟁(걸프전)이 끝난 지난 10년간 국제원유시장에 있어서 두 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이 일치해왔다. 어떤 나라의 정상도 감히 이라크를 방문할 수 없었다는 점과 그만큼 미국의 산유국 지배가 확실하다는 현실이었다. 미, 산유국 통제로 저유가 유지 페르시아만 전쟁 이전 오펙(석유수출국기구)은 전통적으로 친미 사우디, 쿠웨이트, 베네주엘라 등의 이른바 '온건파'와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의 '강경파'가 서로 견제하는 구도로 그 운영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미국에 의한 이라크의 철저한 파괴와 리비아의 반이라크 전선 참여로 이 모든 균형이 파괴되었던 것이다. 미국은 먼저 이라크를 사주해서 반미 이란을 공격하게 하고는(친미 쿠웨이트와 사우디가 이라크에 재정적 원조를 하고 미국은 무기공여를 약속했었다.) 실제로는 비밀리에 이란에 무기를 판매했다. 또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묵인하는 듯한 메시지를 이라크에 보낸 다음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이를 이용하여 리비아-이라크 고리를 끊어 버렸다. 기름 값의 대부분은 각종의 세금과 오일메이저(거의 전부가 미국회사)들의 수입이다. 따라서 낮은 '산지' 원유가는 일반국민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고율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최대의 석유류 소비국들인 미국 및 유럽국가들에게 저물가 고성장의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소비에트 연방 붕괴후의 원유정치는 미국이 꿈꿀 수 있는 최대의 이상적 상황을 넘어선 정도로 좋은 것이던 것이다. 1998년 가을 조용히 그렇지만 매우 심각한 전환점이 세계 제3위의 석유수출대국 베네주엘라에서 일어났다. 체 게바라 숭배자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이른바 '무혈혁명'이 성공한 것이다. 그는 단순한 또하나의 '개혁정치' 사칭자가 아니다. 그가 집권하고 제일 먼저 한일은 '제헌의회'를 소집한 일이었으며, 쿠바의 카스트로를 수도 카라카스로 불러들여 친선야구대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악명 높은 '생산할당량 파괴자' 베네주엘라가 돌아서자 오펙의 단결이 상대적으로나마 살아나고 오랫동안 저 유가로 허덕여 왔던 산유국들이 생산량 감축에 합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베스 집권 1년이 되지 않아서(99년 2월이 시작점이다.) 산유국에서의 유가는 '정상'치로 되돌아 왔다. 새로운 '민중헌법'아래서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7월말) 그가 곧바로 시작한 것은 오펙을 재건하여 미국의 일방적 세계지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세력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차베스라는 '복병'만나 오펙 순방 출발성명에서 그가 한 말 "약소 제삼세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단결뿐이다"는 단지 수식어가 아니었다. 한때의 대이라크 교전상대국 이란에서 그는 미국의 격추위협에 대해 "걸어서라도 이라크에 가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유지되어 왔던 오펙에 대한 미국의 지배가 정식으로 도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이 한 대응은 크게 세 가지였는데 첫째, 클린턴은 차베스 순방 이후 채 3주가 되지않아서 '강온' 양진영의 중간지대였던 아프리카 최대산유국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대대적 원조 및 정치적 후원을 약속했다. 둘째, 베네주엘라의 접경국가이자 최근 수십년간의 내전이 좌측으로 기울고 있는 콜롬비아를 방문하여 월남전 이래 최대의 '군사원조'를 약속함으로써 베네주엘라의 외곽을 때렸다. 중남미 내정에 대한 적극개입의 신호탄인 셈이다. 셋째, 미국내 전략비축유 방출을 시사했다. 사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서방국(일본 포함)은 막대한 양의 전략비축유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실제 방출에 들어간다면 다른 나라들 또한 이를 따를 것으로 보여 '고유가'현상은 당분간 사라질 것이다.(전략유 방출은 미국이 진실로 위협을 느꼈을 때에 만 시행된다. 만일 전략비축유가 소진된다면, 그것은 문자그대로의 '공황적 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클린턴의 나이지리아 및 콜롬비아 방문 이후 2주가 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상황은 한단계 더 진전되어 가고 있다. 이라크는 페르시아만 전쟁 직전에 쿠웨이트를 위협했던 용어로 쿠웨이트 및 서방을 위협했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부시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존 메케인은 사담 후세인에 대한 전복공작을 또 한 번 주장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라크가 고립 돼 있던 '전 차베스' 시기와는 다르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라크가 자국의 유전을 수개월간 폐쇄함으로써 '진정한' 위기를 조성할지 모른다는 추측을 하기까지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유가 수혜자 메이저들 '느긋' 이 모든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시대에 있어서 최대의 수혜자는 오일메이저들이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것이 결국 초제국주의 시대에 있어서 지배세력의 내부 갈등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비록 고유가가 더많은 세금을 약속해 주기는 하지만 각국의 정권담당자들은 이에 대한 내부민중들의 저항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반면 석유메이저들은 별다른 나쁜 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석유메이저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을 조성한 측면이 있다. 재고를 줄이고 새로운 유전개발 투자를 줄이며 이른바 '이윤중시' 전략을 수행해 왔다. 따라서 이들이 최소한 현재의 오펙 재편 투쟁국면을 즐기며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원유파동 타격 외환위기보다 커 또한 '음모론'적 시각에 대해서도 한 번쯤 검토 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아직은 그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투기자본 및 지배세력이 97년 외환위기국면을 조성해 한 번 크게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 원유 및 신국제정세를 이용하여 또한번 한탕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달 27일은 70년대 일차 석유위기가 끝난 이후 한 번도 소집되지 않았던 오펙 정상회담이 베네주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위기의 사담 후세인이나 '온건파'의 지도국 사우디의 왕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새로운 오펙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일 현재의 상황이 악화해서 제3의 원유파동이 벌어진다면 우리 나라 민초들의 생활은 지난번 외환위기 때보다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홍순태/캐나다 통신원) [기획 oil politics]수급불안에 국제투기세력 가세 기름값 왜 이렇게 오르나 유럽 각국에서 고유가 항의시위를 불러일으킨 최근의 원유가 급등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격이 배럴당 36.75달러까지 치솟았다. 7월 중반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8월 들어 상승세로 반전해 걸프전 당시 최고치인 32.3달러를 연이어 갱신하고 있다. 8월초 원유가격은 배럴당 27달러선에서 35달러선으로 급등해 지난해 3월 배럴당 11달러선이었던 것에 비하면 18개월동안 3배이상 뛰어올랐다. 이같은 유가급등으로 인해 오일쇼크의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프랑스 육상운송사업자연맹 등이 트럭을 동원해 정유소와 석유 저장시설을 봉쇄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독일, 벨기에, 영국 등으로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 시위대의 주된 요구사항은 휘발유 가격의 60∼70%에 달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로 휘발류,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나오겠지만 원유가를 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현재 유럽의 시위대와 석유회사,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정부의 높은 유류세 책정을 비난하고 있고 정부는 "석유회사들이 유류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고 있으며 고유가 유지를 위해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석유회사들은 오펙의 생산감축에 유가급등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펙은 14일 성명서를 발표해 최근의 유가급등의 책임을 오펙으로 돌리는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오펙은 성명서에서 "지난 3월과 6월 그리고 지난 10일 세차례에 걸쳐 3백30만배럴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며 정유산업에서의 병목현상, 투기세력 개입 등을 유가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높은 유류세를 매기고 있는 정부에 고유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 다. 이에 대해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빈 무역관은 국제원유가 상승의 주원인은 오펙이 아니라 통칭 메이저라 불리는 엑슨모빌, 로열 더치 쉘, BP 등 대형 정유회사의 경영합리화와 이에 따른 현물 투기꾼의 개입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메이저들은 1980년대까지 국제시장에서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한 채 원유가가 오르면 매입을 줄이고 원유가가 내리면 매입을 늘리면서 원유가격을 안정시켜왔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JIT 시스템(Just-In-Time, 적기 생산 및 공급을 통해 재고를 제로상태로 유지하는 생산방식)을 도입해 비축 정유를 줄이고 이를 통해 생성된 유휴자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방침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들 정유회사들은 국제원유가격이 오르더라도 원유매입을 줄일 수 없게 됐고 이러한 상황을 감지한 투기꾼들이 국제원유시장에 참가해 원유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최근 원유시장에서의 현물과 선물 유가의 변동추이는 투기세력의 개입을 증명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윤성훈 수석연구원은 "7월 중반에는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7월말부터 8월초에 갑자기 현물가격이 선물가격에 비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봐서 투기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0일 오펙 총회에서 통과된 80만배럴 증산결정이 이미 초과 유통되고 있는 원유량을 현실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총회 직후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정도 하락한 것도 투기세력이 개입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공급량 증가의 의미가 없고 수요가 감소한 것도 아닌데 유가가 하락한 것은 심리적 요소를 감안한 투기꾼들이 '팔자'로 전환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의 유가급등은 원유공급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소비국인 미국의 원유재고가 크게 감소됨에 따라 형성된 원유시장의 불안정이 투기자본의 원유시장 개입으로 증폭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이어 원유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투기자본의 위력을 최근의 유가 불안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재설dllp21@kdlp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