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FAX소식지 - 8호 (2003.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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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 >

왜 WTO에 반대해야 하는가?
-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 WTO의 5차 각료회의에 부쳐

오는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멕시코의 호화 휴양지 칸쿤에서 WTO의 5차 각료회의가 진행된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성과로 95년 출범된 WTO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영역을 확장하며 민중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이번 WTO 5차 각료회의는 '자유무역'이라는 미명 하에 전세계 민중의 제반 권리를 박탈하고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금융적 팽창과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계획의 완성판으로서 자리매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2001년도에 시작된 도하개발 의제(DDA)라는 새로운 무역제체를 출범시키기 위한 막바지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다자간 투자자유화협정을 핵심목표로 추진하고자 한 밀레니엄 라운드의 실패 이후, 미국중심의 자유무역질서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

- 초국적 자본의 완전자유화를 위한 민중의 권리 박탈협정, 도하개발의제(DDA)

WTO는 각 국간의 무역장벽을 없애고 무역 자유화의 틀을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도세력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상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관세를 낮추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수 공공서비스를 완전히 시장화하여,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한편, 해외 투자 자유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조처들을 국제적인 규범으로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다루어질 WTO 도하개발의제는 이러한 정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틀을 갖추고, '분쟁해결메커니즘'을 두어 이를 강요하는 셈이다. 도하개발의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업협정(AoA)은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한 감축/국내보조의 실질적 감축 등 3대 협상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초민족적 식량 기업과 농산물 수출국으로 하여금 과잉 생산된 식량을 생산비 이하의 가격으로 덤핑하여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가난한 나라들에의 소규모 식량 생산을 붕괴시키고 전세계 식량 소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둘째,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 공급, 상수도 공급, 통신, 금융서비스, 시청각서비스, 법률서비스, 건설, 유통,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협상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협정(GATS)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상업화하고 외국인 지분소유한도를 철폐하도록 하여 초국적 자본이 침투하여 활동할 수 있게 한다. 이 협정이 다룰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제한이 없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 역시 언제든 가능하다. .
셋째,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은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지적재산권 협정을 총망라하여 초국적 자본이 국경을 넘어 무제한적인 독점적 권리를 향유하도록 보장한다. 특허에 의해 보장되는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강화하고 20년간 연장할 수 있게 하며, 미생물과 식품, 의약품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 농민들의 종자에 대한 접근권, 가난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 전통적인 지식에 대한 접근권 모두를 박탈하고자 한다.

- WTO 체제와 남한 사회의 위기

1998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진행된 구조조정의 목표는 해외로 빠져나간 초국적 금융자본을 다시 유인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이전의 중화학·수출 중심의 산업전략을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의 많은 나라들과 같은 '자본유치형 국가'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를 계승하는 노무현 정권의 과제는 계속해서 외국인 투자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자본유치형'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금리, 연기금 주식투자 등의 증시부양 정책과 금융 및 서비스 분야의 개방, 자유화 조치 등이 연달아 추진되는 것이다. 금융부문에 있어서의 자본의 진입 및 이탈에 대한 규제는 이미 상당 수준 자유화되어있는 상황이며, 양자간 투자 및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행의무부과금지' 와 '내국민대우'조항 등의 초가조치와 경제자유구역법의 실시 등이 이루어져왔다.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임하며, 한국 정부는 교육, 에너지, 의료 분야를 추가적으로 개방하는 한편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이미 개방된 금융, 통신, 건설, 유통, 환경, 해운 등의 분야를 서비스 협정 양허안에 반영하여 지난 3월 31일 서둘러 제출해 다른 회원국들의 개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자본주의의 이러한 전략은 기존 산업의 파괴 특히 농업의 포기 를 동반한다. 대신 IT, BT 등 외국자본 유치에 매력적이고, 주식시장 부양책과 연관되어 있는 산업들이 적극 육성된다. 물론 이러한 조처들은 초국적 자본에게는 최적의 투자 환경을 만드는 반면 노동권, 환경권, 교육권, 건강권 등 민중의 제반 권리를 해체시킨다.

-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맞선 투쟁, 아래로부터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WTO 출범 이후, 끊임없이 확장·강화되고 있는 자본의 세계화만큼, 전세계 민중들의 투쟁 역시 성장하고 있다. 1999년 시애틀의 WTO 3차 각료회의에서 기획된 새로운 자본의 세기를 위한 뉴라운드의 출범은, 노동자민중의 저항에 의해 저지되었다. 시애틀 투쟁의 성과를 이어 세계사회포럼이 구성되는 등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대안세계화를 위한 국제행동의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반전시위가 전지구적으로 조직될 수 있는 조건들도 형성되고 있다.
WTO 5차 각료회의가 진행되는 칸쿤에서도, 농업, 무역과 전쟁, 서비스 사유화, 환경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한 "WTO 대안 마련을 위한 민중포럼"과 부문별포럼, 911과 군사주의 희생자 추모대회, 대규모 시위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AIDS와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비극과, 극도의 초과착취지대의 여성의 비참함, 생계인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소규모 농민들의 비애, 수도산업 민영화 이후 전국민의 1%도 안되는 사람만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상황 등이 단지 제3세계, 개도국 등 일부에서만 일어날 문제가 아니며, 전세계 민중들 모두에게 곧 닥쳐올 미래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자유무역협정·WTO 반대 국민행동(KoPA)과 전국민중연대에 소속된 100여명의 활동가들이 칸쿤 현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9월 1일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고, 9월 6일에는 WTO 각료회의 저지 범국민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WTO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사회운동들의 논의와 행동이 언론과 자본에 의해 '반세계화', '자유무역 반대'로 표상되면서, 자국의 이익만을 보호하기 위한 퇴행적·국수주의적 이미지로 매도되는 오류도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WTO 협상의 본질과 목표가 자유무역을 강화하여 상호보완적인 지구촌 경제체제를 수립하려는 방향이 결코 아니라, 전세계의 단일시장화와 그것을 지배하는 금융의 주도권의 무한확장이라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 등을 비롯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는 크고 작은 전쟁을 통해 드러나듯,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전쟁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질서를 유지·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향후 세계사회운동의 핵심과제가 미국과 초국족적 자본의 금융-군사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임을 확인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icpssp


< 지역동향 >

- 인천 영하운수 폭행사건, 전형적인 노조탄압

지난 8월 26일, 민주택시연맹 산하 인천 영하운수의 노조 대의원 조항기씨가 사측이 고용한 폭력배들에 의해 집단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해 현재까지도 두개골 손상, 뇌출혈 등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영하운수는 지난 5월 사장 하기철이 새롭게 회사를 인수하면서, 월급제 포기, 사납금제 등을 강요해왔으며, 노동조합 와해를 위해 폭력배를 직원으로 고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항기씨는 기간 신임사장의 조합원들에 대한 개별적 회유와 탄압에 의해, 노조를 와해하는 일에 가담했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오던 와중에 양심선언과 함께 다시 노조활동에 복귀할 의사를 밝히던 상황에서 이와 같은 폭행을 당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듯이 택시노조는 지난 2002년 65일간의 파업투쟁으로 월급제를 쟁취해 내었고, 영하운수 역시 그 투쟁의 성과로 이를 시행해 온 사업장이다. 이를 무로 돌리기 위해 사장 하기철은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여 노조탄압을 자행해 왔던 것이다. 조항기씨 부인의 증언에 의하면, 조항기씨가 노조탄압에 가담한 이후 실급여와 상관없이 매월 일정액의 급여와 수차례의 향응을 사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왔다고 한다. 노조를 와해시키기기 위해 사측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명명백백한 증거라 하겠다. 26일의 폭력 사건 이후에도 사측은 고용된 폭력배들의 감시 하에 조합원들을 소집하여 폐쇄된 공간에 몰아놓고는 4인 1조 공개투표방식으로 조직변경과 위원장선출을 진행하고, 9월 1일 동구청에 기업별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현재 영하운수 노조는 조항기씨 사건을 포함해 사측이 자행한 각종의 부당노동행위와 폭력행위에 관해 인천지검과 경인지방노동청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또한 민변, 민중연대 등에서는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폭력 사건은 조항기씨 개인에 대한 살인적 폭력행위 일뿐 아니라, 노조와 조합원들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악랄한 노동탄압의 집약판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지역운동사회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제 8회 인천인권영화제 개최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人天...벽을 눕혀 만드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제8회 인천인권영화제가 열린다. '소외와 차별을 넘어서'를 주제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 및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인권영화에는 노동, 성, 장애인, 청소년, 반전 등이 섹션별로 배치될 예정이다. 현재 상영이 확정된 영화로는 다음이 있다.

* '침묵의 외침' - 일본군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미지와 기억을 통한 전쟁의 실상

*'아르헨티나, 혁명은 시작되다' - 아르헨티나의 2001년 외환위기 이후 (半)실업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삐께테로스(피켓과 냄비의 합성어)운동을 통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

* '네이게이터' - 영국 철도민영화 이후 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묘사. 작업현장에서 암에 걸린 철도 노동자의 대본을 기초로 만들어진, 그리고 그의 죽음에 헌정된 영화(켄로치 作)

* '태초에 세계를 사유화하다.' - 태초에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면, 자본이 세계화, 그리고 민영화, 사유화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영화

* '나와 부엉이' -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극단적 폭력으로서의 성폭력을 통해 본 우리사회 여성의 현실

* '우리는 이주노동자다' - 세계화 시대의 이등시민,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상기록물

* 그 밖에 인천지역의 투쟁들을 담은 다양한 영상기록물

1회 때부터 인권영화제를 인천에 뿌리내리기 위해 어려운 조건에서 헌신해온 지역의 많은 단체,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인천인권영화제는 올해로 8회 째를 맞이하고 있다. 조직위원회 가입을 통한 참여가 가능하며, 자원활동을 원하는 분들은 <인권영화제 지킴이>로 활동하실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인권영화제 조직위 홈페이지(www.inhuriff.org)나 전화(861-0861)로 문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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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반대 범국민대회
- 9월 6일(토), 3시 / 서대문 독립공원

◆ 구몬학습지 이은옥교사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집회
- 9월 8일(월), 11시 / 구몬 부평사업국 앞

◆ 인천지역연대회의 WTO반대 귀향선전전
- 9월 9일(화), 3시 / 인천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