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0년대 야권연대의 흐름과 쟁점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소수정당을 흡수하는 새로운 무기로 재탄생하다 

임필수 | 정책교육실장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 결정이 낳은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크다. 진보당은 민주당의 이러한 결정을 노심초사 기다렸고, 2월 5일 이재명 대표의 최종 발표 후, 녹색정의당과는 전혀 달리, 당내에서 아무런 논란도 없이 곧바로 비례위성정당에 올라탔다. 그에 따라 민주노총에서도 2023년 대의원대회 결정에 비추어 볼 때,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을 민주노총의 지지 정당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었고, 사실상 진보당과 정치적 노선을 함께 하는 현 집행부가 이를 막기 위해 이러저러하게 애를 쓰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필자는 2010년대 ‘전략적 야권연대’의 흐름이나 그것이 낳은 결과에 대해 「2010~20년 10년의 야권연대, 역사와 교훈: 전략적 야권연대의 최종 붕괴, 대안전략은 존재하는가」(계간 사회진보연대, 2021년 가을호)라는 글에서 이미 정리한 바 있다. 이 글은 대략 2009년 경기교육감선거부터 2020년 총선까지의 시기를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정의당이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출 공직자를 크게 늘려보겠다는 전략에 몰두하는 동안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정당, 시민운동, 노동조합의 이슈, 정책을 자기 소유권 밑으로 옮기는 ‘적응 전략’에 성공했다.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 특히 문재인-친노세력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 반대’라는 진보정당의 이슈를 무마하고, 공수처 설치와 같이 시민운동이 제기한 개혁 이슈로 화제를 전환하며 이러한 전환에 진보정당이 동의하게 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양대 노총과 통합, 연대를 실현함으로써 노동 이슈에 대한 소유권을 빼앗아 왔다. 이제 민주당은 자신이 보수-진보 대립 축에서 ‘진보정당’이라고 아주 당당하게 주장한다. 야권연대의 최대 수혜자는 2011~12년 원탁회의, 혁신과통합(시민통합당)을 이끌고 민주통합당의 주축이 되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이번 글은 2020년대 야권연대의 흐름에 관한 기초적 기록을 차분히 남겨본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2024년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비교하기 위해, 2020년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흐름도 다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초점 중 하나는 누가 비례위성정당을 주도했냐는 문제다. 2020년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 당시 이미 위성정당 창당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를 먼저 발설하기가 난처한 상황에서 이른바 ‘시민사회원로’를 자처하는 정치개혁연합이 비례위성정당의 물꼬를 열었다.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저울질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민중운동을 자처하는 세력이 연동형 유지와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먼저 강하게 요구했다. 한국진보연대가 먼저 비례위성정당 창당과 지역구 단일화를 요구하고, 진보당이 물밑에서 준비과정을 밟고 있었다. 즉 민족해방파(NL)가 전력을 기울여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대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동과 이른바 RO(지하혁명조직) 사건으로 붕괴하면서 정의당이 주축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0년대는 야권연대가 비례위성정당을 매개로 하면서, 정의당이 참여를 결정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었다. 그 틈을 타고 진보당 세력이 야권연대에 전면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위해 “80여 석의 지역구를 아무 조건 없이 민주당에 양보했다”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듯 말하고 있다. 그들은 야권연대 참여를 일종의 ‘정상(正常) 정당화’의 기회로 보고 있는 듯하다. 즉 진보당 복권의 계기가 된다면 야권연대든 무엇이든 간에 불사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민주당 비례위성정당, 또는 그에 참여한 진보당 세력이 선거에서 얼마나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조국혁신당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조국혁신당의 기원이나 그 함의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2020년 당시에는 민주노총이나 민중공동행동도 민주당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비판했다. (물론 당시 2020년 3월, 민중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기로 전격 결정하기 전이지만 말이다.) 이들이 과거와 정반대로 지금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무엇인지, 어떤 자기 기만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후과는 무엇이 될지도 검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민주주의에 어떤 위협을 가하게 될지도 따져볼 것이다.
 
 

1. 2020년의 비례위성정당 

 
먼저 2020년 4·15 총선(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과정을 돌이켜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 민주당 내부에서는 선거법 개정 확정 전부터 이미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염두에 두었다, △ 그러나 민주당이 먼저 발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 외곽의 전통의 친(親) 민주당 ‘시민사회원로’가 ‘정치개혁연합’이라는 조직을 제안하며 먼저 나섰다, △ 그런데 조국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플랫폼정당을 자처하며 치고 나왔다, △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 내외곽의 ‘범민주당’ 세력이 비례위성정당을 주도했으며, 내부 주도권 싸움에서 결국 원로를 제치고 새로운 세대, 조국수호 세력이 승리를 거두었다.
 

1)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을 처음으로 발설한 사람은 누구인가?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준연동형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 (개정된 선거법에는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도 담겼다.) 선거법이 개정된 직후, 정의당은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2020년 1월 1일 신년인사회에서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금배지 축복이 눈발처럼 퍼부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고, 정의당 회의실 벽면에는 “정의당 교섭단체로 거침없는 대개혁!”이라는 문구를 걸었다. 선거법 개정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국회 20석을 노려봄직하다는 기대를 한껏 표현한 것이었다. 나아가 1월 21일, 심 대표는 “이번 총선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청년”이라며, 비례대표 1, 2, 11, 12번을 청년에 배정할 것이고 이들은 ‘당선권’이라 주장했다. 이 역시 비례대표 당선자가 그만큼 많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 청년 비례대표 다수 당선과 같은 정의당의 야심 찬 구상에 찬물을 끼얹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은 언제 시작되었나?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언론에서 발설한 사람은 2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평을 듣는 인물로, 구로을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상은 그제서야 처음 나온 게 아니라, 공수처법·선거법을 함께 묶어 통과시키려 할 때부터 기본적으로 깔고 있던 옵션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선거법이 통과되기도 전인 2019년 12월 1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권칠승 의원은 “우리도 비례한국당에 맞서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되지,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공공연하게 발설할 경우, 정의당을 포함해 ‘패스트트랙 연대’ 정당의 지지를 잃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입조심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윤건영 실장의 발설이 나오기 하루 전날,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본인 유튜브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차명거래 의혹으로, 2019년 1월 20일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이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비례전문정당’ 구상을 밝힌 셈이었고, 이는 곧 ‘열린민주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어쨌든 2월 23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우리는) “만들 수 없다”면서도 “의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하루 빨리 의병을 조직하라’는 미션을 내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 쪽도 참여시켜서 비난을 희석해 보려는 생각은 누가 처음 했을까? 그것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만 이를 언론에서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그는 2월 23일 KBS 《정치합시다》에 출연해 “아이디어” 수준이라면서, “정의당과 같이 만든 범진보연합비례정당이 45%의 지지를 받는다면 미래통합당 비례정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당선권 안에 후보 8명 정도만 추천을 하고 나머지는 정의당 몫이라고 한다면 개정 선거법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2) 시민사회원로의 비례위성정당 창당 제안 

그로부터 5일 후, 2월 28일 ‘시민사회원로’를 자칭하는 그룹이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가칭)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치개혁완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비례후보를 모아 ‘정치개혁연합’(가칭) 이름 아래 선거를 치르고, 선거 뒤 당선자들을 본래 소속 정당으로 돌려보내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정치개혁 완수에 동의하는 정당이란 자유한국당이 아닌 정당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들이 제안한 정치개혁연합이란 유시민 이사장이 말한 ‘범진보연합비례정당’이었다. 

이것이 위성정당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을 맡게 될 하승수 변호사는 “위성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후 선거가 끝나면 본체에 흡수된다”면서 “정치개혁연합은 평소 자기 정체를 가지고 활동하다가 선거시기에 연합하고 끝나면 자기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바로 이러한 부류의 변호론이야말로, 민주당이 미래한국당과 똑같은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려 든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바라 마지않던 바였을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당시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했는데, 정치개혁연합 창당을 위해 녹색당에서 탈당했다가 그 후 다시 녹색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2016년 서울 종로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서 0.69%를 득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선거법 개정 이후 비례위성정당 문제가 폭발한 상황을 두고, 민주당이 “상대(자유한국당)의 건강한 상식을 믿은 것은 순진하다 비판할 수는 있으나 그 상식을 내팽개친 집단의 교활함보다 더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범진보연합비례정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자유한국당이 ‘상식을 내팽개친 교활한 집단’이기 때문이라는 전제를 당연한 듯 깔고 있는 셈인데, 사실 이러한 주장 역시 매우 일방적이다. ‘게임의 규칙’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동의 없이 바꾸는 것, 즉 선거법의 중대한 개정을 여야합의 없이 통과시키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강력한 반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바로 이 정치개혁연합의 추진 세력은 누구였나? 그 뿌리에는 ‘주권자 전국회의’(이하, 전국회의)라는 조직이 있었다. (정치개혁연합 창당발기인 모집도 주권자전국회의 홈페이지를 이용했다.)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조성우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해 김병준(새로함께 상임대표)·양춘승·정해랑·허상수·현무환 공동대표가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함세웅 신부, 김삼렬 독립유공자유족회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문국주 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양길승 전 녹색병원장, 이구홍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이사장, 정병문 서울대 민주동문회장, 하상윤 겨레의길 민족광장 대표, 홍수표 개천민족회장 등이 전국회의 출범 초기(2017년 4월) 임원이었다.

전국회의의 전신은 2015년 6월 결성돼 함세웅 신부가 이끌던 민주주의국민행동이다. 당시 창립선언문을 보면, “둘째, 정당 창당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2017년 대선에서) 민주정권 수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하거나 제휴한다”고 명시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2017년 4월 주권자 전국회의로 재편되었는데,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대로 민주평화 공동정부를 수립한다’는 목표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주의국민행동의 목표를 계승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비판적 지지파’(비지파,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하자’는 흐름)의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형 판본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3) 조국 수호 세력, ‘시민을위하여’의 급부상 

3월 2일 민주당 대변인은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의 ‘열린민주당’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제안이 온 연합정당은 주도한 분들이나 그 내용의 무게감이 다르다”, “새로운 색깔을 가진 소수 정파의 정치권 진입을 추진하는 취지도 있고, 오래된 재야의 논의인 민주대연합론에 의거한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정치개혁연합이 민주당 측 비례위성정당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였다. 그런데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런 보도가 나온 것과 같은 날, 3월 2일, 플랫폼 정당 (가칭) ‘시민을위하여’ 창당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창준위 공동대표는 서울대 우희종 수의학과 교수와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시민을위하여’의 주축은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로 알려졌다. 개국본은 2019년 7월 결성된 단체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개국본이라는 이름은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는 취지로 정해졌다. 이들은 8월 조국 장관 일가의 의혹이 터져 나오자 활동방향을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8월 말 ‘조국수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개국본 카페에서 ‘개총수’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사람은 친여 유튜버로 ‘시사타파 TV’대표를 맡은 이종원 씨였다. 그 후 이들은 사단법인 개혁국민운동본부로 재편되었고, 별도의 홈페이지도 있다. 최근에도 ‘이재명 지킴이’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대표 최배근 교수는 2019년 조국 수호 집회에 꾸준히 참석했다. 그는 10월 19일 집회 중 열린 조국 장관의 ‘국민 퇴임식’에서 “당신은 국민의 영원한 법무부 장관”이라는 내용의 헌사를 한 뒤 국민 감사패를 증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또 한 명의 공동대표 우희종 교수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강하게 주장했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광우병 후진국인 미국의 쇠고기 기준은 결코 세계 안전 기준이 될 수 없다”, “미국인과 같은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우리도 안전하다는 것은 유신시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조국 사태 당시에 “지금 진행되는 조국 상황은 무죄이건 유죄이건 이미 살인의 상황”이라며 조국을 강력히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4) 민중당과 녹색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과 민주노총의 지지 정당 논란

비례정당에 대한 녹색당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3월 3일 녹색당 전국운영위원회, 선거대책본부 명의로 나온 ‘선거연합 제안에 대한 녹색당 입장문’에서는 “정치전략적 목적의 명분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당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합의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신지예 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선거연합정당은 범진보 연대도 대안도 아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자 정치야합”이라며 “공당의 대표(하승수 변호사)가 당내 논의 없이 ‘위성정당 창당’ 제안을 한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당원투표 결과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나왔다. 3월 13~15일 전당원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율 51.33%에 찬성 74.06%, 반대 25.94%였다. 그래서 3월 16일 선대본은 과반 투표에 찬성 비율이 2/3를 넘겨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녹색당 선대본은 “총투표 전에 당내 논의의 시간을 충분하게 갖지 못했다. 또한 선대본의 선거연합 참여 판단에 대해 모든 비례대표 후보님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반대 표결의 무게도 깊이 헤아리겠다”고도 했다. 결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드러내는 일종의 ‘사과’였던 셈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중당의 이상규 상임대표는 3월 17일 기자회견에서 “민중당의 총선 방침을 수정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가 참여하기로 한 것은 선거연합당이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민중당은 3월 22일 당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참여 방침을 공식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의 모체로 정치개혁연합이 아니라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하면서 녹색당과 민중당의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념 문제라든가 성소수자 문제라든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고, 시민을위하여는 진보당, 녹색당과 미래당에는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지 않았다. 3월 18일 녹색당은 선거연합 취지를 훼손했다며 민주당을 비난하고 “자력으로 간다”고 선언했고, 3월 19일 민중당도 “억지로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녹색당과 민중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 결정은 민주노총 지지 정당 결정 문제에 논란을 낳기도 했다. 3월 16일 녹색당이 당원 총투표 결과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자, 다음 날 17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녹색당 지지 철회를 요구하는 안건을 3월 19일 중앙집행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3월 17일 민중당도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했지만, 3월 22일 민중당 중앙위에서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어서인지 민중당 지지 철회 문제는 민주노총 중집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3월 19일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녹색당에 대한 지지 철회만 최종 결정했다.

원래 계획대로 민중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결정했다면, 민중당도 녹색당과 동일한 결론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민중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따른 민주노총 지지 정당 유지 여부 문제는 2020년 당시 어영부영 넘어간 셈이 되었으나, 2024년 총선에서 다시금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5) 민주당의 누가, 왜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했나

더불어민주당은 3월 17일 플랫폼정당인 ‘시민을위하여’에 합류하는 협약식을 진행했다. 결국 ‘정치개혁연합’이 아니라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정치개혁연합이 마치 ‘우선협상 대상자’처럼 보였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나?
 

하승수 정개련 집행위원장은 3월 초 최배근 ‘시민을위하여’ 대표와 만났을 때를 회고하며, “최 대표가 민주당은 시민을위하여와 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때는 이야기를 흘려들었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맞았던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배근 대표는 이미 3월 초부터 민주당이 자신들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는 말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하승수 위원장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협상을 주도하면서 일이 어그러졌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양 원장은 3월 13일 하 위원장에게 “민주당으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말했고, 14일에는 “17일까지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위하여가 통합해야 한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하 위원장이 16일 (“검증 안 된 1년 미만 신생 정당들과 함께 가는 것은 문제 될 수 있다”, “시민을위하여와 함께하면 ‘조국 프레임’이 재등장한다”는 이유로) 통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하자, 17일에 양 원장이 “민주당은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하기로 했고 개문발차하겠다”고 통보했다. 하 위원장은 “양 원장이 시민을위하여 출범 자체에도 개입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정황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편 나꼼수 출신 김어준 씨도 ‘시민을위하여’를 자주 언급하며 띄워줬다. 사실 민주당 강성지지층에 대한 김어준 씨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김어준 씨는 직접 플레이어로도 활동했다고 하는데,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열린민주당으로 가기 직전, 그를 만나 시민을위하여 상위 순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 원장도 최근 최강욱 씨에게 직접 연락해 시민을위하여 합류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정치개혁연합 쪽 어른들의 요구 사항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있다거나, “정개련에 참여키로 했었던 녹색당이 성소수자(트랜스젠더) 후보를 내세워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점, ‘이석기 석방’을 주장하는 민중당과 연합할 경우 ‘종북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전언이 있었다. 민주당 측이, 심지어 정의당도 결국 포함되지 않은 정개련 측 비례연합정당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물론 위에서 말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유포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 내 ‘작전세력’이 시민을위하여 쪽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열린민주당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해, 조국 수호 집회에 나섰던 친문·친조국 세력을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고려됐을 수도 있고, 나아가 총선 이후 대선까지 내다보며 지지 기반을 사전에 다지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 민주당 내 ‘잠룡’이던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더불어시민당과 거리를 두었다. 이낙연 위원장은 “민주당을 오랫동안 걱정해주고 도와준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서운함을 안겨드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고,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의 비례연합당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는 2020년 총선 당시 이 발언을 뒤집는 결정을 했고, 따라서 말을 바꾼 것에 대해 사과해야만 했다.)  
 

6) 소결: 2020년 비례위성정당의 최종 승리자는 조국 수호 세력  

비례위성정당의 포문을 열어준 것은 이른바 재야 ‘시민사회원로’였으나 그 승자는 이른바 ‘조국 수호 세력’이다. 나아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친(親)조국 비례위성정당 또는 비례전문정당으로서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이는 2024년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의 친(親)조국 세력 대신 조국 본인이 등판하는 것인 만큼 그 파괴력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잠재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노총 내 상당히 큰 규모의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는 민족해방파의 정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키로 한다면 원칙대로 지지 정당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막으려는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20년 총선에서는 결국 민주당이 민중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막음으로써 이 쟁점이 어영부영 사라졌으나 2024년 총선에서는 폭발력 있는 쟁점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2. 2024년의 비례위성정당 

 
2020년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위하여’를 살펴봤다면, 2024년에는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약칭 연합정치시민회의)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한국진보연대와 진보당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 2024년 비례위성정당의 출발점 

연합정치시민회의의 출발점은 지난해, 2023년 11월 28일 결성된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는 함세웅, 조성우, 이부영 등 2020년 ‘정치개혁연합’을 주도했던 인물들과 함께,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마저 후퇴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민주당의 선거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정당과 민중·시민사회단체의 연대에 기초한 힘 있는 진보정치연합은 너무나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즉 이들의 목표는 △ 민주당의 선거법 개악 저지 (최소한 현행 유지), △ 차기 총선에서 진보정당 간 ‘진보정치연합’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공간의 제공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탁회의의 한 축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논의할 ‘우선협상자’처럼 보였던 정치개혁연합의 지도자들이었다. 따라서 (진보정당 간 합의로 구성되어야 할) ‘진보정치연합’과 민주당 또는 그 비례위성정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언급이 없다는 게 의아한 일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개혁연합 쪽의 입장은 지난 총선을 비추어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한국진보연대나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의 입장도 그와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상근, 함세웅, 이부영, 신낙균, 현상윤, 임헌영, 이경은, 정성희, 임진택, 황순식, 박석무 등 이른바 ‘시민사회원로’들은 원탁회의 구성에 앞서, 2023년 11월 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연 바가 있었다. 이들은 병립형 회귀를 반대하면서,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다양한 안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그림에 대해서도 모든 참석자의 의견이 동일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예를 들어 함세웅 신부는 ‘지역구는 민주당 중심으로 단일화하고, 비례후보는 진보 중심으로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비례후보를 진보중심으로 배치하자는 것도 민주당은 비례후보를 내지도 않고 비례연합정당에도 전혀 관여하지 말라는 말일 수도 있고,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는 하되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그림으로 비춰지도록 하자는 말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안 내면 저마다 민주당과 친하다며 당을 만들 것이다”, “민주당이 결국 어딘가와 인연을 맺는다면 결국 위성정당이란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흥미롭게도, ‘시민사회원로’의 주장과 달리, 그 당은 결국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자인한 셈이었다. 

어쨌든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시민사회원로’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한 것은 아니지만, 흔쾌히 수용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위성정당에 부정적인 듯한 뉘앙스를 전달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결국 병립형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다.  
 

2) 한국진보연대,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과 지역구 단일화 제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의 입장은 무엇이냐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나왔다. 2023년 12월 21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24년 총선에서의 진보진영 공동 대응 모색 토론회’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이에 관한 구상을 분명히 제시했다.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의 중심의제였던 진보정치 대단결의 방안으로는 “신설합당 방식의 진보정당 간 선거연합 정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도, 동시에 민주진보 연합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구 연합후보 선정, 가설 비례연합정당 건설을 제시한 것이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시민사회원로’라는 중량감을 가진 인물로서, 공개적인 석상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진보정당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최초로 말한 인물이 바로 박석운 대표였던 셈이다. 

박석운 대표는 “거대정당 독식 방식이 아닌, 소수정당과 연합정치를 통해 (비례)의석을 분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례연합정당은 “거대정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비례위성정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박석운 대표 주장대로 민주당이 아닌 정당도 참여한다는 이유로 비례연합정당이 ‘비례위성정당’은 아니라고 한다면, 2020년 더불어시민당도 비례위성정당은 아닌 셈이다. 나아가 정치개혁연합이 최종선택에서 결국 배제되긴 했으나, 어쨌든 정치개혁연합이 추구했던 바도 비례위성정당은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2020년 당시 박석운 대표나 한국진보연대의 입장은 무엇이었나. 2020년 3월 6일, 한국진보연대도 참여하고 있던 민중공동행동의 기자회견문을 인용해본다. (이때는 아직 민중당이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결정하기 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적폐 야당의 폭거에 대응한다며, 현재 민주당은 그들과 똑같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대응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행보가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꼼수를 꼼수로 막겠다는 잘못된 생각의 발로라고 판단합니다. 민주당의 위성비례정당창당은 결국 거대 양당이 기득권 유지하려는 꼼수에 불과한 것이고,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또한, 일부 시민사회와 원로들이 추진하고 있는 선거연합당에 대해서도, 이들의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맥락에서 혼선을 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마찬가지 우려를 전하고자 합니다. 특히 선거연합당에 민주당이 참여를 고려하고 있고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전빈련 빈해련 등 주요 대중조직과 한국진보연대 등 사회단체들은 이런 움직임에 함께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2020년 3월 6일.) 

즉, 정개련의 활동도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을 합리화하고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한국진보연대가 4년 전에는 비판했던 행동을 2024년에는 본인들이 그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의당도 포함되는 비례위성정당을 제안했던 것이라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누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 셈일까. 한국진보연대는 2007년에 결성된 조직인데, 홈페이지에서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민중연대, 통일연대를 계승한 연대조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8개 광역조직과 22개 단체와 진보당이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참가단체를 보면 다음과 같다. 

4.27시대연구원 | 가톨릭농민회 | 국민주권연대 | 민들레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 민주노동자전국회의 |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 전국농민회총연맹 |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 전국빈민연합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 전국여성연대 |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 진보당 | 진보대학생넷 | 코리아국제평화포럼 | 통일광장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 한국청년연대

참가단체 면면을 볼 때, 특기할 점은 우선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7년 전국민중연대와 통일연대가 통합하는 형식으로 한국진보연대가 결성될 당시, 특정 정파(즉 민족해방파, NL) 편향성이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 가입이 중요한 쟁점사항으로 떠올랐다. 2007년 9월 대의원대회부터 2009년 1월 대의원대회까지 여러 차례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사회진보연대의 경우도 전국민중연대에서 활동하였으나, 통일연대와 통합하는 시점에 탈퇴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진보정당 중 유일하게 진보당만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민주노총 내 ‘정파’로 불리는 여러 집단 중에서 민주노동자전국회의만이 유일하게 참여한다. 이런 사실을 볼 때, 한국진보연대는 민족해방파 계열의 ‘정치적 연합체’라는 성격을 매우 강하게 띠고 있다. 그렇다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의 발언은 범민족해방파나 특히 진보당의 의중을 담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뜻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의견을 상임대표가 아무리 개인 자격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3) 연합정치시민회의, 비례위성정당을 본격적으로 추진  

연합정치시민회의는 공식적으로 1월 23일 결성되었다. 공동운영위원장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참여연대 공동대표), 조성우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맡았다. 공동상황실장은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이었다. 

참가자 명단에는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 두 명의 이름도 올랐는데, 이수호, 김명환 위원장이었다. 김명환 위원장 시절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노총 후보가 민주노총 지지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민주노총 후보 자격을 상실한다”는 총선방침을 정한 바 있다. 따라서 김명환 위원장의 참여는 일관성을 상실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쨌든 2020년 정개련이 과거 재야 비판적 지지파의 ‘노장’을 주축으로 했다면, 2024년에는 한국진보연대가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선거법을 준연동형으로 유지할 것이냐, 병립형으로 바꿀 것이냐 문제를 두고 결정을 계속 뒤로 미루자,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준연동형 유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이들은 1월 30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총선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세 가지와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란, △ 거대정당끼리 선거제도 변경을 담합해서는 안 된다, △ 병립형 회귀 여부에 대해 거대정당이(즉 민주당이) 당원총투표만으로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 위성정당과 연합정당을 싸잡아 비판하지 말고 구분해야 한다. 결단해야 할 세 가지란, △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넘어 정치개혁을 위한 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 비례후보 추천을 위한 공동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 민주당이 먼저 결단하고 진보정당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즉 그들은 자신이 말하는 비례연합정당이 비례위성정당이 아니라면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적극 촉구하고, 진보정당의 참여를 독려하는 일종의 ‘정치 브로커’ 역할을 자임한 셈이었다.  


4) 진보당, 물밑에서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준비  

진보당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것은 언제인가. 진보당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도 이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삼갔다. 2023년 12월 16일 ‘대통령을 거부한다! 거부권 남발, 윤석열정권 심판 진보당 결의대회’에서 윤희숙 대표는 “2024년 총선에서 ‘최대 진보연합’으로 야권의 단결을 이끌겠다”고 말했는데, 매우 조심스럽고 추상적인 언급으로 볼 수 있다. 

비례위성정당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것은 12월 18일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전주을)을 포함하여 전북지역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열린 ‘전북도민 1천인 선언’ 기자회견이었다. 플래카드에서 볼 수 있듯이 “윤석열 탄핵 총선·개헌 총선을 위한 야권 총단결!”, “지역구는 야권연대! 비례는 야권연합 비례정당!”이라는 구호가 걸렸다. 

사실 강성희 의원은 202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될 당시에도 민주당원이 아닌가 의심케 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 횡령·배임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후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자, 강성희 후보 측은 “고맙습니다 민주당/ 새전주를 위한 통큰 양보”라는 구호가 걸린 대형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에도 “헌법 위에 윤법?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단호히 반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 곽상도 아들+5명 50억 클럽 쌍특검으로 엄정 수사”라는 구호를 들고 전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강성희 후보는 투표율 26.8%에 득표율 39.07%로 당선된 후, 4월 10일 국회 등원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독재 심판을 위해서는 진보 민주개혁 세력의 단결과 연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석기 전 의원의 복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석기 전 의원은 현재 진보당 당원은 아니지만 박근혜 정권의 내란음모 조작과 정치 탄압에 의해 희생됐다”며,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했으므로 당연히 이 전 의원에 대한 명예 회복과 복권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을 계승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밝힌 셈이었다.  

그는 민주당 친명계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공정사회포럼)에 가입하기도 했다. 회원 13명 중 11명이 민주당이고, 그 외 ‘60억 코인’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무소속) 의원이 속해있으므로, 다른 당으로는 강성희 의원이 유일했다. 강성희 의원은 포럼 대표인 최강욱 의원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그는 논란이 크게 발생한 후에야 탈퇴의사를 페이스북에 밝혔다(5월 23일). 강성희 의원은 2023년 9월 21일, 이재명 대표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 국회의결을 앞두고 동의안 반대가 최종당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제출은 “여론재판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참으로 저열한 정치공작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올해 1월 3일 전북CBS 《노컷뉴스 전북의 오늘》에 출연해서 야권연대의 범위를 두고 “금태섭·류호정이라든지 이준석 신당이라든지 특히 이낙연 신당이나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정말 같이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특히 이낙연 신당 같은 경우에는 칼 맞은 사람 등에 다시 칼을 꽂는 행위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이낙연 신당은 이재명 대표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규정한 셈인데, 이는 강성희 의원과 진보당이 보는 야권연대의 중심엔 이재명 대표가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강성희 의원의 행보를 보면, 그가 누구보다도 철저한 친명계 의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의 향후 행보를 미리 보여준다. 즉 강성희 의원뿐만 아니라 진보당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친명’의 전위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문제에 달려 있기도 하다.  
 

5) ‘새진보연합’, 비례위성정당의 또 한 축  

한국진보연대와 진보당 말고도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을 강력히 촉구하는 또 한 축의 흐름이 있었다. 올해 1월 15일,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준)이 모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의 공동대표 용혜인 의원은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의 책임 있는 모든 정치세력에 22대 국회를 개혁 정치로 이끌 수평적인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들은 누구인가. 먼저 기본소득당은 2020년에 창당했지만, 기원을 찾으려면 과거로 꽤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2년 대선에서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했던 오준호 씨의 경력을 보면 2008년 한국사회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 한국사회당은 청년진보당(1998년), 사회당(2001년), 희망사회당(2006년), 한국사회당(2006년), 사회당(2008년), 노동당(2012년, 진보신당 잔류파와 합류)으로 이어지는 상당히 긴 역사의 가운데에 있었다. 그 와중에 기본소득당이 창당한 직접적 계기는 2019년이었다. 용혜인, 신지혜, 신민주, 서태성 등 9기 대표단이 7월 노동당 대회에서 기본소득당으로 당명 변경을 추진하다가 부결되자 탈당하여 별도로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열린민주당은 ‘시사브로’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김선생’이라고 불린 김상균 씨가 주도하여 2022년 12월에 창당한 조직이다. 2020년 총선에서 등장한 열린민주당이 2022년 1월 민주당과 합당했는데, 당시 합당에 반대했던 당원들이 주축이다. 재창당 흐름은 2022년부터 있었는데, 2022년 7월 29일 《굿모닝 충청》과의 인터뷰를 보면, “진보진영의 유권자들이 전략적으로 투표했던 과거 관행을 마무리 짓고, 비호감도 1위의 ‘교조주의 정당’ 정의당을 이제는 ‘상식적인 시민정당’ 열린민주당이 대체하겠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사회민주당(준)은 정의당에서 활동하던 친노계 국민참여당 계열 전현직 당직자 60여 명이 지난해 7월에 집단으로 정의당을 탈당한 뒤 결성한 당이다. “민주당보다 노무현답게/ 정의당보다 노회찬답게”라는 구호를 내세웠는데, 노무현-노회찬 계승이 가장 중요한 기치인 셈이다. 

이들은 2월 1일 ‘선거연합정당 결성 합의서’를 발표했는데, 선거연합정당의 당명을 ‘새진보연합’으로 하고, 기본소득당을 플랫폼으로 하여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즉 기본소득당이 당명을 새진보연합으로 개명하고, 열린민주당과 사회민주당 인사들이 여기에 개별 합류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뜻이었다.  

이들은 연합정치시민회의나 진보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의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했고, 이재명 대표가 마침내 비례위성정당 창당 입장을 밝히자 가장 먼저 환영의 뜻을 밝혔다. 
 

6)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비례 ‘준’위성정당 창당 결정 

길고 긴 논란 끝에 마침내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 문제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 2월 5일, 그는 5·18 민주묘지 앞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협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최종 입장을 밝힌 것이다. 덧붙여 “(국민의힘의) 반칙이 가능하도록 (2019년 당시)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은 반칙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도둑의 칼에 맞서는 정당방위다. 
둘째, 비례위성정당은 민주당 주도로 추진할 것인데, 그게 책임 있는 태도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은 국민의힘이 100% 공천하는데 반해, 민주당의 비례연합 위성정당은 민주당만이 공천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고, 그래서 ‘준’위성정당이다. 
셋째, 지역구 후보단일화를 포함해서 선거대연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먼저 첫째 주장, 즉 국힘은 반칙이고 민주당은 정당방위라는 되풀이되는 주장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게임 참가자들의 전반적 동의 없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는 시도가 오히려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2020년 총선에서는 어쨌든 간에 “민주당의 비례연합당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에, ‘사과한다’는 제스쳐라도 취해야만 했다. 

둘째 주장을 보면, 민주당이 주도하지만 민주당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므로 ‘준’위성정당쯤 된다고 말한 셈이다. 2020년 총선의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경우도, ‘시민을위하여’가 주축이 되고, 민주당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이 개별 합류형식으로 참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분류법에 따르면 2020년 더불어시민당도 ‘준’위성정당이다. 2020년 더불어시민당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없다. 

셋째 주장은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세력들의 경우, ‘지역구 후보단일화’라는 명분으로, 지역구에서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아주 일부 지역구의 경우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진보당은 자신이 80여 개 지역구를 양보하고 오직 울산 북구 하나만 취했다고 말했다.)  
 

7) 일사천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연합 창당 

이재명 대표의 발표 후,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민주당은 박홍근 의원을 단장으로 세우고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을 구성했고, 2월 8일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에 ‘범야권 지역구-비례선거 대연합’을 위한 연석회의 참여를 공식 제안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이 ‘정책연합’을, 조승래·진성준 의원이 ‘지역구 단일화-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주도하기로 했다. 

2월 13일 진보당이 참여를 선언했고, 같은 날 민주당이 제안한 연석회의의 첫 번째 모임이 열렸다. 진보당, 새진보연합과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참여했고, 녹색정의당은 참여하지 않았다. 조국 신당도 합류 대상이냐는 질문에 대해 박홍근 의원은 “조국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선거연합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박석운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민주당, 녹색정의당, 진보진보연합 외) 나머지 정당은 이 자리에서 논외”라고 말했다. 2월 16일에는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 창당발기인대회가, 3월 3일에는 ‘더불어민주연합’ 창당대회가 열렸다.
 
 

8) 녹색정의당, 비례연합정당 불참 결정  

2월 5일 이재명 대표의 발표가 나온 직후, 김준우 상임대표는 이 대표의 연동형 유지 선언을 두고 “최악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긴다”면서 “‘통합형비례정당’ 내지 ‘준위성정당’이 기존의 위성정당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야 한다, “2020년 더불어시민당과 같은 형태라면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진보연대는 2월 7일 발표한 《사회운동포커스》에서 이러한 인식이 ‘안이하다’고 비판하였다. 이미 이재명 대표 본인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비례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는데, 기존의 위성정당과 다른 게 있는지 살핀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본질적으로 2020년 총선 시기 비례위성정당을 똑같이 반복하겠다는 뜻인데 어째서 최악은 피했다고 보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진중권 교수의 코멘트도 인용했는데, 그는 “민주당은 꼼수 위성정당인데, 꼼수가 더 나쁜 건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당들까지 줄을 세우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할 소수정당마저도 민주당의 영원한 위성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녹색정의당은 2월 17일 전국의원회에서 비례연합에 참여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다음날 김준우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민중의 소리》 보도 “‘비례연합정당’ 불참 녹색정의당 지역구 야권연대 추진…민주당 ‘논의 응하겠다’”(2월 18일)를 보면, 녹색정의당이 내린 결정의 의미를 최대한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을 반대해왔던 녹색정의당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김 대표의 발언보다는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 의석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지역구는 연대하고 비례는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윤석열 정권 심판의 명분을 가장 극대화하고 유권자 사표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며, “윤석열정권 심판과 중단없는 정치개혁을 위하여 폭넓은 정책연합과 지역구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는 발언을 부각시켰다. 즉 녹색정의당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바는 최소화하고, 정의당도 비례위성정당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었다. 

물론 《민중의 소리》가 그런 식으로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녹색정의당이 결정이나 김 대표의 발언이 그럴 여지를 충분히 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례위성정당을 반복하는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민주당과도 전선을 치겠다는 의지보다는 민주당 측에 지역구 수준에서 단일화를 호소하는 듯한 뉘앙스가 더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민주당 측의 첫 반응도 상당히 부드러운 톤이었다. 박홍근 추진단장은 녹색정의당의 비례정당 불참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정책연합, 지역구 후보 연대는 민주당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 지역구를 녹색정의당에 그냥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기본적으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는 경선을 해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고 그렇게 진보당이나 새진보연합과도 이야기해왔다”며 “녹색정의당과 관련해서도 그 원칙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의당이 희망하는 정치협상 방식의 지역구 연대는 불가능할 것임을 예고하는 바였다. 

결론적으로, 녹색정의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단은 “민주당 이중대를 벗어나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에 비추어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결정이었으나, 그와 함께 동반된 결정이나 발언은 그 의미를 스스로 희석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지역구 단일화나 정책연대가 실제로 실행된 것도 아니었다. 3월 4일 김준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중앙당 차원에서의 지역구 연대 협상은 지속하지 않는다. 다만, 지역차원에서의 협의는 존중한다’, ‘원칙없이 비례대표 의석 축소를 결정한 민주당의 선택에 따라 정책협상을 지속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9) 조국혁신당의 급부상: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어준 씨의 지지    

2024년 2월 1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하루 전 2월 12일,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국 전 장관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검찰개혁을 비롯해 더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도 채워내며 민주당과 야권 전체가 더 크게 승리하고 더 많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신당 창당을 격려했다고 하지만, 민주당 쪽의 반응은 차가웠다. 민주당 박홍근 추진단장이 조국 신당은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것에 대해, 2월 14일, 조국 전 장관은 “민주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저는 제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박홍근 단장은 페이스북에 “절체절명의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창당은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며 “과도한 수사로 억울함이 있어도 진보개혁세력 승리를 위해 자중해줄 것을 간절하게 요청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민주당 내에선 조 전 장관이 총선에 뛰어들 경우, 조국 이슈에다가 문 전 대통령 이슈가 중첩되면서 민주당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희석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사실 조국 전 장관이 창당 선언을 하기 며칠 전인, 2월 8일 서울고법은 조 전 장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범죄 사실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은 양형 기준 상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는데, 조 전 장관은 이를 기회로 삼은 셈이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거리를 두려 했던 이유가 그야말로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이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견제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을 경우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이 진보당과 전면적으로 결합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진보당의 경우, ‘통진당의 부활’이라는 이슈에 대한 부담감이 틀림없이 존재할 수 있는데,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중도층 이탈을 우려한다는 민주당 지도부가 진보당 이슈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민주당이 손을 잡는 대상에 대한 판단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경쟁자인가 아닌가, 이재명 대표를 위해 철저한 호위무사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인 셈이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 외에 조국 신당 띄우기에 동참한 중요한 인물이 있으니,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어준 씨다. 조국 전 장관은 김어준 씨의 방송에 매우 자주 출연했는데, 조국 전 장관이 출마를 처음으로 시사한 것도 지난해 11월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었다. 이때 조국 전 장관은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할 노력을 할 것이고,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저는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비법률적 방식’이 곧 출마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 즈음부터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 그리고 국민의힘 이탈 보수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며 200석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이라는 표현 역시 비례정당 창당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창당 직후, 2월 19일에도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그는 “민주당은 중도층까지 챙기면서 가야 하는 수권 정당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의 조기 종식 얘기는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3년이 너무 길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민주당이 직접 말하기 쉽지 않은 윤 정권의 조기종식, 곧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셈이었고, 김어준 씨도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급상승에는 김어준 씨의 간접적인 지지 표명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조국 전 장관이 ‘의석수로든 정치적 지향성으로든 녹색정의당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는 점이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새진보연합에 합류한 열린민주당의 김상균 씨도 “비호감도 1위의 ‘교조주의 정당’ 정의당을 이제는 ‘상식적인 시민정당’ 열린민주당이 대체하겠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이나 열린민주당이나 2010년대 한때 통용되던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이라는 공식을 이제는 확실히 깨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기실 정의당 자신도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이라는 공식을 즐기고 그에 안주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자리를 이제는 더는 내주지 않겠다는 더 확실한 친민주당 세력이 존재할 때, 정의당은 어디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할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0) 더불어민주연합 비례후보 선출과 지역구 단일화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2020년 더불어시민당과 유사하다. 총 30명의 명단을 구성하는데, 진보당에 3석, 새진보연합에 3석, 연합정치시민회의 몫의 ‘국민후보’에 4석을 배정하기로 했다. 나머지 20명은 민주당이 추천한다. 

진보당에선 장진숙 공동대표, 손솔 수석대변인,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3명이, 새진보연합에선 용혜인(기본소득당), 한창민(사회민주당), 최혁진 전 문재인 정부 사회적경제비서관(인재영입 2호) 등 3명이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됐다. ‘국민후보’로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구례군농민회장,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 등 4명이 선발됐다.

한편 지역구 단일화의 경우,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후보 간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치러서 지역구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호남과 대구·경북은 단일화 예외지역으로 하고, 울산 북구는 진보당 윤종오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울산 북구의 경우, 민주당 이상헌 후보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키로 하면서, 윤종오 후보 측에 경선을 요구했다. 3월 5일 윤종오 후보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당에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후보들이 많았지만 80여 개가 넘는 지역구를 민주당에 조건없이 양보했다”며 “반면 민주당이 양보한 것은 지역구(북구) 한 석뿐”이라며, “양당 지도부가 수 개월 동안 협의하고 또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한 결과”로 “이미 단일화가 됐는데 또다시 경선을 요구할 이유도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즉 경선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구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사실 진보당이나 새진보연합이 지역구에서 전폭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윤종오 의원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80여 개가 넘는 지역구”에서 진보당은 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11) 민주노총 지지정당 논란 

진보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 결정은 또다시 민주노총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3년 9월 14일, 77차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결정된 ‘2024년 민주노총 총선방침안’은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4개 진보정당(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이외의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친자본 보수정당과 위성정당

‘친자본 보수정당’과 그들이 세운 ‘위성정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적시했고, 2020년 총선에서 녹색당을 지지 정당에서 제외한 선례도 있기 때문에, 진보당도 민주노총 지지 정당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2월 1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4월 총선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안건이 첫 번째 충돌의 장이 되었다. 가맹·산하조직의 일부 중집위원이 진보당 지지 철회를 주장한 반면, 진보당 성향의 중집위원들은 “통합비례정당은 위성정당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본인이 ‘준위성정당’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위성정당으로 볼 수 없냐는 반론이 이어졌다. 

3월 4일 중집에서 이 안건이 다시 다뤄졌는데, 다시금 격론이 반복되었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총 후보 21명과 지지 후보 5명 중에서 진보당과 녹색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노동당 후보 1명만 승인되었다. (나머지는 진보당 24명, 녹색정의당 1명이다.) 진보당 성향의 중집위원들이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려면 민주당과 지역구 후보 연대를 열어둔 녹색정의당에 대한 지지도 함께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진보당, 녹색정의당 모두 추후 재론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2월에 유회된 정기대의원대회를 3월 18일에 열기로 했는데, 이때 정치총선방침안을 재차 논의하고, 그에 맞추어 3월 21일 중집회의에서 승인 건을 다시 다루기로 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진행될 논의와 결정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이미 지난 2월 22일자 《사회운동포커스》, 「민주노총은 진보당 지지 철회를 단호히 결정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총선방침마저 부정할 것인가」라는 글을 발표하여 이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진보당은 이재명 민주당과 당대당 선거연합을 선택했다. 거부권 무력화 연대, 개혁 입법 연대, 대통령 탄핵 연대,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은 이재명 민주당의 소수정당 비례의원 몫 가로채기에 편승해 ‘의원 나눠먹기’를 하려는 것뿐이다. 누군가 이것을 진보정치의 성장 경로라고 주장한다면 민주노총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진보당’만 그렇게 하라고 해야 한다.” 
 

12) 소결: 2024년 비례위성정당의 승자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인가 

2024년 비례위성정당은 한국진보연대와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주도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그림으로 비례위성정당이 결성되도록 최종 판단한 사람은 바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본인이다. 2020년 총선에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주도했다는 말들이 있었으나 (물론 양 원장 뒤에 또 누가 있는지 여러 추측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추측도 필요없이 이재명 대표가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총선을 앞두고서도 민주당이 정의당도 끼지 않은 채 진보당과 비례위성정당을 함께 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관측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민주당은 진보당에 대한 어떤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의당의 불참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전면적으로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을 주축으로 비례위성정당을 꾸리고, 지역구 후보 단일화도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볼 때, 진보당이 어느 누구보다도 이재명 대표 체제를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진보당의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당 내외곽의 반이재명 세력을 압박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서가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2024년 비례위성정당의 승자는 누구보다 이재명 대표 본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또 한 명의 승자, 조국 전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비례위성정당의 양축은 ‘시민을위하여’와 ‘열린민주당’이라는 양대 친조국 세력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국 본인이 나섰기 때문에 그보다 더 강렬한 지지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올해 2월 18일, CBS 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에 대해선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63.1%로 과반을 넘었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29.9%였다. 그런데, 한국갤럽이 3월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월 1주 조사 중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서 조국혁신당은 15%를 얻어, 국민의힘 비례정당(37%),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25%)에 이어 3위였다. 갤럽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비례대표 투표 의향 결과 중에서, 20대에서 1%만이 조국혁신당에 표를 주겠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반면 40대 24%, 50대 28%가 조국혁신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조국 전 장관의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60%를 넘든 아니든, 20대의 투표의향이 거의 없든 아니든 간에, 40~50대의 높은 지지율로 조국혁신당은 국회에 상당수 의원을 내보낼 수 있는 입지를 얻게 되었다. 혹자는 조국 전 장관의 ‘정치적 승리’라고 치켜세울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보기에 조국 전 장관이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시도는 한국사회의 정치양극화를 더욱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극히 부정적 효과를 낼 것이다. 

종합해보면, 범민주당 계열은 엄청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두 명의 인물, 즉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을 중심으로 호위무사 집단을 꾸리고 있다. 이것이 사당(私黨)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당이겠는가. 
 
 

3.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게 최선인가 

 
마지막으로,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와 같은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냐는 문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녹색정의당이나 시민운동 내에는 여전히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보면 ‘완전’연동형을 도입하고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이 달성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첫째, 또다시 의회 내 다수의 합의가 없는 상태로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이면 반드시 반발이 발생한다. 혹자는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면 힘으로 개정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위성정당에 제약을 가하더라도 빠져나갈 방법은 찾을 수 있다.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세력들이 모두 진정으로 존중할 만한 규칙을 세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둘째, 준연동형이 유지되는 한 설사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세우지 않고 그 전처럼 민주당 비례후보를 낸다고 하더라도, 친민주당을 자처하는 비례전문정당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열린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이라는 도식을 깨고, 그 비례의 몫을 앞으로 자기가 챙기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는가. 

셋째, 이런 ‘선거공학’적 현실론을 넘어서 준연동형이 앞으로 기능하는 바가 무엇이 되겠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선거제 민주주의에서는 누가 피선거권자가 되느냐는 문제도 중요하다. 여기서 정당의 기능은 ‘피선거권자’를 걸러내는 역할, 즉 시민들의 대표 역할을 할 사람들을 가려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연동형은 조국혁신당처럼 정당체계를 파괴하고 개인 팬덤에 의존한 정치집단의 등장을 용이하게 한다는 게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물론 병립형에서도 정당 지지율 3%라는 문턱을 넘으면 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명부제가 유럽의 사례처럼 극우정당의 부상을 용이하게 한다는 우려도 있긴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사례를 보면, 연동형이 도입되면서, ‘친○○당’을 자처하는 세력이 개인 인기에 힘입어 하루아침에 지지세를 모아 그 추종자들과 함께 의회에 대거 입성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러한 흐름이 반복된다면 안 그래도 취약한 한국의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의 토대가 단단하게 쌓일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준연동형에 대한 어떤 이상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건 간에, 우리는 그것이 이미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파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관행’으로 정착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준연동형 비례제가 정당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에 앞으로 항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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