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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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저지투쟁, 쟁점과 과제

권미란, 이원재, 이현대 | 회원
일시: 7월 25일(화) 7시
장소: 사회진보연대 사무실
사회: 류미경 | 정책집국장
토론: 권미란 |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 공공의약센터
이원재 | 한·미 FTA 저지 범국본 공동상황실장, 문화연대 사무처장
이현대 | 전국공무원노조 농촌진흥청지부 사무국장
정리: 류미경, 최예륜, 김병수

사회자: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한·미 FTA를 집권 하반기의 사활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가 이번 2차 본협상을 거치면서 전 사회적인 쟁점이 되었습니다. 파행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공청회, 4대 선결과제 논란, 협상장 주변 집회 신고 방해 등 다양한 문제제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하게 확산되었습니다. 올해 초 결성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6월 초 4월 15일 1차 범국민대회, 1차 협상에 즈음한 6월 3일 총궐기, 미국원정투쟁, 광화문 릴레이농성, 지역순회투쟁 등을 경과하여 2차 협상 시기에는 7만 명이 결집하는 범국민대회를 성사시킨 바 있습니다. 한·미 양국 정부는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협상이 삐거덕거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8월초까지 농업·상품·섬유 양허안을 일괄적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고, 서비스 유보안을 검토한 후 3차 협상 전까지 관심분야 목록을 교환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상을 진척시켜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점증하는 반대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취지로 FTA 관련부처 장관, 경제단체장, 경제연구소장, 시민단체 인사를 포괄하는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지원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한·미 FTA 반대투쟁의 성과를 가늠하고 이 투쟁이 한 단계 진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이를 여러 단위에서 한·미 FTA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회원여러분과 함께 토론해보고자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미 FTA, 노무현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현대 : 재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수가 배제되고 고통에 처하는 문제에는 안중에도 없다.
이원재: 남한 자본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제, 군사, 남북문제를 아우르는 큰 카드다.
권미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동력의 마련의 계기로 삼는 것. 병원을 자본의 투자처로 만들어 이윤 창출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다


사회자: 우선 한·미 FTA가 노무현 집권 하반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반도에서 실현하기 위한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사활적인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노무현 정부가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FTA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이현대

이현대: 한·미 FTA에 관한 토론을 주변 사람들과 하다보면 노무현 정부가 왜 FTA를 추진하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을 많이 제기합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는 세계 자본주의든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충분히 못 느끼고 있다 보니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혹은 정권과 자본이 여러 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도 없을 텐데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고 의아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외자유치를 경제정책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외자유치라거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같은 상징적인 단어가 보여주듯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두고서 재벌을 중심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핵심에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다수를 배제한다거나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고통을 받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투기자본들이 들락날락 하는 과정에서 주식가치를 높이고, 그럼으로써 경제적 수치들을 좋게 만드는 것, 이런 것들을 핵심으로 사고하면서 그 방안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미친 짓이지만, 재벌의 입장에서는 절박할 수 있겠지요.

이원재: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한·미 FTA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에만 관심을 두곤 하는데, 노심뿐만 아니라 남한 자본이 전반적으로 재배치나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더 많은 이윤 창출에 대한 절박함이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북한, 또는 아시아 지역 내의 시장을 둘러싼 재배치를 필요로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한 시장화에 대한 경쟁이 시작됐잖아요? 중국, 미국 이런 식으로…. 그런 점에서 남한 자본의 사전 정지작업이 큰 틀에서 필요한 상황이고, 그 안에서 실질적 이해관계는 권력 재창출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이나 열린우리당 수준이 아니라 자본 전반이 그러할 텐데, 여기에는 삼성, 현대등 대자본의 이해가 있을 것이고, 대자본과 유착된 정치권력의 재창출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한 축인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에 사활이 걸린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이를 위한 조건을 외부효과에 기대어 만들려고 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정권은 자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조중동이 원하는 일 한번은 하고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보수 세력도 끌어안아야 하고, 미국과의 동맹역시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미 FTA는 이런 궤적 안에서 경제, 군사, 남북문제를 아우르는 큰 카드입니다. 아울러 실제 현실에서 중요한 부분이 노무현 정권의 정치스타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른바 성과주의, 무리한 배팅을 통해서 어려운 조건을 돌파하려는 스타일 말입니다. 이러한 성과주의를 추구하다보면 경제 관료들의 입김이 세 지곤 합니다. 이런 여러 요소가 섞이면서 밖에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한·미 FTA가 이들에게는 사활적 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권미란: 의료분야를 특화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보통 FTA에 대해서 미국자본과 한국자본이 경쟁이 되겠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한국자본의 이해에 대해서 빼놓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자본의 이해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서 한국 자본의 재배치니 구조조정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의료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국의 소수의 제약자본, 보험자본, 병원자본의 동반성장 전략을 잘 봐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몇 년 전부터 ‘한국을 살릴 것이 서비스다, 제조업은 힘들다’ 했는데,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봅니다. 의료산업화도 2004년 말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이것 역시 제약자본, 보험자본, 병원자본의 동반성장을 위한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병원을 자본의 투자처로 만들어서 고가의 의약품, 의료기기, 생물공학산업의 기술개발과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병원자본, 제약자본, 삼성, IT자본, 보험, 생물공학자본이 상호 이윤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고부가가치 생산재 기술에 대한 특별한 보상시스템으로써 특허권 강화,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이해가 맞물린 민간보험시장 자유화, 영리법인허용을 하려는 것입니다. 한·미 FTA를 통해서 외부적인 충격을 줌으로써 이러한 시스템과 환경을 한꺼번에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도로 파악이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남한 소수 자본의 성장전략,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조건 마련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현대: 같은 맥락으로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경부차관이 한 말 때문에 공무원노조 농림부지부 홈페이지가 뜨겁게 달구어졌습니다. 농업부분에 대해 정부가 구조조정을 지체할 만큼 했고,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농민들의 저항 때문에 정부의 농업구조조정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겁니다. 한·미 FTA를 통해 외부적 충격효과를 주면서 이 부분을 일거에 쓸어버리겠다는 것이지요. 노무현이 자주하는 말 있지 않습니까? ‘개혁을 하려면 고통이 있기 마련이다.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고.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농업개혁에 대해 저항이 있었고, 한번에 IMF와 같은 충격을 주지 않으면 이를 제대로 해 낼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결국 한·미 FTA는 한국 경제가 장기불황의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재벌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노무현 정부와 자본의 선택이라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미 FTA가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사회에서 지속되었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한 단계 완성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 특히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 등의 분야에 대한 제도적 틀을 이에 걸맞게 바꾸어 내려 한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현재 한·미 FTA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어떠한지, 사회운동들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점검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진행된 2차 협상에서는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문제 삼으며 미국이 14일 회의에 미국이 참석하지 않는 등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2차 협상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2차 협상 결과 어떻게 볼 것인가


권미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핵심 쟁점이 아니고 오히려 의약품 특허가 중요한 문제다.
이현대: 의사 쟁점이 부각되고 있으나 금융서비스 개방, 지적재산권 강화, 투자자 국가제소인정 등 핵심 쟁점은 합의를 이루고 있다.
이원재: ‘국회에 자료제공하겠다, 국내팀을 만들어 내부 국내 협상에 임하겠다’는 정부의 제스처는 실제 협상에는 별로 큰 영향 없을 것.


권미란

권미란: 2차 협상이 끝나고 나서 의약품 때문에 협상 결렬이 되었다는 식의 과도한 평가가 종종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미 FTA협상에서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유시민 장관을 칭찬하는 글을 한겨레신문에서 봤습니다. ‘유시민장관이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밀어붙이는 걸 봐라, 장관이 자기 분야에서 신경을 쓰고 애를 쓰면 한·미 FTA 협상을 잘 할 수 있고 피해를 방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서 지재권대책위나 보건단체들은 약제비적정화방안 자체가 한국과 미국의 제약자본 그리고 환자들이 사활을 걸만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차 협상 해프닝은 그것이 마치 핵심쟁점인 것처럼, 제약자본의 이해와 한국 민중의 이해가 심각하게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약가 적정화 방안이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제약자본이 무기로 삼을만한 내용이 협정 안에 충분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두고 무리수를 두는 듯 한 미국의 태도나, 한·미 FTA와 상관없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밀어붙이겠다고 왠지 강경한척하는 유시민의 태도는 전부 쇼입니다. 미국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약품 특허입니다. 의약품 특허를 통한 제약자본의 독점 강화가 더 파괴적인 효과를 가지는데, 약제비적정화 방안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치 다른 쟁점은 없는 것처럼 가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적재산권이 민중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약제비 적정화에 초점이 맞춰져서 의약품특허는 뒤에 가려지고, 그렇게 되면서 저작권이라든지 지적재산권 강화요구에 포함되는 많은 쟁점들이 물위로 떠오르지 않는 게 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3차, 4차 협상이 되면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미국이 슬며시 내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정리자주]연합뉴스 7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2차 협상 마지막 날인 7월 14일 미국이 이미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인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인정하는 대신 약값 수준과 등재목록을 최종 결정하는 위원회에 미국 위원들의 참여, 의약품 법규의 입법예고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협상 마지막 날 한미 협상단 양자와 보건복지부 등 3자간 막후교섭을 통해 건강보험의 개혁을 위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할 수 밖 에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결국 미국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이현대: 자세한 분야별 쟁점이 있을 텐데 미국이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쟁점인지 여부에 상관없는 의사 쟁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문제도 일부에서는 사활을 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쟁점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한·미 FTA 협상이 좌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훈 수석대표도 이 문제가 실무선에서는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거든요. 섬유쿼터 철폐라든지, 약제비 적정화방안이라든지 세세하게 부각되는 쟁점이 있는데, 마치 양보할 수 없는 쟁점인 것처럼 부각시키다가 그 부분이 타결이 되면 이게 미국이 양보하는 것처럼 물 타기가 되겠지요. 이틈에 나머지 감춰진 부분이 다 넘어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지적 재산권, 투자자 국가제소인정 같은 핵심적 부분은 다 합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쟁점을 다르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국 정부도 그만큼 치밀한 계산 하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안별 쟁점을 잘못 소개하면 도리어 우리가 말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2차 협상 파행 분위기도 의도된 거라고 봅니다.

이원재: 협상 저지 투쟁의 성과나 저들의 전략이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차 협상을 계기로 정부협상단의 전략이 중요한 전술변화를 했다고 봅니다. 1차 때까지만 해도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급속도로 협상을 진척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당사자가 많아져서 반대 세력도 늘어나면서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우연적인 요소들과 맞물리면서 2차협상 전에 반대여론이 커졌는데, 정부가 이전에는 사이좋은 윈-윈 게임이라는 걸 강조했었는데 더 이상 이게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여론이 안 좋고 언론도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일정정도 초기에비하면 협상과정이 형식적인 측면에서라도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여론의 반전을 통해 그런 과정에 이른 것은 운동적 성과라고 보는데, 실질적인 과정은 결국 정치적 쇼라고 봅니다. 먼저 여론에 대해서 우리도 노력한다, 협상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보여주려는 의도가 바탕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2차 협상을 한국에서 하는데도 미국이 ‘쌀을 의제로 올릴 수 있다’,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절대 불가하다’, ‘SAT 서비스, 인터넷 교육 분야 개방 관심 있다’라고 했듯이 1차 협상 때 김종훈 수석대표가 했던 말이 다 뒤집어질 정도로 강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정정도 일방적 소통에 대해 꿈틀하는 걸 보여줄 필요가 생긴 것이지요. 2차 협상 기간 내내 국회에 자료를 제공하겠다, 국내 팀을 만들어서 내부 국내 협상에 임하겠다는 둥 했는데 이런 것 역시 여론을 의식한 행동일 테고, 실제 협상에는 별로 큰 영향은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쟁점이 된 약값 문제 역시 이후 얼마든 뒤집을 수 있는 것이고, 실질적인 쟁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실제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무역구제 등 1차 협상 때 쟁점이었던 부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하나도 언급이 안됐는데, 협상 진척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약값을 쟁점으로 부각한 것도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사회자: 1차 협상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 농산물 쿼터제 도입, 섬유쿼터제 철폐, 섬유의 기준을 원사 기준이 아닌 직물 기준으로 바꾸는 문제 등을 마치 국민 전체의 이익이 걸린 쟁점인양 부각하면서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여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었지요. 2차 협상에서도 이러한 여론용 쟁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듯 협상에서 세세하게 불거지는 쟁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 공통된 의견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한 편, 파행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포장했던 2차 협상에서 서비스 양허 유보안을 서로 교환하고 3차 협상 전 관심분야 목록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점, 8월 초까지 상품, 농산물, 섬유분야에 대한 양허안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점 등을 볼 때 양국 정부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필요한 합의를 진척시켜 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2차 협상을 둘러싼 특징적인 현상은 협상 직전 한·미 FTA에 대한 갑작스런 반대 여론이 급작스럽게 확산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진단해 본다면요?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여론 확산의 배경

이원재: 대중적인 반노무현·반미 정서 때문. 정부에서는 PD 수첩 방영이후 형성된 여론이 거품이라고 보고 있는 듯.
이현대: 우리의 삶을 뒤흔들만한 사안이어서 민중의 관심과 반발을 자극하는 폭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권미란: 어떤 FTA 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


이원재

이원재; 한·미 FTA 자체에 내재된 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칠레 FTA랑만 비교해보더라도 워낙 규모도 크고 파괴력이 있고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나와 관련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평택과 다르게 한·미 FTA는 월드컵 기간에도 언론에 계속 노출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정부의 계속된 무리수가 여론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국정 홍보처장도 말실수를 하고 인터뷰 조작해서 공개사과까지 했고, “미국 사람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면 된다, 쌀 협상은 내가 안했다, 섬유 협상과 관련해서 거짓말 맞다 등” 김종훈의 실언처럼 여러 가지 객관적으로 자본주의 룰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무리수를 둔 것들이 폭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PD수첩에 한·미 FTA가 방영되었던 것도 우연은 아니고, 시청각미디어공대위가 열심히 활동한 성과라고 보이는데, 기대 이상의 폭발성이 반대여론의 사회적 확산에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 기저에는 전 분야에 걸쳐서 2월부터 몇 개월동안 꾸준하게 FTA의제를 확산시켜왔던 바탕이 있다고 봅니다. 농성, 지역순회, 상경투쟁 등의 노력의 성과가 나올 시기이기도 했고, 2차 협상 한국에서 열리는 등 여러 요소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현대; 워낙 규모가 큰 사안입니다. 우리의 삶을 뒤흔들만한 사인이기도 하고요. 한 편에서는 지식인의 영향력도 컸다고 봅니다. 사실 노동자운동이 한·미 FTA 반대투쟁에 강력하게 결합했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현장의 조직화 정도는 대단히 취약합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강력하게 움직였지요. 노무현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데는 언론노조가 있었다고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일반 국민들이 한·미 FTA를 둘러싼 쟁점들을 속속들이 알 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서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는데다가 한·미 FTA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다 하는 논리가 지배적이라서 반대 여론이 쉽게 생기기 힘든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한·미 FTA가 민중의 관심과 반발을 자극하는 폭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현재 한·미 FTA 반대 입장으로 결집되어 있는 영화인, 지식인 그룹, 언론 등의 메리트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권미란; 대체로 동의합니다. 한·미 FTA가 이 세상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강력한 FTA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은 기본안을 가지고 여러 FTA를 추진하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점차 포괄적인 협정, 점차 강력한 협정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미태 FTA 협상안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싱가포르 FTA보다 포괄적이고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듯이 한·미 FTA는 미태, 미- 호주 FTA보다 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보고 모든 부문에 영향을 주는 협정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중으로 하여금 FTA의 본질을 어떤 경우보다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NA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캐나다의 사례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의 평가도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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