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11-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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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머물고 있는 특집, '사회운동포럼, 그 이후'

김용욱 | 편집위원
8월 말 3박 4일 간의 치열했던 전망과 모색의 자리가 끝나고 소통과 연대, 변혁의 새로운 운동과정을 창출하기 위한 시간은 그 뜨거운 여름의 막바지에 사회운동은 진화를 예비하고 있었고 사회운동 포럼 그 이후에 다가올 미래를 예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예비는 그다지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월간 『사회운동』 10월호 특집 중 이상훈 교육국장의 ‘사회운동 포럼이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밝힌 사회운동 포럼 평가는 이렇다.

△성공적- 사회운동 일선 활동가들 간의 상호 소통과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에 가장 큰 관심과 성과가 있었고 이것은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해서만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미흡- 사회운동의 새로운 이념 및 전망과 관련된 토론은 미흡했고,
△공백- 사회운동의 대중적 결합이나 대중교육과 같은 과제들은 공백으로 남았다.
△그리고 남은 과제- 활동가들 간의 소통을 넘어서는 대중적 소통과 결합, 그리고 공동의 변혁적 전망 모색을 어떻게 진전 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

진단은 명료했다. 이미 사회운동 포럼 전에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던 사회운동의 ‘미흡’과 ‘공백’, 그리고 사회운동 앞에 놓여진 ‘과제’들이 사회운동 포럼을 거치고서 눈앞에 또렷이 남았다. 이상훈 국장이 밝혔다시피 포럼은 완성된 결론을 놓고 찬반론을 동원하는 방식보다는 열린 토론과 주체적이고 집단적인 모색의 과정 자체를 중시하고, 운동적 대안으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에서 사회운동의 미흡과 공백은 곧 극복되고 채워지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문제는 도출된 과제다. 과제가 과제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실내용이 채워지면서 대안으로 완성되어야 할 텐데, 글에서 제시된 세 가지 과제에서 실내용이 어떻게 채워질 수 있을지 사실은 아득하다.

이상훈 국장이 제시한 3가지 과제는 이렇다.
남겨진 과제 1: 사회운동의 소통/연대/변혁, 혹은 소통/연대/변혁하는 사회운동의 창출
남겨진 과제 2: 대중운동의 쇄신을 통해 새로운 사회운동의 통합적 전망을 열 것에 대해
남겨진 과제 3: 사회운동포럼의 이후 전망과 계획

과제가 다 그렇듯이 어찌 보면 너무 뻔해서 뜬구름 잡는 것 같을지도 모르겠다. 1회 사회운동 포럼은 끝났지만 과제를 놓고 보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느낌이다. 사회운동포럼이 사회운동의 프로세스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소통/ 연대/ 변혁이라는 원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원리에 충실 하는 것만으로 과제에 도달하기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첨부된 참고자료를 보면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인권운동 사랑방의 평가서 중 몇몇 부분이 눈에 띈다.

/생각보다는 의외로 다른 개념과 정서로 이야기 하고 있다
/문제의식에 걸맞게 대안과 실천 방안이 제출되지 못하였고 구체성이 부족했다’
- 서울본부 평가서 中

/함께 논의하고 실천할 과제와 전망을 드러냈어야 했는데, 차이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 것 아닌가. 서로 딴 얘기만 하다 공동의 의제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측면도 있다. 사랑방도 전반적으로 이 부분과 관련한 내용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참여했고, 이걸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부족함이 많았다. 우리 운동의 현재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소통이 실질적으로 진전되었다는 평가와 차이만 확인한 정도에 그친 것 아니냐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 다양한 운동들이 만나지 못하는 내부 경계가 분명히 존재했는데, 그걸 뛰어넘기도 했고 뛰어넘으려는 소통의 노력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운동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 인권운동 사랑방 평가서 中

알듯 말듯 평가가 만나는 지점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다름을 확인했고 그 안에서 소통과 연대의 전망을 읽었지만 대안과 실천방안, 구체적 전망을 그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런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사회운동 안에서 당면한 문제의 지점을 드러낸 김원정 회원의 두 번째 특집 여성운동네트워크에 관한 글은 구체적이었고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고민을 돌아보게 했다.

“이렇게 여성문제, 페미니스트 실천을 단지 ‘첨가’만하는 경향은 노동운동 뿐아니라 사회운동 일반이 가진 태도이다.”, “남성과 영성의 수량적 평등, 형식적인 형평성을 페미니즘의 전부로 보는 인식, 성폭력을 유발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곧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것으로 호도되는 현상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접하고 있다.”, “이는 진보란 이름표를 단 사람이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전파됐지만, 곳곳에서 페미니스트들과 남성활동가들, 혹은 페미니스트들과 여성 활동가들 간의 갈등과 의사소통의 단절로 이어지곤 했다.”

나는 이런 평가들 앞에서 마구 찔렸다. 나를 글에 대입해 놓고 본다면 머리로 아는 것들이 행동과 언어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해 가능한 소통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 앞에 멍하니 서 있곤 했던 나로서는 페미니즘 앞에서 항상 ‘쑤구리’를 실천해 왔다고나 할까. 말조심과 행동조심, 즉 상처주지 않기로만 문제를 치환해 왔던 과정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회운동 포럼보다 더 오래전에 제기된 사회운동의 페미니즘 인식에 대한 냉혹한 평가는 쭉 존재해 왔지만 김원정 회원이 ‘2007년 사회운동포럼, 놀라운 변화의 현장’ 이라고 말했듯이 다양한 고민과 산뜻한 의제들의 향연이 만들어낸 포럼 현장의 열기 속에서 되살아났던 것이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마지막 날만 참석해 그런 향연을 함께 느끼지 못했음이 더욱 아쉬워 지는 대목이다. 사회운동 포럼이 적어도 소통과 연대, 변혁에 대한 열망의 향연이었음을 글에서 읽었다고나 할까.
사회운동포럼은 소통과 연대 속에서 끝났고, 서로를 차이를 확인했다는 것에서 희망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제와 이후 사회운동의 실천은 여전히 딱 눈앞에 어른거리고만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당-좌파와 사회운동의 연합을 위하여’라는 글 역시도 포럼 이후에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에 대한 평가글로서 ‘옳다’가 아닌 특집에 묶였다면 특집이 좀 더 특집다웠을 것이다. 10월호의 특집은 그 주제는 특집이라 하겠지만 풍성하지도 기획 적이지도 못한 인상이다. 아마도 포럼 그 이후의 과제 앞에서 여전히 무기력한 사회운동의 현재를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10월호가 가진 특집 글의 무게는 ‘사회운동 포럼, 그 이후’라는 제목 앞에서 그저 평가의 수준에 너무 쉽게 머물렀다. 물론 그 어떤 평가가 미래를 논하지 않는 평가가 있게느냐마는 결국 10월호 특집은 평가서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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