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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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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저지 투쟁 선봉에 선 비정규 노동자

진재선 | 회원, 파견철폐공대위 집행위원
"뼛속 깊이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참기 어렵고, 처자식 내팽겨치고 상경투쟁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3개월짜리 계약직 인생, 그마저도 해고당해 오갈 데 없게 된 우리네 신세,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언제 바꾸겠습니까? 노동자의 깡다구로 끝까지 한 번 버텨볼랍니다."

성남 분당에 위치한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만난 한국통신의 한 계약직 노동자는 이렇게 자신의 심경을 말한다.

'IMT2000 사업자선정'을 축하하는 대형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한국통신 본사 앞마당에서는 지난달 13일부터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철폐!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전면파업 중인 한국통신계약직노조(위원장 홍준표) 조합원들의 노숙농성이 해를 넘겨 진행 중이다.
지난 연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한국통신 정규직노조의 파업은 끝났지만, 정규직노동자들이 막아내지 못한 구조조정의 희생양은 결국 계약직노동자들이었다. 인력감축 숫자맞추기에 혈안이 된 한국통신측은 지난 연말 7천여명의 계약직노동자들을 계약 해지하고, 그 중 상당수의 업무를 발빠르게 1월부터 도급으로 전환 중인 상태다. 이같은 사측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이, 폭설이 퍼붓고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에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b>한 달 내지 석 달마다 새로 취직하는 신세</b>

한국통신의 비정규직노동자는 전문계약사원, 일반계약사원, 임시계약사원, 파견사원 등이 있다. 114 등 전화번호 안내, 꽃배달서비스 등에는 파견사원이 주로 배치되어 있고, 전화가설, 선로보수, 유지, 시험실 등에는 일반계약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만여명에 이르는 계약직노동자들은 각 전화국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995년부터 1년기간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일해왔다. 그렇지만 재계약 기간이 6개월, 3개월 심지어 1개월로 계약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다.

대부분의 계약직원은 늘상 이루어지는 재계약에 대해, 언제 재계약이 이루어졌는지, 어떤 조건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제대로 모른다. 도장을 회사측이 갖고 있으면서 때가 되면 알아서 도장찍고 재계약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10년 이상 되풀이되어 왔으며, 과거 일용직, 도급제 등을 통해 소위 '한국통신밥' 먹은지 20년이 되는 계약직도 지국마다 상당수 있다고 한다.
계약직이란 꼬리표는 단지 계약기간 뿐만 아니라 임금, 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 전반에 걸쳐있다. 근속년수 19년된 계약직노동자가 IMF 이전에는 그나마 140여만원을 받았지만, 그 후 매년 삭감당해 현재 85만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114서비스에 종사하는 계약직노동자의 경우 45만원의 저임금에 혹사당하고 있다. 계약직의 경우, 포괄임금방식 즉 정액제에 의한 급여지급이기 때문에, 정규직과 달리 제반수당과 상여금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한 주당 56시간 이상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근로계약서상 토요일까지 정상근무하여 주당 48시간 근무토록 되어 있는데, 설날, 추석, 노동절을 제외한 모든 국경일에도 수당없이 근무하고 일요일 근무도 다반사여서 한 달에 하루 쉬면 다행인 형편이다.
이같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계약직노동자들이 감수해왔던 것은 한편으로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사측의 감언이설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늘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계약직이란 신분으로 인해 제대로 항의 한 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b>비정규직에게 겨누어진 구조조정의 칼날</b>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분사, 아웃소싱, 분할매각 등을 추진 중인 한국통신은 기획예산처의 시한인 2월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정규직 3천여명을 명예퇴직시키고 계약직 7천여명을 계약 해지하는 한편, 올초부터 전화가설, 선로보수 유지 등의 대민서비스 업무를 도급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한국통신측은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입각하여 작년 5, 6월경부터 계약직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 조치를 남발했다. 이 때 회사쪽에서 들이댄 근거는 '계약직은 2년 이상 초과 근무할 수 없다'는 계약직 관리지침 제11조 제7항.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림 3개월 내지 1년 단위로 본인도 잘 모르는 사이 재계약이 관행적으로 이뤄어져온 한국통신에서, 이 조항은 제정 당시부터 사문화되어 있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이 조항을 들먹이는 것은 해고의 정당한 근거가 전혀 될 수 없었다.

더욱이 5, 6월 대량 해고사태가 있은 후, 한국통신은 재계약이 불승인된 계약직원들에게 "다른 사람 명의로 다시 계약하자", "도급으로 다시 들어와라", "아르바이트로 일해라"는 등의 요구를 해와, 일이 없어서 해고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사측의 계약직 부당 해고에 맞서 계약직 노동조합은 사측에 대해 '계약해지 전면철회와 고용안정'을 요구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한국통신측은 작년 11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에서 '첫째, 노조와 성실히 단체교섭에 임한다 둘째, 노조 교섭위원이 해고자라도 성실히 임한다

셋째, 교섭기간 중 계약해지를 최대한 자제한다'라고 약속했음에도 불구, 노조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조합원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한편 12월 30일자로 6,000여명에 이르는 계약해지를 남발해 구조조정의 칼날을 전면적으로 계약직 노동자에게 겨누었다. 또한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기존 퇴직자들을 현장에 투입하여 불법적인 대체근로를 일삼는가 하면 각 전화국별로 전화가설, 선로보수 등의 업무에 대한 도급 입찰실시를 강행했다.
생색내기식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맞춰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급화의 실체는 며칠도 못 가서 드러났다. IMF 이후 몇십만원 삭감당한 임금이 15%정도 다시 깎였으며, 도급기간의 고용은 더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도급업체로 인해, 업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며, 도급의 경우 초기 비용이 기존에 비해 수배가 들어간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이고, 무엇을 위한 도급인가? 공기업 비효율의 근본적인 요인인 낙하산 인사, 지배구조 등에 대해서는 칼을 대지 않은 채, 인원 자르기, 그것도 기능직 우선자르기에 역점을 두어 숫자상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있는 바로 엉터리'지침'이 현재 한국통신측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정규직 4만명 중 3천명, 비정규직 1만2000명 중 7천명을 자르는 등 인원감축 이외에 다른 개혁조치는 하나도 없는 지침이, 버젓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길게는 20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수차 내지 수십차에 걸쳐 계약이 갱신되어온 계약직 노동자들을, 단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해고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서, 최근 충남지노위 판정에서도 작년 6월에 이뤄진 한국통신의 재계약 불승인 조치를 부당해고로 인정한 바 있다. 이같이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가 부당해고로 무효인 이상, 사측의 도급전환 조치는 쟁의행위기간 중 도급전환금지에 위배되어 불법이 된다. 그런데도 한국통신은 어떻게든 구조조정 지침상의 인력감축 숫자맞추기에 급급하여 부당해고와 불법도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b>한통 정규직노조 파업 그 후</b>

파업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지난 12월 한국통신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명동성당에서 완강한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그것도 전력, 철도 등이 투쟁을 접고 구조조정 저지투쟁 전선이 급격하게 기울어진 가운데 진행된 것이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놀랍고도 경악하게 만든 것은 12월 19일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조합이 연대집회를 제안했을 때 정규직 집행부가 '조합원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공동연대집회를 거부한 사실이다. 물론 이전부터 계약직노동자들의 조합원 가입을 거부하고 독자노조 결성도 호의적이지 않았던 한국통신 노동조합 집행부였지만, 투쟁기간 중에 선언된 공동집회 거부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이에 대하여 '노동자는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갖고서 집행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서야만 한다. 여기에는 단지 공동집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하지 않으면 안되는 핵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정권과 자본의 구조조정계획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대립지점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놓여있음을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국통신 집행부와 공사측간의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기획예산처가 강력히 반발한 것이 무엇인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기획예산처에서 가장 크게 문제로 삼았던 것은 그동안 민영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분사를 전면 중지'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상황이었기에, 정부는 한국통신의 구조조정에 있어 분사, 도급화 추진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 입장의 정반대편에 한국통신 노동자의 생존권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사로 인하여 정규직의 고용은 계속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노동조건에 있어서도 보다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절박한 처지에 있는 것이 계약직 노동자였다. 이미 분사와 하도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하에 7천여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계약해지 통보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급반대'는 생존권 쟁취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을 정부가 거부한 이후, 노동자들의 완강한 투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합의안은 '민영화 추진은 노사가 동수로 구성되는 구조조정특위에서 협의한다'는 포괄적인 안으로 후퇴해버렸다. 이런 점에서 파업참여자에 대한 징계를 철회한다라던가 또는 부부 사원을 대상으로 한 발령을 철회하겠다라고 하는 합의조항 등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같은 합의안으로 타결한 한국통신 정규직노조는 성공(?)이라는 평가 속에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제 정규직 노동자들의 완강한 파업투쟁을 통해서조차 쟁취하지 못했던 '분사반대 - 도급반대'의 과제는 계약직노동자들의 양어깨에 고스란히 짊어지워졌다. 정규직노동조합 집행부의 합의안을 받아들인다면, 당장 올 연말에 일터에서 떠나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조차 없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긴 하지만, 정규직노동자들의 완강한 파업투쟁을 통해서도 쟁취하지 못한 과제이기에 그것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약직노동자들은 정규직 노조가 명동성당을 떠난 이후 외로이 분당 한국통신 본사를 지키면서 현재까지 절절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b>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선 비정규 노동자, 강고한 연대투쟁이 필요하다!</b>

한통계약직 노조의 투쟁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이 무력화된 가운데, 구조조정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강고하게 벌여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또한 구조조정에 맞서 외로이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가는 주체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은, 그간 노동계에서 구조조정 저지투쟁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구분되어 진행된 오류를 생각할 때, 실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하겠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통계약직노조의 투쟁은 너무도 고립되어 진행되고 있다. 한통정규직노조와의 연대투쟁이 무산된 것 외에도, 민주노총 내에서의 연대투쟁이 별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사회/학생단위와의 연대도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곧 다가오는 설 명절을 한국통신 분당 본사에서 맞이하겠다면서 새로이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는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조합. 이제 한통계약직노조의 투쟁은 계약직노동자뿐 아니라 한국통신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또한 구조조정저지와 비정규직 철폐라는 공통의 요구 하에 조직되는 전체 노동계의 연대투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font color="##003366">●"열심히 일만 해서는 안되는 세상, 우리 아기한테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font>

이 글은 청와대 민원실에 올린 한 조합원의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리 저리 내몰리면서 어디 하소연할 데조차 없는 비정규직의 신세를 보여주듯, 위 글도 청와대에서 정통부로, 정통부에서 한국통신으로 보내지면서 결국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한국통신 구조조정! 수많은 젊은이들의 아우성을 들어는 보셨습니까?
저는 대전 신탄진전화국에서 1995년 5월 27일부터 2000년 10월 6일까지 계약직으로 근무를 계속 하여왔습니다. 정규직이 되기위해 갖은 어려움과 고통을 참고 헤쳐나왔습니다.
사무직이 아닌 저희같은 현장직의 몸소 겪어야하는 어려움이란 편안히 앉아 버튼만 누르시는 분들은 엄두도 못내실 얘기들이죠. 그런 우린데,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 이글이글 찌는듯한 더위에서도 언제나 맨홀속,전주위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한 계약직들을 왜,왜, 길거리로 내몰아야만 하는것입니까?

그게 올바른 구조조정입니까?
정부에서 원한 구조조정이 그러한 것이었단 말입니까? 그럭저럭 출근해서 신문이나 뒤지고 늘 주식이나 들여다보며 어영부영 하루일과를 마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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