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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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5-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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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공위성 발사와 동아시아 평화

이유미 | 사무국장
인공위성인가 미사일인가를 둘러싼 공방이 오가던 가운데 4월 5일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2호’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로켓 ‘은하2호’를 발사했다. 결과적으로 인공위성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나 장거리 발사 능력이 증대된 것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위성을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필요하므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급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로켓이 발사되자 국제사회의 반응은 일사 분란했다.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었고 이어 의장성명이 발표되었으며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의거하여 구체적 대북제재조치를 검토할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에 북한은 “공화국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고 우리 인민의 존엄을 엄중히 모독한 유엔 안보리의 부당한 처사를 단호히 규탄 배격한다”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핵 재처리 시설 재가동,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6자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해진 시점에서, 이 글에서는 UN 의장성명이 발표된 배경을 확인하고 6자회담을 전망하며 북한의 로켓발사를 전후로 강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군사력 경쟁 문제를 짚어볼 것이다.

UN 의장성명과 대북제재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한다”며 로켓 발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되는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안보리 대북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되었다. 그 중 8항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관련 품목과 일부 재래식 무기, 사치품에 대한 수출통제와 북한 WMD 프로그램 관련 자금과 금융자산의 동결 등의 제재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의 핵실험 이후 2.13 베이징 합의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고 6자회담에서 북핵 시설 불능화 등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조짐이 보이자 실제로 제재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었다. 이번 성명은 유명무실했던 1718호 결의안 8항을 실제로 가동하면서 대북 제재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제출할 북한의 자산 동결 대상 기업 11개를 확정했고 일본 역시도 여기에 세 군데를 추가한 14개 기업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6자회담의 지속을 강조하고 대북제재에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제재위원회에서 각국이 제출한 기업 명단들 가운데 제재 대상을 결정짓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급적 많은 북한 기업들을 대상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반면, 제재에 신중한 중국과 러시아는 WMD 프로그램에 개입한 증거가 명백한 기업으로 한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러한 태도는 안보리결의안 채택을 반대했을 때부터 예상되던 바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 1718호에 규정된 ‘탄도 미사일 개발 금지’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를 주장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 개발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라는 점을 들어 위배가 아니라고 맞서왔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대북제재 수위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고, 결국 형식은 의장성명으로 하되 내용은 결의안에 버금가는 강경한 입장을 담는 선에서 절충하게 되었다.
따라서 유엔 의장성명서의 대북제재는 실효성이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의장성명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기 어려워 실효성 여부는 참여하는 국가들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북제재에 가장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 기업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었고, 북한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중국은 대북제재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결국 의장성명서의 대북제재는 북한에 대한 상징적인 경고와 6자회담을 촉구하는 압력 수단정도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

2007년 10월 3일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10.3 합의)가 발표되었다. 10.3 합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2007년 12월 31일까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하고, 또한 같은 날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며, 핵물질과 핵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한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에 관한 공약을 완수한다. 일본은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 중유 100만 톤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08년 6월 26일 핵 신고서를 제출했고 27일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그해 10월 초 북미 평양회담에서는 양국이 구체적인 검증계획을 합의하고 10월 11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시켰으며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중단시킨다. 그러나 12월에 개최된 6자회담은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의정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결국 결렬되었다.
결렬된 6자회담의 핵심 쟁점은 시료채취 여부와 미신고시설검증 문제였다. 북미평양회담에서 검증문제에 대한 합의를 했다고 했지만, 북한은 검증대상을 불능화 시설로 한정했다.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0일 “북한은 지난 7월 합의와 같이 시설방문, 서류검토, 관계자 면담만 하더라도 과학적 절차가 아니겠느냐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즉 불능화 시설에 대한 검증방법은 현장 방문, 문서 검토, 기술자 인터뷰 등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일본은 검증대상을 신고시설을 물론이고 미신고 시설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시료채취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 이후 북한이 플루토늄을 얼마나 추출했는지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은 검증의정서에서 요구하는 시료채취가 북한이 보유한 핵 능력을 모두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 없이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9일 조선신보가 “시료채취를 통해 조선이 추진한 핵계획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단서를 얻는 시점이라면 당연히 미국을 비롯한 각 측도 상응한 행동조치를 통해 비핵화를 크게 전진시키는 조건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검증의정서 결렬과 10.3 합의 의무의행은 별개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무이행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강경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6자회담 결렬 직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에 대한 대북정책 재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검증의정서 채택이 불가능해지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조치의 일부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대북 에너지지원유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이유로 중유 20만톤 지원에 아예 불참했고, 한국은 14만6000톤 상당의 경제 에너지 지원을 실시하다가 검증 방안 미합의를 이유로 나머지 지원을 중단한 상황이다. 그래서 북한의 경제 에너지 지원은 3월 중국의 지원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다.

6자회담 전망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대북지원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돌파구 마련이 필요했다. 이러한 북한의 의지는 올해 초 발표한 일련의 강경한 입장들에서 확인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1월 13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 전했다. 즉 ‘先관계정상화 後비핵화’주장으로 북미수교, 평화협정과 같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전에는 미국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2월 2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면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철두철미 조선 반도 전역에 대한 검증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밝혔다.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과 북한에 적대적인 일본과 한국을 배제하기 위해 6자회담이 아닌 미국과 직접 군축협의를 진행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정권 출범 초반기인 오바마 정권과 핵무기 포기 대가로 북미 수교 외에 불가침협정 등 북한의 그동안 요구를 일괄 타결 짓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로켓발사 역시 북미간의 직접 대화를 이끌어내고 거기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오바마 정권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를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핵 개발을 가속화하느냐, 핵 폐기를 순조롭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NPT체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압력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북미간의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북한은 유엔의장성명 발표 직후 외무성명을 통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표했으며 IAEA 사찰원을 추방하고 핵시설을 재가동 하겠다고 했다. 이에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북한의 추방 결정과 관련해 “요원을 쫓아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제재 조치가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처럼 당분간은 냉각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미국은 최소한의 대화 통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은 대화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일정시간이 흐르면 북미 대화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미 직접접촉을 통해 난제를 풀고 6자회담이 이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BDA 북한 계좌 동결문제 해결 등의 전례를 참조할 때, 6자회담은 북미간의 협상이 어떤 진전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강화되는 동아시아 군사력 경쟁

북한의 로켓발사를 전후로 동아시아의 군사력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3월 9일부터 한미연합 전시증원훈련(키리졸브)과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한반도 전역에서 사상 최대의 규모로 실시했다. 군사훈련의 목적은 자위적 방어가 아니라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이다. 또한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성하는 핵심 무기인 이지스함이 최초로 동원되면서 미국의 MD체제의 위용을 과시했고 향후 한국이 적극 가담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북한은 본 훈련을 “임의의 순간에 실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전쟁행동”으로 규정하고 침략행위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한편 한국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기로 방침이 확정되었고 이를 4월 15일에 공식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발표를 연기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엄중 경고했으며, 18일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km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PSI가 북한을 고립 봉쇄하는 대북적대정책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PSI는 WMD 관련 물자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또는 항공기를 검색함으로써 WMD 및 미사일 관련 거래를 중단 또는 지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2003년 미국 주도하에 설립된 국제협력체다. 그러나 의혹만으로 해당국의 승인 없이 제3국이 공해상의 선박을 차단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PSI가 채택하고 있는 강제차단을 위한 군사력 동반 역시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고 군사력 사용은 유엔의 승인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한 유엔 헌장을 거스른다는 논란이 있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하는 조치가 남북관계 악화와 물리적 충돌을 낳을 가능성 때문에 정식참여가 아닌 역내외 차단훈련 시 참관하는 옵저버 자격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PSI 문제가 대량 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국제협력차원에서 정부가 검토해오고 있는 사안이고 북한과의 관계는 별개의 문제라며 참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면참여시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이 고조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본은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응하여 전시를 방불케 하는 조치를 취했다. MD시스템을 처음으로 실전 운영하면서 함상발사 요격미사일인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과 지상발사형 요격미사일인 PAC-3을 배치했다. 그리고 3월27일 ‘탄도미사일 파괴조치 명령’을 공식 하달했다. 하지만 북한의 로켓이 일본 영토에 추락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MD 시스템에 의한 요격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켓 발사 이후에도 “인공위성 발사가 아니라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며 로켓발사 추진체를 찾아 입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실제로 요격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실전 운영한 MD 시스템에 대해서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MD시스템의 정당성을 국민들이 공감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최근 실시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88%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로켓이 발사된 4월 5일 후지TV의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60% 이상이 방위예산 증액에 찬성 의견을 보인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사실 이러한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한 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며 일본의 방위시스템을 선전하는 내용을 언론과 정부가 대대적으로 쏟아내면서 만들어낸 위기감의 결과다. 결국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를 이유로 1조 엔을 들여 MD 시스템을 구축한 일본은 이번 북한의 로켓발사를 또다시 기회삼아 군사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일본은 2007년 3월 도입한 PAC-3을 내년까지 수도권 등 전국의 10여 개 기지에 배치할 계획을 이미 가지고 있었으며 앞으로 함상발사형 요격미사일인 SM-3을 갖춘 이지스함도 3척을 더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미국의 F22A 스텔스 전투기를 차세대 주력기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며 조기경계위성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속에 동아시아의 평화란 없다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로 얼마간은 냉각기가 있겠지만 북미간의 대화를 통해 협상의 물고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오바마 정권이 부시의 일방적인 대외정책을 비판하며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스마트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미국이 기존 외교 안보 전략을 유지하는 한 오바마와 부시의 차이는 수단과 절차에 대한 다소간의 이견일 뿐이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확대하며 해체되어가는 세계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본구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동아시아에서 주둔미군 10만 명과 핵/재래식 전력을 유지할 명분을 찾기 위해 미국은 중국이 지역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험도 부각시켰다. 그 결과 실제로 미국에게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심각한 교란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준으로 봉쇄해야 할 대상 즉 ‘위기관리’의 대상으로서,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테러리즘 지원을 차단해야 할 상대국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북한과의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적대적인 관계로 대립하고 있다. 심지어 부시 정권이 들어섰을 때조차도 클린턴 정부의 지루한 협상을 단번에 넘어설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근거 없는 낙관에 불과했다는 것이 현실로 증명되었다. 오히려 북한의 군사적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을 명분삼아 한미일의 군사동맹이 강화되었고 협상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실질적 변화를 추구하고자하는 의지 없음을 은폐해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부시와 오바마의 대북인식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으며 오바마의 협상중심의 스마트외교 역시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을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군사력 증강을 통해 이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의 변화를 낙관할 수 없다. 우리는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곧바로 진행된 키리졸브 군사훈련이 글로벌화된 한미 군사동맹의 위용을 자랑하며 북한군에 대한 공격과 한국의 미국 MD체계 편입을 위한 실전연습을 목표로 진행된 것에서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북미간의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다시 추진된다 하더라도 위기를 일시적으로 봉합할 뿐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력은 근본적으로 침식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북미수교나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체제보장과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을 맞바꾸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등이 잠재되어 있는 일시적인 봉합은 다시금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며, 북미간의 대결과정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전반의 무기 증강 시도는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결국 전쟁 유발의 근본적인 요인인 한미일 삼각동맹 구조의 해체 없이 군사적 대립과 전쟁위기는 언제나 재발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MD구축은 전지구와 우주를 군사공간화하고 핵 경쟁을 야기하는 주범으로서 이에 동참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입증함과 동시에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분쟁에 대한 한국군 개입의 기정사실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을 임시로 봉합하기위한 북미협상의 타결을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의 해체와 PSI 참여 반대 그리고 반전평화운동의 대중적 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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