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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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민중연대실천단장 구미진님을 만났다

박주영 | 편집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투쟁속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농성과 투쟁 속에서 노동자 민중들의 건강은 배겨나기 힘들다. 하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하지 않아도, 천막 한 장 세우고 투쟁하지 않아도, 충분히 노동자들은 연장근무와 야근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현장에서 갉아먹히는 건강, 산업재해의 위험, 정권의 신자유주의적인 의료정책 속에서 어떻게 노동자 민중의 건강이 지켜질 수 있겠는가?
작년 의약분업 시행을 앞에 두고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켰던 의사파업. 그들의 모습과 다르게, 이미 오래전부터 투쟁사업장을 찾아다니며 계급적 보건의료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아래 민의련)의 '민중연대실천단(아래 실천단)'. 그들이 실천해온 연대란 무엇일까?


<b>보건의료부문에도 계급적대가 관철된다</b>

<font color="##003366"> ▶Q: 작년 의사파업 이후 의사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 이익집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간단히 소개 좀 해주실까요?</font>


▶A: 보건의료부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쉽게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힘들어하죠. 민의련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보건의료부문도 계급투쟁이 관철되는 계급적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민의련은, 전체 노동운동과 궤를 같이하면서 한편으로 영역에서의 계급적대와 모순을 폭로해내고 보건의료부분에서 노동자계급의 입장과 요구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고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운동하는 단체죠. 구성원들 중에는 의사 약사가 많고 한의사나 간호사가 모여있기는 하지만, 직능으로 제한하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보건의료영역에서 계급운동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니까 사회복지사, 일반 의료노동자, 의료기사도 있죠. 모르시니까 그런 (이익집단이라는) 오해를 많이 해요.^^
민중연대실천단의 경우에는 노동자투쟁을 지지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구성원들이 의료인들이 많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찾다보니까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의료지원을 하자는 거죠. 민의련에서 보자면, 민중연대사업을 주로 하는 곳이죠.


<font color="##003366"> ▶Q: 의사나 약사라고 하면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고 계급투쟁에 대한 의식을 갖기 힘든데, 정치적 계기나 경험들이 있었던 것인가요? 민의련 결성 때부터 갖고 있던 생각들입니까?</font>


▶A: 사회적으로 기득권층은 맞지만, 대부분 학생운동의 경험을 가진 회원들이 많아요. 졸업해서 바로 면허딴다고 생각이 바뀌지는 않으니까. 학생운동의 연장에서 고민하면서 운동 전망을 고민하는 거죠. 보건의료인으로서 직업활동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모순들을 참을 수가 없어서 (민의련)회원으로 가입하는 분들이 많죠. 아주 인간적으로 '내가 의사인데 아픈 모든 사람을 치료할 수 있어야지, 돈 때문에 치료 못하는 현실이 문제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작년에 의사파업할 때 회원들이 많이 가입했어요. '자기는 의사라는 집단이 양심적이고 환자를 위한 직업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양심적인 의사가 무슨 의미인지 회의스럽다' 이런 생각으로 제대로 된 양심이나 도덕적 의사를 고민하면서 가입하기도 하죠. 대다수는 학생운동의 경험과 사회운동의 과정에서 민의련을 보건의료운동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b>투쟁이 폭발하는 곳에 언제나 달려간다</b>

<font color="##003366"> ▶Q: 실천단은 처음 민의련 결성 때부터 있었나요? 활동이 시작된 계기가 있을 듯한데.</font>


▶A: 1998년 10월에 민중연대팀이라고 만들었어요. 그 때가 한창 IMF의 영향이 클 때라 노숙자 무료진료사업같은 게 많았는데 민의련에서도 그런 활동을 했었대요. 그런데 민의련은 무료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정치선전전을 같이 했죠. 그 때, 나름대로 이게 연대활동의 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인의협이나 종교단체 사회봉사활동처럼 자리잡을 게 아니라, 노동자 민중 투쟁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도록 하자고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민중연대팀이 만들어져서 2년동안 사업을 진행하고, 좀더 중점사업으로 계획한 게 실천단이죠.

민중연대팀 때는 처음 만들었고 아는 곳도 없고 하니까, 통신을 통해서 투쟁사업장들을 보고, 전화해서 '저희가 찾아갈께요' 뭐, 이런 식으로 연대단위를 하나씩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상적인 연대와 정세적인 연대활동이라는 기조를 갖고있는 게 다르죠. 노동자 투쟁이 정세에 요구되는 중요성이 있으니까 그것과 발맞춰서 연대단위를 찾고 활동을 기획하고…. 예전 같으면 연대활동을 하는 것 자체로 자족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전반적인 정세를 개괄하고 그 흐름에 따라서 저희 활동도 배치하는 형태로 진행하죠.


<font color="##003366"> ▶Q: 투쟁이나 농성이 진행되는 사업장이 한두곳이 아닌데… 연대활동 나가는 사업장을 선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같다. 민의련 내부에서 사업장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font>


▶A: 실천단에서 먼저 결정을 하죠. 대우차나 한통계약직은 실천단에서 먼저 결합하자고 했지만, 투쟁자체가 중요성을 갖기 때문에 나중에는 민의련 전체가 연대하는 곳으로 잡았어요. 하지만, 민의련 회원 모두가 일상적인 활동이 있으니까 실천단은 좀더 많은 비중을 두죠. 최근에 들어간 멀티데이터시스템노동조합(아래 멀티노조)의 경우, 저희 판단으로 벤처노동자의 최초 투쟁사업장이라는 의미가 컸죠. 정보통신 노동자 투쟁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특수성에 주목했던 것이고, 연대활동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까 그 활동을 지지지원하기 위해서 결정한 거구요. 그런 식으로 연대활동을 배치하죠.


<b>120~130% 활동하자는 결의로</b>

<font color="##003366"> ▶Q: 회원들이 모두 직장인들이니 시간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보통 사회단체에서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들을 조직하기가 쉽지 않은데, 실제적인 회원들의 활동은 어떻게 가능합니까?</font>


▶A: 어느 정도는 자기결의가 담보되죠. 민의련에 가입할 때 일정정도의 회비와 활동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거든요. 자료회원은 없어요. 자료회원을 신청하면 <의료와 진보(민의련 기관지)>를 보내주기는 하지만, 회원으로 인정하지는 않죠. 활동에 대한 자기결의가 되어있는 상태에서만 가입을 받고…, 그래서 사실 회원들 활동이 과부하 상태죠. 4월부터는 2주에 1번씩인데, 3월까지는 1주에 한번씩 회의를 했거든요. 거기다 연대활동 나가고, 전체회의 있고 사이사이 각 사업별 집행위 회의있고…. 그 외에 세미나 연구활동, 토론회 기획 등 하나씩 공동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팀활동(공공의학팀, 빈민건강팀 등)이 있으니까, 사실 과부하인데 회원들이 원래 그렇게 결의하고 가입한 거니까 운영이 가능한 거죠. ^^

문제는 노동조합이나 투쟁사업장 사이클을 시간적으로 맞추기가 힘들다는 거죠. 최근에는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이하 한통계약직)의 서울대 농성장에 연대활동을 가기로 했었는데… 그게 7시30분이었어요. 노조 교육은 보통 시간이 6-9시 교육이 가장 좋은데, 회원들을 보면 퇴근을 일찍하는 사람이 6시, 늦게하는 사람이 7시, 이러니까 사무실에 와서 약보따리 싸들고 짊어지고 가면 이미 시간이 늦어버리는 거죠. 이걸 타결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데 이건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으니까 120-130%씩 활동하자 그렇게 움직이고 있죠.


<b>'좋은 의사'보다 '같이 싸우는 동지'로 남기 위해</b>

<font color="##003366"> ▶Q: 구미진님은 민의련 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font>


▶A: 1998년 민중연대팀 만들어지고, 첫 번째 진료가 명동성당의 삼미특수강 농성장에 의료지원 나간 거였는데, 그 때부터 같이 갔어요. 회원 중에 민혜경 동지가 보건의료동아리 선배라서 소개를 받았죠. 활동의 연장선에서 민의련에 호감을 가졌고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동의도 있었고…, 학생으로 활동하다가 1999년 회원가입을 하고 그때부터 정식회원으로 활동했죠. 햇수로 4년째네요.

<font color="##003366"> ▶Q: 연대활동을 처음에 시작하면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듯한데, 경계심, 고마움, 시혜적이라는 평가 등이 있을 듯하네요. 처음 나갔을 때 느낌은 어떠했나요?</font>


▶A: 처음에는 학생이었으니까… 현장노동자를 직접만날 기회가 없으니까 그 자체로 감동이었죠. ^^ 실제로 경계하신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고, 무관심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순수하게 고마워하는 분들도 계시죠. '음, 괜찮은 의사약사들이 있구나' 하는…. 그럼, '고마워하시지 말라고, 떳떳하게 받으시라고 사회적으로 원래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 아니냐' 이렇게 말하는데…. 그건 저희가 활동으로 깨뜨려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스갯소리로 '농성이 4-5개월 넘어가면 우리는 된다' 이런 생각도 있죠. 논리적인 설득으로 되는 게 아니라, 투쟁이 지속되면 계속 같이 싸우고 그 과정에서 동지로 느끼는 거죠. 한통계약직처럼 전부 다 경찰서에 연행이 되면 "우리 환자 내놔라, 봐야겠다" 그러고 경찰서 들어가는 거죠.

그 사업장의 투쟁이 길어지는 경우는 연대활동도 길어지는데, 전국철거민연합(아래 전철연)의 경우 긴 시간동안 공동선전전도 같이 진행하면서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어요. '같이가는 사람들이다' 그렇게요. 그러니까, 이제는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면밀하게 준비해 찾아가서 우리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을 깨뜨리면서 동지로 같이 서야 한다고 생각하죠. 물론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정세적으로 중요해서 연대활동을 계획할수록 그런 편견을 깨뜨리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꼭 그 사업장에서 '민의련은 괜찮은 조직이다' 이런 말을 들으려는 건 아니니까, 연대활동 열심히 하다보면 아시겠지… 그렇게 생각하죠.

<font color="##003366"> ▶Q: 민의련은 <한겨레21>이나 <EBS 다큐이사람> 등 언론매체에서도 여러번 소개된 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언론에서 취재의뢰가 오면 기분이 어떻습니까?</font>


▶A: 작년에 여러 경로를 통해 <EBS 다큐이사람> 찍는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대했었어요. '그걸 우리가 왜 하냐, 보나마나 굉장히 인도주의적이 관점으로 찍을텐데 걱정된다' 그런 의견이었죠. 그런데도 우리가 촬영에 응했던 이유는 우리 활동을 홍보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게 작은 목적이었고요, '이거 하면 우리가 들어가는 농성장이 방송 나오는 게 아니냐, 이거 내보내야 된다' 이런 생각이 훨씬 컸죠.
동방제약노동조합이나 새한노동조합의 싸움은 크게 이슈로 부상하지 못했거든요. 노조는 열심히 싸우는데 많이 묻혀있는 투쟁이었기 때문에, 취재요청이 있으면 농성장 찍으면서 노조싸움이 뜨게 하자, 언론에 내보내자 그렇게 해서 찍게 된 거였죠.

<font color="##003366"> ▶Q: 그럼, 지금 결합하시는 투쟁사업장은 어디어디 있나요?</font>


▶A: 대우자동차, 한국통신계약직노조, 멀티데이터시스템노조…, 지금은 그렇게 진행하죠.

<font color="##003366"> ▶Q: 들어가면 보통 어떤 식으로 활동을 진행하나요? </font>


▶A: 처음에 가면, 투쟁지도부랑 인사하고 간담회 등을 통해서 상황이 어떤지 이야기를 듣죠. 그리고 의료지원하려고 왔다고 말씀드리면서 진료하고, 그거 끝나고 졸린 분들 붙잡고 간담회를 해요. 투쟁상황 듣고 '이런 활동도 해보는게 어떠냐' 제안도 하고…. 몇번 만남이 진행되면 교육을 하려고 하죠. 보건의료문제와 관련해서 정세적인 문제들, 산업재해나 노동자 건강문제들은 일상적으로도 되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간담회형식으로 교육하죠. 우리가 가진 건 없고 빈약하지만,^^ 요즘에는 정식으로 교육자리도 잡고 있어요. 멀티노조랑 한통계약직의 경우에는 노동자 건강문제나 건강보험문제 관련해서 교육을 진행했죠.

농성장 투쟁이 중요하고 지원대책위나 공투본이 있으면 민의련 차원에서 저희가 결합하거나 파견나가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한다든지 하죠. 그게 일상적인 활동이에요.
<징검다리>라는 선전물도 발간하는데, 노조상급단위나 보건의료단체, 보건의료학생단위, 저희가 들어갔던 농성장주소가 나와있어요. 현재 농성이나 투쟁상황, 현재 중요한 보건의료문제 기획글, 현장활동가들 인터뷰 등을 담죠. 시기적으로 대규모 지원활동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대우차가족대책위 포함해서 일요일날 대규모 진료를 하기도 하죠. 철거지역에는 전철연 말고 '주거연합'이라고 있잖아요. 주거연합의 경우에는 인프라가 빵빵한 편이라서 거기서 동원해서 주민들을 동원하는데, 전철연이 많이 밀리는 거에요.

그래서 전철연에 연대하는 지지하는 많은 세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희가 원래는 가운을 안 입는데 그날은 가운입고 ^^ 폼내면서 진료하고 방송차 타고 전철연에서 무료지원나왔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거죠. 그러니까 연대활동 당일 저녁 프로그램 말고, 장기프로그램이나 1박2일 프로그램을 돌릴 때가 있어요. 철거지역이 대체로 상황이 안좋다고 하면 경기도 일대 철거지역을 투어한다든지 하죠.

<font color="##003366"> ▶Q: 보통 연대활동 들어가면 몇 명씩 들어가나?</font>


▶A: 어떤 때는 딱 필요한 의료지원만 하고 나와야 할 때가 있어요. 어제 멀티노조의 경우에는 단식농성하니까 점검하려고 들어갔죠. 그런 때는 2명, 일반적으로 갈 때는 5-6명, 많이 모으면 7-8명 정도가 가죠. 팀원이 그 정도니까 주로 뭉쳐서 움직여요. 2-3명씩 들어가면 힘들더라구요. 의료지원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인력이 3-4명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을 많이 묶어서 단체로 움직이죠.


<b>물리적인 힘에서 밀릴 때의 무력감</b>

<font color="##003366"> ▶Q: 한통계약직노동조합에서는 지난 겨울 투쟁을 진행하면서 한 노동자가 쓰러지기도 했다. 29살의 젊은 노동자였는데, 민의련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었나? </font>


▶A: 그 때 저희가 딱히 도와드릴 수 있는게 없었어요, 선전활동외에는. 그 분이 삼성의료원에 입원하셨다는데 거기가 또 자본가병원 아닙니까, 환자들한테 있는대로 검사 다 해놓고 뽑아낼만큼 다 뽑아내서 기본치료하면서 누워있으면 사람을 바로 쫓아내요. 그래서 저희가 아는 전문의와 연락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연결해드리고… 그때는 실상 저희가 했던 게 별로 없어요. 지금은 그 분이 대전으로 내려가셨다고 들었어요. 대전지역 회원들이 그 분 지원해줄 수 있는 병원 찾아서 연결해주시고 그랬죠.

<font color="##003366"> ▶Q: 그럼 지역에도 민의련이 있는 건가요? 지부는 어디어디에 있는 겁니까?</font>


▶A: 지부는 부산 밖에 없어요. 민의련 부산지부, 대전회원 1-2명, 전북에 1-2명, 광주에 1-2명, 춘천에 2-3명(참고로 민의련은 회원이 60여명이다)… 연락소가 설치된 곳은 광주고 나머지는 연락소도 없어요. 사람은 없지만, 지역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죠. 연락소에서는 나름대로 사업을 만드는 거에요. 회원들이 지역단체활동을 하면서 민의련 내용을 알리고 공동사업제안하고 그렇게 진행하죠. 이번에 광주에서는, 광주비정규직 노동자 한분이 산재를 당했는데 노조도 없고해서 공단에서 산재문제를 은폐해서 얼렁뚱당 넘어가려고 했었어요.
광주회원분이 광주에서 노동건강상담소에서 일하시는데 그 투쟁을 중앙에 요청하고 같이 공동투쟁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같이 진행했죠.

<font color="##003366"> ▶Q: 연대활동을 진행하다보면 실질적인 투쟁과정에서 한계점이나 무력함을 느낄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때는 없었나요?</font>


▶A: 지금도 무기력하죠, 사실. 기본적으로 학생 때보다 더 안 좋은 건 물리력인데…, 철거싸움에서 실질적으로 싸움이 붙었을 때 파이프 하나 들고 지켜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경찰에 항의방문 갔다가 앞에서 의경한테 쫓겨나고 그러는 거죠. 우리 활동을 시혜적인 걸로 본다든지 하면, 그건 활동하면서 깨질 수 있고 저희가 깨뜨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존에는 이런 활동이 없었고, 워낙 의사약사나 면허증있는 사람이 사실 한발 물러설 곳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직장에서 쫓겨나도 다른 직장 구해도 되고 그런 사람들이니까… 사람들이 갖는 편견은 활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거지, 거기서 무력감 느끼는 건 피할 수 없는 거니까요.

가장 난감한 건 물리적인 무력감이에요. 토요일날 집회를 해도 저희가 못갈 때가 많아요. 한의원이나 약국이나 대부분 토요일날 늦게까지 하고, 근무하는 병원의사들은 당직서니까 안되고 일요일 정도가 편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집회조직할 때 집회대오가 10명을 넘기가 힘들어요. 가고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적고 깃발은 큰데 그 밑에 대오는 작죠.^^


<b>의보재정 파탄나면, 죽는 건 노동자 민중 뿐</b>

<font color="##003366"> ▶Q: 작년에 의사파업이 있었고 요즘에도 건강보험재정파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정권책임론을 들고 나오는데, 운동진영에서는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혼란스럽기도 한데요. 현재의 재정보험파탄 문제에 대해서 민의련은 어떤 입장입니까?</font>


▶A: 기본적으로 재정파탄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죠. 1997~1998년부터 이미 보험재정이 단기적자상태였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둔 거 다 까먹으면 재정파탄나는 거죠. 그게 의약분업, 의보통합되면서 의보수가인상으로 속도가 가속도가 붙었던 거지, 그게 없었어도 어차피 일어날 상황이었어요.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 기본적으로 정부와 자본에 책임이 있는 거죠. 보험재정이 파탄나면 문제가 되는 건 노동자 민중이죠. 있는 사람들은 보험재정 파탄나도 병원갈 수 있으니까.

사실 의사 약사들 중에 보험없는 사람들 되게 많거든요. 건강보험 체납자로 있으면서 푸르덴셜 따위의 사보험가입하는 사람들 많아요. 자기사업체가 있으면 보험료가 많이 나오니까 안 내고 개기는 거에요. 그럼 병나도 자기돈이 있어서 나을 수 있으니까.
재정파탄이 나면 노동자 빈민들이 제일 걱정이죠. 우리나라 보험이 반쪽짜리지만, 그나마 그 덕에 문턱이 많이 낮아진 건 사실이거든요. 예를 들어 보통 동네병원에서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돈을 내면 13,000원에서 15,000원 정도가 나와요. 그리고 약국에서 약을 사면 정말 싼 경우가 아니면 7,000-8,000원을 내야 하거든요.

보통 병원 한번 왔다갔다하려면 정말 문턱이 높은데 이걸 낮춰준 측면이 있거든요. 건강보험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 그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도 본인부담금이 높은데다 병원갈 시간도 없어서 약국, 병원에 못 가는데 이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했던 정부와 자본이 가장 나쁜 거죠.
의사들 경우에는 워낙 기득층에다 꼴보수도 많고, 꼴보수가 아니라더라도 사태파악이 제대로 안되는 거죠. 감정적인 문제도 있었을 거고, 마인드 자체가 전문가의 전문가주의 마인드니까 그걸 훼손하려는 것에 반발하면서 실력행사한 거죠. 정부는 의사에 대한 적개심을 불질러서 자기네는 책임회피하려는 거였죠. 정부는 돈 안내던 거 좀 더 내고, 의사들 먹는 거 좀 깎고, 니네 보험료 좀 더 내서 좋게 해결하자 그거였거든요.

시민단체는 공공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서로 각자 적정수준을 부담하고 적절하게 이용하자, 그렇게 바라보는 거죠. 의약분업은 서구에서 하고 있는 거고. 사실 의약분업자체가 그렇게 나쁜 제도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게 공공선이다 이렇게 밀어붙였는데… 거기까지는 저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재 보이는 행태는…, 보수세력들이 의약분업이나 의보통합을 치면서 시민단체를 비판하니까 그걸 대응하는 데에만 급급해있는 거죠. 재정이 파탄난 상황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더 이상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은 거에요.

시민단체의 경우, 보건의료영역 말고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의사들을 치는 것처럼 사회보험노조에 대해서도 동시에 치고 있거든요. 줄여서 재정을 건져내야 한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관리운영비 절약해봤자 얼마 절약하지도 못하거든요.
현실적으로 사회보장제도는 먹고사는 문제가 보장되고, 거기에 덧붙여 아플 때 쉴 수 있고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이걸 위해서는 어떤 형태건간에 사회적 통제를 해야 된다는 거죠.

만약에 사람들한테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병원비 10만원씩 주고 이걸로 병원가라, 이렇게 하다고 칩시다. 그렇게 하고 병원에 대해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으면 그건 절대로 그렇게 될 수가 없거든요. 사실 우리가 대부분 병원 약국에 갔을 때 사기친다 이러면서도 찍소리 못하고 나오는데… 그 사이에서 권력관계 문제도 있는 거고, 공급자가 먼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자를 통제하지 않고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건 불가능한 거죠.


<b>"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뒤집어엎는 거에요"</b>

<font color="##003366"> ▶Q; 사업장들이 다 투쟁이 승리적으로 평가되지 않을 경우도 있을 텐데, 투쟁이 실패로 끝나면서 연대활동이 무너지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나요?</font>


▶A: 도원동이요. 주력활동으로 삼고, 아는 후배한테도 소개했거든요. 전화해서 가봐라 그랬는데 후배가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러더라구요. 달려가봤더니 천막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전 주에 갔을 때는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지신 거에요. 황당하고 힘빠지는 거죠. 또 봉천3동 철거지역대책위 위원장님을 계속 만났는데 알고보니 프락치였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죠. 그리고 대부분 확실하게 투쟁을 승리를 쟁취한 곳은 없으니까….

현대중기 사업장의 경우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고 투쟁 해단식을 했는데 조합원들이랑 저희랑 모두 울었어요. 다른 사업장의 경우 힘내시고 더 잘 싸우시라고 하고 이후 계획들을 모색하면서 정리하죠. 아무래도 전체운동의 역량이나 역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니까 저희도 어느정도 예상은 할 수 있잖아요. 이 싸움이 어떤 양상으로 가겠구나…이렇게. 연대활동 이후에 다른 모임이나 정치조직에서 뵙기도 하죠.

<font color="##003366"> ▶Q: 4년차이면 실천단 전망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을텐데….</font>


▶A: 민의련이 민중단체로 인지되고 공동활동이 확대되면 실천단은 발전적으로 해소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투쟁하는 공간만 한정해서 상시적인 연대사업 펼치는 곳도 없고, 사실 현재 시스템은 어느 정도는 민의련의 조직적 한계 때문에 필요한 거라고 보거든요. 투쟁하는 공간만 찾아가서 연대활동을 한다는 것도 연대활동 방식 자체가 한계적인 면이 있으니까…. 노동자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적 활동이 진행되면 실천단은 필요할 때 구성해서 움직이는 방식이 되어야죠. 실천단이 민의련에서 가장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척후병처럼 나서서 연대활동을 제안하고 실질적인 공동활동을 하기 때문이었어요. '

민의련의 발'로서 역할을 한거죠. 민의련 활동도 장기적으로 사회단체라기보다 민중단체의 하나로서 확실하게 전진배치되어 사업하고 투쟁하는 모습이어야 하겠죠. 그런데 솔직히, 말이 쉽지 잘 안되잖아요. 앞으로 2-3년간은 계속 실천단 활동이 지속될 겁니다.
올해에는 투쟁사업 중에 비정규직 사업장이 정말 많거든요. 현재 노동자투쟁의 새로운 주체로서 급부상중이고, 그러니까 이 국면이 어떻게 해결이 될 것인가, 현재 노자간 고용관계의 불안정성을 둘러싼 핵심쟁점이라고 보거든요.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비정규직 사업장과 연대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입니다. 이 속에서 건강권을 요구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발언하고 동력화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건강문제는 실질적으로 다 문제의식을 느끼니까 실질적인 요구안, 운동의 주체,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자신의 운동으로 상승시킬 수 있거든요.

보건의료영역에서 계급적대를 폭로하고 계급투쟁을 진행하려는 저희도, 노동계급이 이 문제를 받아안고 싸우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 맥락에서 활동을 기획하고 파견철폐공대위나 비정규직연대회의에서 내부교양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여성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 조직할 수 있는 노동자대상으로 4대보험 적용현안이랑 적용 실질화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거든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급이 적고, 특히 여성비정규직들은 정말 월급이 적기 때문에 보험에 대한 요구가 별로 없어요. 필요하다는 욕구는 있는데 요구를 할 수가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4대보험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 같이 고민하는 거죠. 어떻게 발맞춰나갈 수 있을까 하는 활동방식을 고민하고 배우고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실제로 전철연은 잘 싸우는 조직인데 철거가 되고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같이 구청가서 뒤집어엎는 거에요. 의료보험시켜달라고 돈 없다고…, 그래서 의료보험을 실제로 따내고 자기가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건데,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최근 대우차의 경우에는 직장의보에서 지역의보로 가면서 의보료가 상당히 뛰었는데 실업자들이 무슨 돈이 있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겠냐 물으시죠. 그래서 진찰하러 가서 일단 엎어야 된다, 그래서 의료보험 따내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왔는데…. 자기 삶의 중요한 건강권을 찾고 따낼 수 있게 하고 그 과정에서 같이 싸우는 거죠.

농성하시는 분들의 문제 자체가 자본주의의 근본문제와 다 맞닿아 있는 거고 이 양축의 싸움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투쟁에 함께 하면서 계획이 뭐가 있을까, 빈민연대활동에서 빈민 건강권의 주요내용이 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인거죠.


결론적으로 민의련의 연대활동은 노동자 민중 투쟁에 복무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들의 실천활동이다. 물리적인 수는 작지만 그 활동력만큼은 이름난 단체 못지 않게 탄탄하고 일관성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철거농성장에서 철거민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은폐된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보건의료영역에서 치열한 계급투쟁을 고민하는 민의련 실천단의 발걸음은 오늘도 바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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