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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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에 맞선 대안포럼, 서울국제민중회의를 돌아본다

박상은 | 사무국장
88올림픽과 버금가는 국제행사라며 TV에서 디데이 카운트다운까지 했던 G20 정상회의가 11월 11-12일 서울에서 열렸다. 연평도 사태로 인해 2010년의 한국은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아니라 여전히 전쟁위협에 직면해있는 나라로 기록되겠지만, 전 세계의 가진 자들을 위한 회의와 가지지 못한 수많은 자들의 저항이 11월 초 한국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진 자들은 항상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회의를 포장하지만 이에 끊임없이 배신당한 전 세계 민중들은 다른 회의를 연다. 다보스포럼에 맞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듯이 G20 정상회의에 맞서 각국에서도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11월 7일~10일에 걸쳐 서울에서도 ‘서울국제민중회의’라는 이름으로 민중들의 대안을 논의하는 회의자리가 열렸다.
그러나 서울국제민중회의는 개최되기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포럼의 발표자로 섭외된 해외 활동가들에 대한 비자거부·입국거부가 이어졌으며, 개막식 3일 전에 장소 취소 통보를 받아 급하게 장소를 옮겨야 했다. 민주노총과 2-3개 단체만이 행사 진행 스텝을 파견하면서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인원도 또한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7일 개막식 이후, 8일부터 3일 동안 총 17개의 포럼이 진행되었고 폐막식에서는 한국의 노동·시민사회운동과 세계의 사회운동이 논의하여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서울국제민중회의는 한국 민중운동에 G20 정상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어떤 특징을 가지며, 이와는 다른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이번 계기로 직접 교류하기 어려웠던 남미의 활동가들과 한국의 활동가들이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이 글에서는 주목할만한 두 포럼과 사회진보연대가 기획한 워크숍을 살펴보며 한국 민중운동이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어떤 성과를 얻었으며 또 어떤 한계를 드러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재정·금융·개발에 관한 국제시민사회포럼

11월 8일에는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경실련,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상상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새세상연구소,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이본 재단(필리핀), 에버트 재단(독일)이 공동 주최한 <재정·금융·개발에 관한 국제시민사회포럼>이 열렸다. 정부의 입국거부로 인해 4명의 발제자와 토론자가 참석하지 못한 채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이 심포지엄은 모두 3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세션 1: 금융·재정위기: 기원과 해법>, <세션 2: G20 금융개혁 논의의 한계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G20 정상회의의 가장 큰 명분이면서도 한계로 비판받아온 금융규제와 관련한 부분을 다루었다.

11월 11일 서울역에서 1만여 명이 모여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 G0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가두 진출을 가로막는 경찰을 뚫고 남영역까지의 행진을 마쳤다. 전농은 상여를 준비하여 이번 경제위기를 불러온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체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많은 외국 활동가들도 참가하여 한국 민중운동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금융자본 통제하라, 한미/한EU FTA 반대한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IMF 복권 반대한다, 온실가스 감축하라, WTO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무엇보다 G20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며 ‘G20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션 1에서 이정우 교수는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IMF의 강요에 의해 시장근본주의를 도입하였고 특히 월가 모델의 단기 실적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다”며 이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하였다. 미국의 사라 앤더슨은 금융산업이 금융 개혁법안을 막기 위해 수억 달러를 사용하고 3,000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한 결과, 미국의 법안이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월스트리트의 개혁에는 매우 부족한 상태로 서명되었다고 발표했다. 인도의 카발지트 싱도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자본통제가 필수적이다. 금융시장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작동하는데 자본흐름에 대처하는 규제체계는 국가적이기 때문”이라며 자본통제를 주장했다.
모두 금융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발표자들의 주장은 각 국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정우 교수는 “성장지상주의를 극복하고 동반성장, 즉 성장과 분배가 조화할 수 있도록 개혁/성장과 사회통합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복지와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사라 앤더슨은 ‘시민사회의 전략’으로 △거대 은행 축소, 지역은행으로의 자본이동, 국제적 은행규제에 의한 감시 △금융거래세 도입 △상품 투기에 대한 규제 강화 △WTO와 기타 무역협정에서 금융서비스 조항 삭제 △자본통제와 다른 수단들의 사용 허용 △남반구 국가에 대한 부채청산을 제시했다. 카발지트 싱은 한국은행이 2010년 6월에 일련의 통화규제책을 발표했다며 한국정부의 금융규제에 대한 노력에 대해 주로 소개했다. 그는 이 규제가 여전히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거나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에 대한 공포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세션 2에서도 서로의 인식차를 드러내는 발표문이 제출되었다. 첫 번째 발표자였던 조모 순다람(말레이시아)은 ‘UN총회 의장 산하 전문가위원회의 금융개혁안’을 발표했는데, G20이 G7에 비해 더 개방적이거나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금융규제 정도와 남반구 국가의 부채 문제 등에서 사라 앤더슨보다 상당히 보수적인 안을 제출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인 유철규 교수는 “이번 위기는 한국이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본받아야 할 모델로 삼아왔던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융기관의 대형화 문제, 한국의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의 역사, 최근의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완화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한국 금융의 대안적 발전 방향으로 △대형화와 종합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국 따라 하기 투자은행 육성전략을 재고하고 △국민의 주거, 의료, 노후 문제가 금융시장 특히 주식사장의 변동에 대해 직접 노출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페터 발(독일)은 금융거래세가 현재의 금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주장했고, 액션에이드(ActionAid)의 소렌 암브로스는 G20 내의 전문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편견 없이 국제통화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여러 대안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심포지엄 내에서 주되게 문제로 삼는 부분이 각기 달랐다. 이는 G20과 IMF 등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평가, 금융 규제의 정도에 대한 인식과 주장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단체들은 지난 여러 번의 회의에서 이미 그 실체를 드러낸 G20에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금융규제완화흐름에서 재규제화 흐름으로 전환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 몇몇 발표자들의 인식도 과도한 부분이 있다.
최소한의 규제조치로 금융거래세를 적극 요구하면서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다음 G20 정상회의에서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며 기대를 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금융통제는 금융세계화의 본질을 폭로하고 금융-산업자본에 주어진 특권을 빼앗아오기 위한 '정세적'(즉 제한적) 문제제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연금개혁으로 프랑스 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힌 사르코지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07-2009년 금융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지적하지만, 누가 주체가 되어, 어떤 행동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세계 질서를 바꿔나갈 것인가를 토론하고 의견을 좁히기 위해서는 여전히 시간이 예상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기획 워크숍: 초국적 자본의 변화와 노동자운동의 대응 전략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G20 공동행동 주간을 맞아 <초국적 기업에 맞선 노동운동의 전략> 워크숍을 기획했다. 이 워크숍에는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과 브라질 노총의 퀸티노 마르케스 세베로 사무총장이 발제자로 참가하였다. 또한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미국 참가자들도 각국의 현황을 소개하며 초국적 자본에 맞선 대응 전략을 제안하였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초국적기업에 맞선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했다. 그는 “초국적 기업의 가장 큰 힘은 국경을 초월한 이동성이지만, 다른 한편 민족 국가 수준에서만 작동하는 노동운동의 한계에서도 기인한다”며 “경제위기에 따른 초국적 기업의 구조조정은 향후 세계 노동운동에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이어 각국 노조 관계자들에게 쌍용차, 발레오만도와 같은 한국에 진출한 초국적 기업의 구조조정을 설명하고 이에 맞서는 국제적인 노동운동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지원 실장은 “발레오전장은 철저한 계획으로 중국과 프랑스 공장에서 부품을 역수입해 현대차에 어떤 식으로든 납품을 한다는 약속으로 사실상 파업을 유도하고 노동자들을 협박해 반노조 조직을 만들어 노조를 깨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청산으로 발레오공조 노조는 프랑스로 4차례 원정투쟁을 갔지만 사측은 한국노동자와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2009년 프랑스의 노사정 협상에서 프랑스 고용을 유지하고 필요할 시 국외공장부터 구조조정을 하기로 약조해 프랑스 노조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는 구조조정이 발생한 이후에야 대응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초국적기업의 노동조합 대응은 구조조정 발생이전부터 해야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초국적 구조조정은 국제적 차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제적 교류로 사전정보를 알고 사전조치를 취해야 제약을 넘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 파업을 해도 국외 생산공장에서 역수입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국제적인 연대로 함께하는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베로 브라질 노총 사무총장도 “브라질도 초국적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 노조연합을 이루고 독일, 프랑스, 스페인의 노조들과 함께 한다”며 “연합노조 결성은 초국적기업의 공격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2013년까지 확대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거대한 힘과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노조활동은 필수로 해야 한다”며 “노동조합 간 상호연계로 초국적기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토론에서는 초국적 자본에 맞선 대응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이 제기되었다. △초국적 기업의 구조조정과 국제적 생산 재조정·노동조건·노동자투쟁에 관한 정보의 공유 △국제기본협약·OECD가이드라인의 활용 검토 △각국 노조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임단협 투쟁에 대한 공동 전략 △초국적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사회운동과의 연대 △유통·운수 등 공급 사슬 노동자 조직화 △지역사회문제·환경문제 등 사업장 외 문제에 관한 캠페인 △비공식·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국제노총의 역할 강화 △남반구 노조 간의 연대 강화 등이 발제자와 각국의 참가자들을 통해 제안되었다.


노동자 대토론회: 세계경제·사회위기에 관한 남반구 노동자의 목소리

셋째 날인 11월 9일에는 민주노총, 남아공노총, 브라질노총, 아르헨티나노총 주최로 주로 남반구 노동조합이 모여 세계 경제·사회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노동자 대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G20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공적 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민중의 혈세를 금융자본에 제공한 후, 이로 인해 재정위기 가능성이 부상하자 다시금 사회복지와 공공지출을 축소하며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G20이 더욱 ‘민주적인 구조’ 임을 내세우지만 이는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글로벌 불균형’을 관리하기 위해 개도국을 끌어들이는 것에 불과할 뿐,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저발전국가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르헤 야콥스키 아르헨티나 노총 전국위원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 국제주의를 강화하고, 하나의 풍부한 비전을 갖기 위한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라며 세 가지 핵심 의제에 대한 행동 계획을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세 가지 의제는 △노동의 불안정화 △다양한 사회운동들과의 동맹 △새로운 국제질서와 노동조합의 대응으로, 이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연대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토론회는 ‘1) G20은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인 남반구·최빈국의 이해를 대변하는가? 2) 경제위기와 초국적기업에 맞선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가? 3) G20은 좋은 일자리,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는가?’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토론회 마지막엔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선언문에는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을 부활시키는 조치에 반대하며, 재정적자의 탈출은 금융자본과 부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남반구 국가들에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해왔던 IMF를 복권시키는 G20합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G20정상회의는 대다수 남반구 국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과 대표성이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노동기본권 보장이 경제위기극복 및 향후 ‘위기 이후’ 체제 구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보다 공정하고 노동친화적인 무역체제의 재구성을 위해 무차별적인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인 인권, 노동권 탄압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토론회가 끝난 후에 노동조합 간의 동맹을 진전시키기 위해 참가 조직들 간의 실무협의를 진행할 것을 결의했다.
이번 노동자 대토론회는 G20에 정당성이 결여되어있다는 점을 남반구의 노동조합이 직접 지적했다는 점, G20이 내세우고 있는 좋은 일자리와 노동 기본권의 보장에 관해 그 기만성을 노동조합이 직접 폭로했다는 점, 경제위기와 초국적기업에 맞선 각국 노동조합들의 공동 대응을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G20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에 대한 좌파적 대안

9일 저녁에는 노동전선, 다함께, 이윤보다인간을, 사회진보연대, 사노위 다섯 단체들이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이 워크숍에서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이 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이들 다섯 단체는 워크숍 마지막에 채택한 결의문에서 G20정상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수장들이며,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강요하고 전쟁을 일으켰으며 기후 온난화를 주도해 환경을 파괴한 주범인 이들이 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해결사를 자처하며 G20정상들이 진행해 온 것은 자본가와 부자들만을 살리는 경기부양·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긴축 정책이었고, 이제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전략을 뜻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무능하고 위험한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운동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우리는 G20 반대 목소리를 확산하고 항의 운동을 확대하고자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상회의가 시작하는 11월 11일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 G20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 집회와 행진을 적극 조직해 힘찬 투쟁을 벌여 나갈 것” 이라며 당면한 투쟁을 적극 조직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다섯 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공격에 맞선 투쟁도 함께 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위기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파산이 분명하게 드러났고 자본주의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투쟁에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을 결의했다.
서울국제민중회의에서는 각 의제별 워크숍은 풍부히 진행되었지만, G20의 본질에 대한 논의 자체는 빠져 있어 참가자들이 ‘G20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합의하지 못한 채로 각 워크숍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행동을 너르게 촉구하기에는 시기가 늦었다는 점 등의 아쉬움이 있지만, G20의 본질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공동행동을 합의하는 워크숍은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한국 민중운동의 과제

G20 정상회의에 맞선 투쟁 전반을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한국 민중운동이 그간 위력적으로 진행해 왔던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의 성과가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국제민중회의 역시 드러냈다. 물론 위기의 한복판에서 열렸던 G20 런던회의와 급한 불을 끄고 난 뒤의 서울회의에 대한 주목도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미약한 회복 이후 열린 피츠버그와 토론토 회의에서도 현지의 운동을 중심으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대안포럼에 비교했을 때 서울국제민중회의는 그 규모가 작았으며, 활기와 역동성도 부족했다.
한국 민중운동은 2000년 아셈반대투쟁, 2005년 아펙반대투쟁, 2006-2007년 한미FTA반대투쟁 등을 기획하고 진행해 온 역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가 강조하고 지배세력이 주목한 것이 비해 운동의 대응은 강력하지 못했을까? 이는 그동안의 금융세계화와 이를 대변하고 강제하는 국제공조·기구·협약에 대한 투쟁을 이해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부문별 방어투쟁을 기본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10여 동안의 금융세계화 반대 투쟁이 있었음에도 G20정상회의에 전 세계의 지배세력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또한 이에 맞선 투쟁에 전세계의 이목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 이런 조건에서 어떤 투쟁을 벌여야 하는지를 운동 주체들 스스로도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울국제민중회의를 비롯한 G20에 맞선 투쟁은 세계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과 초국적 금융자본 통제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였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국제연대투쟁에 있어서 한국 노동·민중·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신자유주의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나라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이 강력한 나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까? 한국 민중운동은 세계의 사회운동으로부터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화답하는 것이 전세계의 투쟁하는 민중과 연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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