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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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3-4.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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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4,320원으로 200만 원 벌기의 진실

최저임금 노동자로 산다는 것

이민정 | 회원
편집자 주 - 2012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 4,580원이다. 그러나 필자가 202만원을 받았던 지난해 11월에는 시급 4,320원이 최저임금이었다.

지난 2011년 11월 초 어느 날 점심시간에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누구 할 것 없이 부푼 마음으로 명세서를 펼쳐들 보았다. 누가 제일 많이 받았나, 내가 일한 시간이 빠지지 않고 계산되어 나왔나 확인해보고 뿌듯해들 했다. 모두들 그동안 받아본 적 없던 금액의 월급을 받아서 그런지 무척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휴게실에는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많이 받으면 뭐 하냐, 몸이 부서질 지경인데”, “우리가 공돈 더 받은 거 아니잖아. 이렇게 받을 정도로 무식하게 일했다는 거 아니야”, “이젠 정말 좀 쉬고 싶다”, 이렇게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며 보낸 점심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장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지난 1년 반 동안 받았던 월급 중 최고금액을 받았다. 주간으로만 한 달 31일, 하루 기본 4시간 연장에, 주말까지 빠지지 않고 일해서 받은 202만원. 쉬지 않고 일했던 한 달 반 사이에 내 몸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나는 시급 4,320원 최저임금 노동자

그렇다. 글 제목에서 이미 감지했겠지만 나는 시급 4,320원의 최저임금 노동자다. 최저임금 노동자로 2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지만 최저시급으로 200만 원을 버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 기본 8시간을 일하면 일급 34,560원인데, 평일을 한 달 20일로 계산하면 691,200원이 나온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864,000원이고, 더해서 토,일 모두 8시간 일하면 1,382,400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62만 원은? 꼬박 한달 30일에 기본시간 이후 평균 3.2시간을 더 일했다는 의미이다.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을 포함하면 실제로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13~14시간정도 되는 셈이다.

내 월급을 계산해보자면 이렇다.

① 한 달 평일기본(월~금 8시간, 20일로 계산)
: 4,320원×8시간×20일 = 691,200원
② 주차(월~금까지 만근했을 때 1주당 기본일급지급, 5주로 계산)
: 34,560원(4,320원×8시간)×5주 = 172,800
③ 특근(토, 일 8시간, 10일로 계산)
: 4,320원×1.5배×8시간×10일 = 518,400원
④ 잔업/특근(월~일 기본8시간이후, 30일로 계산)
: 4,320원×1.5배×약3.2시간×30일 ≒ 620,000원
나의 월급 총액 ①+②+③+④ ≒ 2,000,000원


강제적인 잔업, 특근

중요한 것은 이처럼 살인적으로 일한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이 200만 원을 넘게 받았고, 가장 많게는 220만 원까지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일한 것은 더 많은 월급을 받고자 함 때문이 아니었다.
그 당시 우리 사업장에는 엄청난 물량 감소가 있었다. 하청들 사이의 경쟁에서 밀려 계획했던 물량을 뺏겼고, 그 결과 현장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인원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전날 저녁잔업까지 같이 했던 많은 동료들이 퇴근 후 해고문자를 받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인원의 반(半)이 줄어 있었다. 첫날에는 170명에서 80명으로, 80명에서 40명으로, 40명에서 30명으로.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 인원감축으로 단 일주일 사이에 170명에서 30명만이 남았다.
인원감축에 대한 소문은 관리자들이 노골적으로 퍼트린 것이었다. “잔업특근 안할 거면 아예 출근하지 마라”, “수량 안 나오는 사람들을 추리고 있다”, “아프면 어떻게 하냐, 평소에 몸 관리 못한 니 탓이다”등등. 실제로 잔업특근을 거부한 사람 중 본보기로 해고된 사람도 여럿이었다. 관리자들은 해고 대상자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의 숨통을 조였다. 이런 상황은 사내하청도 마찬가지였는데 과로로 설사병이 난 노동자가 잔업을 거부하자 “기저귀차고 일하라”고 했다는 소문이 다른 하청까지 퍼질 정도였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

우리가 대부분 200만원 넘는 월급을 받은 이유는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짤려 나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매일 밤 문자를 확인하고 아침에는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이렇게 한 달을 보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엄청난 노동 강도였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동 강도를 강화했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생산기록은 갱신되었다. 6개월 전 시간당 수량은 불과 한두 달 만에 2배가 되어있었다. 무리한 작업으로 목, 어깨, 손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그저 진통소염제로 대신할 뿐이었다.


최저임금노동자로 산다는 것

최악의 시간이 지나고, 현재 나는 아직도 같은 라인에서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물량이 없던 1, 2월에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을 했고, 2월말이 되면서는 물량도 조금씩 늘어나 다시 한두 명씩 신입도 늘어가고 있다.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말에 있었던 엄청난 사건들은 나에게 많은 상처와 교훈을 남겼다.
예전에는 동료들이 강제적인 잔업과 특근, 엄청난 노동 강도에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일하는 것에 마냥 분노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의 요구와 압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이루어진 생존을 위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치솟는 물가와 실질임금의 감소,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최저임금노동자들에게 조직된 다수의 싸움이 사업장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공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학습효과가 필요하다. 그것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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