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3-4.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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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학교육 투쟁의 쟁점과 전략

도솔미 | 전국학생행진
등록금을 둘러싼 2011-2012년 정세 분석

최근 몇 년을 돌아보았을 때 2011년은 이례적으로 ‘대학생’의 운동이 부각된 해였다. 2008년 촛불집회를 비롯하여 이명박 정권 시기에 일어났던 여러 대중투쟁 속에 대학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운동 세력은 이전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으며 대학생들이 학생회 등 소속 대학의 대표체로 집결하기보다 인터넷 동호회나 친구와 함께, 혹은 진보정당 당원, 정의로운 시민의 이름으로 집회에 참가하는 일이 늘어갔다. 그러나 2011년의 반값등록금 투쟁, 서울대 법인화 투쟁 등은 누가 보아도 ‘대학생들이’, ‘대학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주도한 운동이었으며 그 열기도 뜨거웠다. 기성 언론에서는 “88만원 세대(무기력하거나 자기 안위만 지키는 것으로 보였던 세대)가 거리로 나섰다!”며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대학생들의 시위에 놀라움을 표했다.
사실 등록금 투쟁을 핵심으로 하는 대학생들의 교육투쟁은 2000년대 중후반 들어 힘을 잃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매년 5~15%에 이르는 높은 비율의 등록금 인상은 대학가의 봄을 학생총회, 본부점거, 가두행진 등의 투쟁으로 뜨겁게 물들였었다. 투쟁의 구호는 주로 등록금 인하, 교육재정 확충,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반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투쟁은 학생운동 전반의 위기·축소와 맞물리며 대학본부의 무반응(“몇 달 하다 지치면 말겠지”)과 이데올로기적 공세(“본부점거 같은 폭력적인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니 대화로 해결하자. 일반 학생들은 지성의 전당을 어지럽히는 일부 불순세력에게 선동당하지 말라”) 앞에 차츰 무력해졌다. 그리고는 각 대학본부와의 ‘등록금 인상률 협상’을 논하는 연례행사, 기껏해야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요구’ 정도로 그 의미와 실천이 축소되어 왔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은 없었다. 등록금은 여전히, 아니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에는 더욱 비상식적으로 높아져 있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문제를 다시금 정국의 핵으로 끌어올린 것은 대학생들의 투쟁 · 2011년 3월 말 학생총회의 연이은 성사, 5~6월 반값등록금 촛불 집회 등 · 이었다. 그런데 이 투쟁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이전까지의 등록금 투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첫째, 대본부 투쟁을 통한 각 대학에서의 인상률 조정에 주력하기보다 빠르게 거리로 투쟁의 장소를 옮겼다. 그리하여 매일같이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던 서울 도심과 각 대학 캠퍼스 내의 온도 차이가 생각 외로 컸다. 둘째, 단순히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던 것이 아니라,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겠다고 했다가 이제는 모른 척 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정권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성격을 가졌다. 통계 자료를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권이 등록금 폭등의 ‘원인’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집권기는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시기였기에 대학본부는 IMF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해 왔다. ‘반값등록금’ 구호의 정치적 의미는 현 정권에게 등록금 인상의 책임을 묻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서민경제를 살려 주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경제대통령’의 무능과 기만, 반민중성에 대한 폭로에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반값등록금 투쟁을 기점으로 등록금 투쟁의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는 점, 그리고 서울대 법인화 투쟁을 포함한 2011년 대학생들의 투쟁이 대학교육 문제를 총대선 정치국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 국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지점인 대학교육이라는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은 현 시기 한국 사회가 봉착한 다양한 문제들이 응축되어 있는 매우 복잡한 쟁점이다. 이 글에서는 2011-12년 반값등록금 투쟁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며 쟁점을 추려보고자 한다.

배경 1) 높은 등록금이라는 객관적 조건
등록금 투쟁이 폭발하게 된 표면적 배경은 바로 ‘등록금이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등록금 자율화 조치로 인해 1990~2010년 약 20년 간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 비용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지만, 미국은 실제로 대학의 70% 이상이 등록금 부담이 낮은 국공립대인데 반해 한국은 국공립대의 비율이 18%에 불과하다. 또한 고등교육 재정 중 국가부담의 비율 역시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아, 어마어마한 수준의 고등교육 비용을 가계에서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각종 언론에 보도된 대로, 한국의 대학 등록금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부는 등록금 인상의 원인이 된 등록금 자율화 조치를 대체 왜 했는가 하는 물음이 남는다.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자율화와 같은 시기에 벌어진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이라는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의 핵심은 ‘자율화’와 ‘대학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가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 경쟁력 강화를 말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강력한 평가기능을 가지고 군림하며 산업구조의 재편에 걸맞은 방식으로 대학교육 전반을 구조조정 해 온 과정을 말한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식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재정지원의 축소 및 차등화이다. 대학들 사이의 경쟁과 불안정한 재정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별 대학은 수익 추구와 동시에 각종 발전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산학협력, 학과 구조조정, 등록금 인상, 교원 및 시설관리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이월적립금의 금융투자, 대형 프랜차이즈의 교내 입점, CEO형 대학총장의 출현, ‘VISION OOO’을 내세운 중장기적 대학발전 프로젝트의 제시 등 ‘기업’을 연상케 하는 방식의 대학운영은 바로 이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 재편과 궤를 같이 한다.
즉, 등록금 인상이라는 현상만 보았을 때는 ‘대학본부(특히 사학재단)의 탐욕·비리’가 핵심 원인인 것처럼 여겨지기 쉬우나 그것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교육정책 기조의 변화’라는 원인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이명박 정권 시기 뿐 아니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집권 시기에도 일관되게 유지된 흐름이다. 물론 대학자율화를 활용한 사학재단의 탐욕비리 역시 등록금 인상의 주요 원인이며 정부가 이를 눈감아주기도 했다. 불황기에는 고임금의 안정된 직업군에 들기 위해 고학력 획득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이 커지기 때문에 교육 부문에 ‘이윤창출의 장’이 열린다.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입시교육, 성인사교육 시장도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최근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립대학을 새로 세우거나, 기존 대학의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등록금 가격 책정이 부당하다 생각하더라도 고학력 획득을 위해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그 돈을 보상받을 개인적 ‘성공’(계층 상승)을 위해 자기를 계발하는 데에 더 힘을 쏟게 된다. 이것이 지난 20여 년 간 대학 등록금이 인상되어 온 메커니즘이다.

배경 2)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의 지속
‘자율화와 대학 평가→등록금인상과 대학기업화→대학생의 개인적 감내와 자기계발’이라는 신자유주의 시대 대학교육의 메커니즘은 교육운동주체들의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작동해 왔다. 현재 이 메커니즘이 한계에 봉착한 것은 단순히 등록금 액수가 어느 ‘한도’를 넘어서가 아니다. 2007-09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2011년의 경기재침체를 거치며 현 정세가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전반적 경제위기’라는 인식이 대중화되었다는 점이 큰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배계급은 불황기 노동조건의 악화와 실업에 대한 불만을 ‘고등교육(대학)의 팽창’이라는 방식으로 관리해 왔으나 현재 그러한 관리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진학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거의 모든 청년층이 대학을 나오지만, 실업과 임금격차는 축소되기는커녕 커져만 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제위기의 지속으로 인해 현 사회에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닫혀 있다’는 사실, 곧 내가 쏟아 부은 등록금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사실을 대학생들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가 길어지며 등록금 납부에 대한 가계의 부담도 늘어났을 것이다. 임금동결, 비정규직과 실업의 확산,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 반면 교육비 부담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현재 등록금 문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비상식적인 등록금 가격의 수준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비용에 대한 부담 혹은 불만을 가중시키는 ‘경제위기’라는 조건 역시 쉽게 넘길 만한 것은 아니다. 등록금 문제로 폭발한 대중들의 불만은 사실상 경쟁강화-교육연한 증가-교육비용 상승-노동조건 악화라는 불황기의 ‘성과 없는’ 악순환 자체에 대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이해는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취업과 소득이라는 측면이 막혀 사회적 선순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육 부문에 한정된 해법은 오히려 각종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관련한 내용은 이후 ‘대학교육 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 부분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등록금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근저에 민생문제가 깔려 있다는 것 정도를 확인하고 넘어가자.

배경 3) 이명박 정부 집권기 주류 운동진영의 전략
747공약 등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이 허구라는 것이 드러난 정권 초기부터, 전반적인 민생파탄에 대한 분노는 무능하고 부패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향했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 공공부문 민영화 등 이전 정권이 시작했던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게 묻는 우스운 형국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주류 운동세력은 이러한 ‘반MB 정서’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며 2012년 집권전략을 세우기에 바빴다.
‘반값등록금’이라는 구호와 운동은 애초에 반MB 정서를 적극 활용한 것인 동시에 학생운동의 부문운동화라는 학생운동의 전략이 현실화된 것이기도 했다. 2000년대 한총련,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의 세력이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으로 정리되는 과정에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대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300만 대학생들을 너르게 규합한다’는 전략이 학생사회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88만원 세대 등 20대의 열악한 경제적 조건에 대한 담론의 유행과도 맞물리는 것이었다. 한대련은 정당·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하며 반MB·반한나라당 전선 형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2011년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하였다.
다시 말해, ‘이명박은 무능력하고 몰염치하다’, ‘20대가 처한 경제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반값등록금 공약(空約)이라는 매개를 만나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가 정권 말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 정권 하에서 운동진영 일부가 택한 주류화 전략, 한대련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의 학생부문운동화 전략과 정확히 맞물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과 함께 등록금 폭등을 방관 혹은 조장했던 전 민주당국민참여당의 정치인들이 그 문제의 해결사인 양 등장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나아가 2011년에는 민생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복지 담론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야권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의 복지정책을 내세우며 친 서민 이미지를 만들어 2012년 총대선에서의 집권을 꾀하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2011년 등록금 투쟁의 구호는 이미 야당 세력이 내세우는 복지정책 패키지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되었다. 다른 복지정책들과 달리 반값등록금은 힘 있는 대중투쟁의 주체가 있으며, 표로 끌어올 수 있는 광범위한 20대 유권자 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하는 당사자의 경제적 이해에 기반을 둔 요구이면서도 노동자 임금 상승과 관련한 요구와 비교했을 때 ‘보편적 요구’로서의 표상을 얻기가 쉽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복지정책 제시와 후보지지·투표를 귀결점으로 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변혁운동진영이 반값등록금 투쟁의 긍정적 전망을 그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011~2012년의 반값등록금 투쟁에는 대학본부를 대상으로 몇 퍼센트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록금 투쟁과는 또 다른 질의 난점이 존재하며, 이를 인식하고 운동을 벌여야 한다.
사안별 동향과 전망

사립대 등록금 인하 투쟁
2011년 말 교과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합의한 것은 명목 등록금 5% 인하안이었다. 정부 감사원이 35개 대학을 선정하여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2.7%까지 인하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은 대부분이 동결 또는 2~3%에 그치는 인하안을 발표하고는 장학금을 추가 확충했으니 실질 인하율은 5%가 넘는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의 대학은 이보다는 높은 인하율을 발표했으나 전국 평균 인하율은 4%로 대교협 합의안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사립대학의 경우엔 등록금 인하와 동시에 대학 수업 시수나 대학 강의 수를 줄여 ‘사실상 등록금을 인상’한 거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하를 요구하는 구체적 수치는 대학의 상황마다 다르지만, 대학본부에 지금 수준 이상의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등록금 인하율이 발표된 1~2월에 이미 시작되었고 개강 후에도 어느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2011년에 ‘반값등록금’이 이슈화 되고 실제로 서울시립대학교의 등록금이 반값이 되면서 이전과 달리 2~3%의 인하율에는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단식·천막농성, 성균관대 총학생회의 삭발식 등은 소위 ‘비운동권’임을 내세우던 세력의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학본부를 상대로 인하율을 협상하고, 추가 인하라는 성과를 따내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3월에 학내에서 벌일 투쟁도 ‘대 본부 투쟁’의 의미와 동시에 ‘대 정부 투쟁’의 의미를 강하게 가질 것이기에 마냥 무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부에게 등록금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곧 ‘등록금 자율화조치 철회하고, 대교협의 등록금 인하율이 강제성을 지니게 하라’, ‘교육재정 확충하라’는 정치적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
지난 1월 27일의 법원 판결 이후 국공립대 기성회비 논란에 불이 붙었다. 2년 전 서울대, 부산대 등 8개 국립대 재학생 4219명이 지난 2010년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는 소송을 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기성회비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의무 납부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1963년 학교 시설 확충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기성회비 제도는 실제로는 그 관리와 사용을 대학 자율에 맡겨 운영되어 왔다. 따라서 국공립대는 학교 운영재원의 부족분을 기성회비라는 명목으로 메워 왔다. 기성회비는 얼마로 할지, 어디에 쓰이는지도 기준이 없는 비용으로 수업료와는 구분되어 책정되는데, 무려 국공립대 등록금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결국 사립대 등록금과 마찬가지로 국공립대들도 대학·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교육비용을 기성회비라는 제도를 통해 손쉽게 민중들에게 전가해 왔던 것이다.
1월 30일 동아일보에서는 ‘나라살림이 어려울 때 만들어진 기성회비가 학교 운영 경비 등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며 ‘기성회비를 수업료와 통합해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고지서에서 ‘통합’하여 국공립대 등록금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공립대가 이러한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성회비 부당 판결을 통해 국공립대에서도 반값등록금 운동이 힘을 받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대련을 중심으로 전국 국공립대 총학생회가 모여, 이제는 기성회비 10만원이 아니라 ‘전액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운동을 2~3월에 대규모로 벌일 것을 계획 중이다.
‘반값등록금 국회만들기’ 유권자 운동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학등록금 문제는 여타 교육 문제들과 함께 사회적 쟁점이 될 것이며, 임기 말의 이명박 정권에게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정권교체의 흐름을 만드는 대정부 투쟁이 대학생들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다. 현재 잡혀 있는 대학생 최대 집회는 3월 30일로 예정된 ‘전국 대학생 공동행동’이다.
그러나 3.30을 제외하고는 총선을 앞두고 ‘20대, 반값등록금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방식의 유권자 운동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값등록금 국회만들기’라 이름 붙여진 유권자운동의 구체 계획은 다음과 같다. 1)반값등록금 선언운동으로 대학생들의 요구를 모아내는 것, 2)국회의원 예비후보들과의 정책협약, 3)반값등록금 공약을 받은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는 국회의원을 ‘기억하라’는 대중용 책자·포스터 발간, 4)대학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여 20대 투표율을 높이는 것. 2012년 각종 청년비례대표의 선출 분위기 속에 확인할 수 있듯 이제는 ‘대학생청년 의제를 중심으로 한 대중집회-투표-국회진출’이라는 도식이 청년의 정치세력화라는 말과 함께 하나의 전략으로 완성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권자 운동의 목표는 명확하게 ‘반MB반한나라당 전선의 강화’와 ‘반값의 실현’에 있다.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중성, 비도덕성을 폭로하고, 야권 정치인들을 총선에 대거 당선시켜 반값등록금을 실제로 이행하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하반기 대선까지도 쭉 이어지는 것인데, 민주통합당은 6월 임시국회의 추경 예산안을 통해 당장 2학기부터 반값등록금이 시행되도록 해서 ‘하면 된다!’는 기세를 몰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있다. 2012년의 등록금 투쟁은 지향과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한 운동인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법인화 반대 투쟁
비민주적으로 학문을 상품화하는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난해 말에 시작된 동국대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본관을 점거한 학생 21명에게 본부가 무더기 징계를 내린 이후 징계철회 투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국대 투쟁 외에는 현재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뚜렷한 투쟁의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 역시 법인화가 올해부터 실행되는 서울대는 서울대대로, 아직 법인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은 국립대는 국립대대로 아직까지 투쟁 계획과 전망이 불투명하다.
대학구조조정 반대, 법인화 반대 투쟁에는 등록금 투쟁을 중심으로 한 교육투쟁과는 다른 난점이 존재한다. 변화가 해당 대학, 해당 학과의 문제로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투쟁의 확장이 힘들다는 점, 그리고 ‘이 변화에 반대한다면 지금 우리 대학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라는 대학본부의 반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 할 수 있는 답은 ‘(어쨌든 지금의 구조조정에는 반대하니)그대로 두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하라’는 수세적인 것이거나, 대학교육 전반의 총체적인 변혁을 주장하거나 양자택일일 것이다. 현 시기 ‘하나의 대학 내 개혁’에 대한 대안적인 상은 부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력한 구조조정 안을 내놓은 대학본부의 추진력에 비해 학생들의 투쟁 동력을 만들기란 쉽지 않기에 ‘적절한 협상안’을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한 투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을 통해 대학교육의 문제를 교육비용 문제로 한정짓지 않고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이라는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학생들의 공분을 모아낼 수 있는 여지는 얼마간 존재한다. 따라서 투쟁의 주체들은 현 시기 대학교육이 처해 있는 문제들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어떤 가치와 방향성 하에 해결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던지는 계기를 만든다는 관점 하에 운동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12년 대학교육 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전국 대학생들과 함께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2012년의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대학생들을 정치적 동원의 대상, 자기를 찍어줄 하나의 ‘표’로만 보고 있다. 혹은 20대 청년비례대표가 국회에 들어가면 대학생들의 이해가 대변이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학생들이 시대를 인식하고, 정치적으로 주체화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간 대학교육 재편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수준의 대학 팽창과 각종 규제 완화로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고스란히 민중들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를 비판하며, 대중적인 공분이 모여 있는 등록금 문제를 중심으로 한 교육투쟁을 벌여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내야 한다.
본부를 상대로 재단적립금을 활용한 등록금 인하를, 정부를 상대로 교육재정 확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학생운동 세력 간의 연대를 건설하고, 유권자 운동에 한정되지 않는 대중투쟁의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 내 주체들과의 연대를 확장하자
등록금 투쟁은 ‘부당하게 높은 등록금의 가격을 내리라!’는 요구를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방식의 투쟁은 공분을 모아내긴 쉽지만, 실현 과정에서 ①학내 교원/노동자의 임금, 대학원 등록금·장학금과의 충돌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②산학협력 강화, 경쟁 강화 등의 조치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례는 이미 여러 대학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교육운동 주체들의 역량’, ‘대학교육 재편의 방향성에 대한 입장’이 없이는 등록금 인하 요구가 오히려 대학본부나 정부의 꼼수에 놀아날 수 있다. 따라서 분명하게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 반대, 대학기업화 반대라는 관점 하에 대학교육 투쟁을 진행해야 하며, 대학 내 다양한 주체들 · 비정규직 교원, 시설관리미화직 노동자, 대학원 학생회 등 · 과의 연대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3월에 벌어질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에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해당 대학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가 중요할 것이다. 학생들의 연대 조직을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화된 대학 운영에 문제제기하며 함께 대학 내 학생-노동자가 연대투쟁’하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등록금 투쟁과 집단교섭 투쟁을 연계하여 진행하며 적립금을 쌓아놓고 수익만을 추구하는 ‘대학기업화’의 문제를 같이 제기하자.
덧붙여 수업일수 조정, 장학금을 확충한다면서 가계곤란 장학금을 늘리기 위해 성적우수 장학금을 축소하는 등 대학이 내놓고 있는 각종 기만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

등록금 폭등의 원인을 기억하라! 민주통합당에게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의 책임을 묻자
지난 10~20년에 걸친 대학 등록금 폭등은 대학 자율화,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각종 규제 완화와 대학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 구조조정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을 처음 시작하고 추진한 것은 다름 아닌 전 민주당국민참여당 세력이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자신들이 추진했던 대학교육 정책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자신들이 등록금 문제의 해결사인양 굴고 있다. 이는 곧 대학생들을 정치적 주체가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총선 시기, 오히려 이들 세력에게 명확한 책임을 묻는 방식의 등록금 투쟁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의 명분은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재편이 이루어졌던 기간 동안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취직이 어려운 청년대학생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진 바 없이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이러한 전략에 파산을 선언하고,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부실대학 구조조정고졸채용 확대’가 청년교육실업 문제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폭로하자
교육 부문이 갖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일반 소비자로 인식하는 보수진영 일부는 “등록금 비싸면 대학 가지 말라”는 식의 반응을 오랫동안 보여 왔고, 반값등록금 투쟁이 벌어졌을 때도 초창기에는 그러했다. 그러나 현 시기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등록금이 비싼 걸 감수하고 (내가 갈 수 있는 한 높은 점수의)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반값등록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곧 ‘부실대학 구조조정’ 및 ‘고졸채용 확대’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는 지배계급 역시 현 시기 고등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교육-노동 수급불균형의 해결’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화 이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팽창한 한국의 사립대학이 일정 줄어들 필요는 있으며, 고졸채용이 가능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 역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공공부문의 고졸채용 확대라는 정부의 대책은 생색내기 식의 조치일 뿐, 갈등을 봉합하는 것 이상의 근본적 대안은 될 수 없다.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 전반적인 노동권의 후퇴, 노조탄압, 실업 등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일정 부분의 ‘할당량’만을 고졸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중등·고등교육 양자에서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계속해서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 시기 대학교육이 봉착한 각종 문제는 교육 부문에 한정된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교육연한이 길어지고, 교육비용이 상승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등의 폐해는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흐름에서 기인하거나, 적어도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운동진영 역시 임금격차 축소, 노동권 쟁취라는 과제와 동시에 교육문제의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 없이 정부가 대학교육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이라고 내놓는 정책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과정이 대학교육 투쟁 내에서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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