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7-8.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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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꿈, 우리는 아직도 꿈을 꾼다!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을 마치고

김진랑 |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차장
떠들썩한 한판 축제가 시작되다!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너무나 많이 기다렸습니다!”
홍익대 정문으로 모여드는 행진 대오를 바라보며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홍대입구역, 상수역, 신촌에서 각각 행진을 시작한 행렬은 대회 시작 시간에 맞춰 하나의 행렬로 합쳐졌다. 구호가 적힌 빗자루, 장난감 나팔을 손에 들고 걸어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행진을 하며 걸어오는 청소노동자들도,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홍익대 청소노동자들도 반가운 마음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시끌벅적! 홍대 정문 앞은 빗자루를 든 800여명의 노동자들로 가득 매워졌다. 오늘은 바로 이들의 축제인 청소노동자 행진이 진행되는 날이다.
드디어 시작된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간 청소노동자들이 오늘 하루는 작업복을 벗고 교복을 입었다. 옆구리에 가방도 꿰찼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직접 연극배우가 된 것이다. 좀 전까지 ‘무대에서 대사 잊어버리면 어쩌지~’ 고민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갔나 싶을 정도로 무대 위에서의 연기는 능청스럽다. 바나나우유로 건배하며 “우린 아직 젊잖냐, 그러니 그 꿈을 향해 미쳐보자고!” 했던 꿈꾸는 유년시절의 설렘은 30~40년이 지난 지금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 가졌던 그 꿈을 다 이루진 못했지만, 또 다른 꿈을 가지고 제2인생을 열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연극이 끝난 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노가바 공연이 흥을 돋우고 그 기세를 몰아 고려대, 홍익대 노동자들이 준비한 트로트 메들리가 신나게 홍대 앞에 울려 퍼졌다.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공연이 펼쳐졌다. 홍대 옆 공원에서 들리는 젊은이들의 노랫소리에 질세라 목청껏 부르는 노랫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난다. 젊은이들은 다 모여든다는 홍대 앞 어느 클럽보다 뜨거운 열기의 현장이었다. 참가자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스텝을 밟았다. 자리가 비좁다 싶으면 주저 없이 무대 앞으로 나와 멋들어지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함께했던 연대단위들 중에는 이런 분위기에 조금 놀란 듯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집회 장소에서 민중가요가 나오면 대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듯 청소노동자들이 함께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익숙한 풍경이다. 바로 이것이 그녀들의 일상이고 문화인 것이다. 그날 참가자들은 평소 단합대회에서 보여주는 댄스실력의 10분의 1도 다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밝혀둔다! 이렇게 재미있게 진행되는 집회는 처음이라는 어느 기자의 말처럼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은 볼거리, 즐길 거리의 한판 축제였다.


청소노동자, 연대와 조직화의 주체로 서다!

청소노동자 행진은 2010년 6월을 시작으로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다. 제1회 청소노동자행진에서는 어느 곳에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청소노동자들이 ‘여기, 우리가 있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함께 모여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당당히 드러내는 자리였다. 제2회 청소노동자 행진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고용불안 없는 안정된 일터, 모든 건물에 휴게 공간 설치, 건강한 일터를 위한 원청의 책임을 요구하며 청소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시행 이후 곳곳에서 어용노조가 만들어져 몸살을 앓았던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결의와 실천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제 조금 일할 맛이 나겠구나 싶었더니 사측은 복수노조법을 악용하여 어용노조를 앞세워 그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은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 생존권을 쟁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창구 단일화 문제로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한 달 넘게 천막농성을 진행 중인 홍익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만난 것이었다.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한편, 이번 청소노동자 행진은 미국의 ‘청소노동자에게 정의를’ 캠페인과 투쟁의 날을 맞추어 연대의 인사를 나누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도 청소노동자 행진이 세계의 청소노동자들의 국제연대의 계기가 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렇게 매년 진행되고 있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횟수를 거듭해 가면서 기조만 변화한 것은 아니다. 청소노동자들의 역할 역시도 많이 변화했다. 특히 올해는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을 청소하러 청소노동자가 나섰다! 청소노동자 행진 실천단>을 꾸려 80여명의 노동자들이 여러 활동을 벌였다. 이렇게 조직된 노동자들이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사업장에도 연대하고자 했던 시도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실천단은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와 재능 농성장에 찾아가 간담회를 나누며 투쟁하는 동지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투쟁의 승리를 기원했다. 또한 이런 마음을 담아 자신의 이름이 담긴 지지플래카드를 만들어 농성장에 걸어두었다. 또 미조직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역과 여의도에서 새벽선전전을 진행하고 시민선전전을 통해 청소노동자 행진을 알리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이처럼 제3회를 맞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연대와 조직화의 주체로 나선 그 실천으로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다시,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나아가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쥐꼬리만 한 월급,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란 법은 없습니다!’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당연히 계단 밑, 지하실이란 법도 없습니다!’
‘청소노동자는 온 몸에 골병이 들고, 위험한 약품을 만져도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청소 일, 경비 일을 한다고 막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포기할 수 없는 꿈은 민주노조입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청소노동자의 당당한 외침은 내일을 향한 선언이자 실천에 대한 결의였다. 청소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홍익대를 향해 그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참가자들은 홍익대 본부로 행진하면서 복수노조를 이용해 정당한 요구와 민주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원청사용자로서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대학 본부에 맞서기 위한 결의를 모았다. 그리고 민주노조를 지켜내고, 이 땅의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아갈 우리의 포기할 수 없는 꿈도 함께 모았다. 제3회 청소노동자 행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세상의 모든 불안정노동과 저임금의 문제를 싹싹! 쓸어버리는 그녀들의 힘찬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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